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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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8.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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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줄리 필립스 지음/ 박재연,박선영,김유경,김희진 옮김/ 돌고래/ 2023-06-14 발행

[목포시민신문] 제목 그대로다.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는 다름 아닌 나의 아이.

앨리스 닐,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수전 손태그, 오드리 로드, 앨리스 워커, 앤절라 카터20세기를 대표하는 영미권 여성 작가들의 모성적 삶과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중첩된 영역을 탐색한다.

육아의 고통을 실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워킹맘의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직장생활까지 어떻게 병행할 수 있을까 생각될 것이다. 이 책에는 직장생활과는 또 다른 워킹맘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육아를 병행한 예술가들이다. 한가한 취미 생활로의 예술이 아니라 극한 고통 속에서 자기 세계를 완성하여 노벨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의 언어로 번역된 스테디셀러를 생산해내기까지의 성취를 이루어낸 예술가들의 모성분투기이다.

아이를 버렸다고 욕먹은 도리스 레싱, 그림을 마무리하기 위해 아이를 뉴욕 아파트 비상계단으로 내쫓고 방치해두었다고 시집 식구들에게 무고를 당한 앨리스 닐의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기까지 한 만큼 창작과 양육 사이에 얼마나 커다란 긴장의 강이 흐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육아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모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건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수상작가인 줄리 필립스는 여성 작가들의 평전 작업을 해왔다. 어슐러 르 귄의 전기를 쓰기 위해 오랫동안 긴밀하게 어슐러 르 귄과 인터뷰를 하며, 자신도 아이 둘을 양육하며 글을 써야 하는 스스로의 경험에 동력을 얻어 이 책을 시작했다. 여성 예술가들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재정립하게 만드는 모성과 창조성이 만나는 지점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아이를 출산해 열심히 키우며 작업을 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여성 예술가들의 모성은 임신과 낙태, 출산, 입양, 육아, 교육 그리고 모든 집안일들을 포함한다.

이들은 작업을 해나갈 방도를 발 벗고 찾아 나선 끝에 작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이를테면 도리스 레싱은 노벨 문학상을, 어슐러 르 귄은 미국 최대의 문학적 영예인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앨리스 워커는 퓰리처상을 한 차례 받고 수백만 권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오드리 로드는 교차성을 둘러싼 논의의 물꼬를 텄다. 한편 앤절라 카터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문학적 목소리로, 수전 손태그는 위대한 영어권 비평가로 각각 인정받았다. 앨리스 닐은 자신의 작품이 정전(正典)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책에서 시인 오드리 로드는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있습니까?”

여성 예술가들을 포함하여 일하는 모든 여성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성공한 남성 예술가들의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는 누구였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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