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조기호 시인]권리로 의무로 그리고 ‘배려’로써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
상태바
[수요단상-조기호 시인]권리로 의무로 그리고 ‘배려’로써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8.31 0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기호 시인

[목포시민신문] 아파트 지하 분리수거장에 내려가 쓰레기를 버리고 나오면서 문득, 세상에 널리 회자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프랑스어로 귀족들의 의무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사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347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백년전쟁에서 프랑스의 마지막 저항지였던 항구도시 깔레 사람들이 일찍 항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깔레 시민중 6명을 전범자로 선발해 처벌하기로 하였는데 자신들이 처벌을 받겠다고 목에 밧줄을 매고 나선 사람들이 7명이나 되었다. 당시 깔레 시장이었던 장데르가 나서자 또 다른 부자 상인 피에르 드 위쌍이 그 뒤를 따르고 그 아들이었던 드 위쌍도 아버지의 뜻을 따르겠다고 한 사람, 한 사람씩 그렇게 예정보다 많은 7명이 모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영국 왕이었던 에드워드 3세는 처형일인 다음날에 가장 늦게 도착하는 사람은 처형을 면해주기로 하였는데 다음날 아침 6명이 처형장에 나왔고 나머지 1명인 외스타슈드라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처형을 면해주려고 그 사람 집에 찾아가보니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이유는 7명중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게 되면 시민들을 대신해서 순교하는 사람들의 죽음이 헛될까봐 자신이 먼저 목숨을 버린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영국왕비(임신중)가 자기 남편, 에드워드 3세에게 이 사람들과 깔레 시민 모두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애원하여 영국의 왕은 모든 처형을 취소하는 자비를 배풀게 되었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노블레스(nobles)라는 뜻의 귀족과 오블리주(oblige)라는 의무의 뜻이 합쳐져서 지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라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또한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고귀한 신분에 따른 윤리적 의무를 의미하는 말이 된 것이다. 원래 '노블레스(nobles)'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주(oblige)''달걀의 노른자'라는 뜻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라는 말처럼 닭의 사명이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데 있음을 상기해본다면 오늘날에 있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의 실천이란 고귀한 신분(고귀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는가?)’의 유무를 떠나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누리는 권리(nobles)’만큼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oblige)’를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각자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들이 실천해야 할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쓰레기를 버리면서 분리수거함에 버려진 수거물(종이함에 배달음식이 반쯤 담긴 채 버려진 상자 등)들이 제자리에 바르게 처리되지 않은 채로 불결하고 너저분하게 뒤섞여 있는 장면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그 뿐만인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채로 버려져서 오물이 흘러넘치기도 하고, 여전히 하수구 주변이나 통로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볼 때도 그렇고, 주차가 허용되지 않는 곳에 함부로 차를 세워서 다른 차량의 출입을 방해하는 난감한 상황들을 마주할 때도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국 이러한 몰상식에서 비롯되어 마침내 초래된 극단의 사례들이 있지 않는가. 층간 소음으로 위층과 아래층의 이웃들이 다투고 싸우다가 급기야는 칼부림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끔직한 사건들……. 이 모두가 나 혼자만의, 또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자신들의 권리(nobles)’만을 내세운 파렴치한 행동에 다름 아닌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한 생활공간에 살아가거나 그 밖에도 내 삶의 공동체 안에서 누릴 주인으로서의 권리(nobles)’가 있다면 그 안에서 함께 생활하기 위해 지켜야 할 의무(oblige)’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디 아파트와 같은 주거공간에서 지켜야 할 행동들에만 국한할 일이겠는가. 생각건대, 깔레 시민들처럼 목숨을 걸지 않아도 고귀한 의무를 실천할 수 생활주변의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껴쓰기(, 전기, 에너지), 재활용(분리)하기, 자연보호하기(, 생명 가꾸기)’ 등의 생활 수칙이야말로 반드시 우리가 실천하여야 할 기본적인 의무가 아닐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행동의 실천과 더불어 날로 삭막하고 흉포화 되어가는 사회를 넉넉하게 포용할 수 있는 배려라는 이름의 오블리주(oblige)가 하나 더 생활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소한 웃음 하나로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 뛰어오는 사람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려줄 줄 알고, 가벼운 눈인사도 나눌 줄 알고, 출입문을 열고 나가면서도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줄 줄 알고,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먼저 가라고 양보할 줄도 알고 그리하여 사소한 일일지라도 항상 감사가 넘치는 행복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 oblige)’가 실현되기를 감히 바라는 것이다. 당당한 노블레스(nobles)로서 아름다운 오블리주(oblige)를 실천하는 풀꽃 같은 그런 향기를 품은 당신을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