[목포읽기-박정용 교사]각자도생(各自圖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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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박정용 교사]각자도생(各自圖生)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8.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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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문태고 교사

[목포시민신문] 세기가 바뀐지가 부지불식간에 20년이 넘었다. 그냥 단순하게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100년의 변곡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1000년을 맞이하는 전환점이었다. 필자도 19991231일에 광화문광장으로 새천년을 맞이하러 가족들과 함께 나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새로운 감동이, 그리고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란 희망을 모두가 바랐을 것이다. 더군다나 IMF 구제금융의 혹독한 시기를 헤쳐나왔기에 더욱더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2002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의 신화를 쓰며 온 국민을 황홀하게 했던 일은 모두가 장밋빛 희망을 품어도 아무 이상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구소련 붕괴이후 동서냉전의 양극체제가 무너지고 본격적으로 세계적으로 글로벌화라는 거센 물결이 세차게 몰아치고 있었고 국내는 빈부의 격차가 더욱더 심화되어가는 상황이었다. IMF때 경제적으로 무너진 사람들과 가정은 대부분 회복하지 못하였고 그만그만한 자영업들만 시장에 들고나기를 반복하였을 뿐이었다.

여기에는 기존의 자영업자들 위에 직장에서 조기퇴직으로 내몰린 실업자들이 가세하면서 자고일어나면 치킨집이요, 식당이요, 편의점이 개업과 폐업을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이 반복 하고 있었다. 조금만이라도 자금력이 있고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인생의 승부를 보려고 몰려들었다.

이러한 경향을 현학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라고 거창하게 네이밍(naming)하지는 않더라도 세상의 흐름이 거대담론이나 인간 이성의 합리성을 신봉하는데서 다양성과 탈권위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흘러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이러한 경향(직접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지칭하는데 동의하지는 않더라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끌 부동산 투기, 무너진 교권과 공교육 기능 상실, 다양한 갈등(성별 갈등, 세대간 갈등, 정치적 갈등, 계층별 갈등, 지역갈등, 소수자 차별 등등), 빈부격차 등 너무도 많은 다양성과 탈권위를 한꺼번에 우리사회는 겪는 중이다.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 사회구성원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은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는 말 그대로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상하 좌우를 막론하고 각자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니 사소한 사회생활, 지역사회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최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이었던 20대 초반 여교사가 학교 교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글픈 현실의 이면에는 이런 무지비한 사회 현상과 절대로 무관하지 않다. 예부터 우리사회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려오던 사제지간의 정 따윈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불과 수년 동안에 변화된 현상이다. 세상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인 배움과 인격을 주고받는 교실에서도 각자의 입장과 이익만을 쫓는 현실이 드디어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다. 오래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괴로움이 자못 크다.

사소하게는 거리에서 전동킥보드나 자전거가 아무렇게나 길 한가운데 방치되어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때론 부딪혀 부상을 당할 수 있도록 방치되어 있는 모습에서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각자도생의 서글픈 현실을 본다. 세상의 도도한 흐름이 그러하니 그냥 흐름에 떠내려가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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