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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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위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6.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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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론과 경제제도 이면의 이데올로기 읽기

 
[목포 시민신문] 각 시대의 새로운 경제 현실에는 그것을 정당화시킨 경제이론과 경제사상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경제이론들이 종종 ‘과학’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경제이론의 본질은 철저하게 이데올로기적이다. 경제학설사의 고전으로 평가되는 『경제사상사(History of Economic Thought)』의 저자인 E.K. 헌트(Hunt)는 경제학이 가치중립적인 실증과학이라는 주장 자체가 얼마나 이데올로기적인가를 『소유의 위기』에서 잘 보여준다. 2000년 이후 10여 년간 유타대학교 대학원에서 명예교수로 경제사상사를 강의하다가 퇴임한 헌트는 경제사상사의 흐름을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비판하였다.
 
‘Property and Prophets’가 원제인 『소유의 위기』는 비슷한 시점에 유강은에 의해 『자본주의에 불만 있는 이들을 위한 경제사 강의』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사실 원제보다 부제인 “경제체제와 이데올로기의 진화(The Evolution of Economic Institutions and Ideologies)”가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해준다. 경제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의 이론은 특정 시대와 공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즉 경제이론이나 경제사상들은 그것들이 등장했던 시대적 배경과 경제제도를 위해 복무했던 이데올로기를 통해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소유의 위기』에서 헌트는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경제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혹은 경제제도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사용되었는가를 보여준다.
 
 이처럼 『소유의 위기』는 자본주의 성립부터 자본주의 진화 과정에서 이데올로기가 수행한 역할을 통해 경제이론이나 경제사상 그리고 경제제도들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헌트가 “그 시대의 체제들과 밀접한 관련하에 있는 역사적 배경을 통해 (경제이론과 경제사상을) 설명”(6쪽)하는 역사적 접근 방식을 연구방법으로 채택한 이유이다. 역사적 접근의 필요성은 선진국 제도의 수입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 사회의 엘리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현실과는 무관한 외래 이론과 그것에 기초한 제도들을 무비판적으로 도입, 적용하려는 엘리트들의 지적 식민지성의 폐해는 심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 이후 월가의 제도들을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미명하에 맹목적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하나가 ‘스톡옵션(stock option)’이다. 주지하듯이 스톡옵션은 기본적으로 자본시장 중심의 직접 금융시스템 속에서 소유(주주)와 경영(경영자)이 분리된 기업에서 대리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지, 한국의 재벌기업처럼 은행 중심의 간접 금융시스템 속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기업에서는 불필요한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소유의 위기』에서 아쉬운 점은 제10장 이후가 80년대 미국 자본주의라는 제목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0년대, 특히 80년대 이후 산업화 종료와 더불어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대두(집단윤리의 퇴장), 그리고 금융화에 따른 국민경제 자율성의 약화로 ‘정부권력의 현명한 이용’이 어려워진 상황 등에 대한 평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평자/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지아대학교 경제학 박사, 전 경제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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