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교수] 은둔형 외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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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교수] 은둔형 외톨이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9.0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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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얼마 전 서울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몇 건의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가 은둔형 외톨이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오랜 기간 집에 틀어박혀서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사람을 칭하는 은둔형 외톨이’, 우리나라보다 먼저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등장했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히키코모리라 명명하고 해결방법을 강구해오고 있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 현상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였는데, 1990년대초 일본의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더욱 급증하기 시작하여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2005년 일본에서 정의한 히키코모리의 개념을 토대로 한국의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반영하여 은둔형 외톨이의 개념을 재정의한 바 있다. 최소한의 사회적인 접촉 없이 3-6개월 이상 집안에 머물러 있고, 진학이나 취업 등의 사회 참여 활동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고 있으며, 친구가 하나밖에 없거나 혹은 한 명도 없고, 자신의 은둔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나 초조감을 느끼는 청소년을 말하되 정신병적 장애 또는 중증도 이상의 정신 지체(IQ 55-50)가 있을 경우에는 제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른 은둔형 외톨이는 2005년 약 10만 명으로 파악된 바 있으며, 국무조정실과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는 약 24~53만 명의 청년이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실제 조사에 의하면 40-50, 그리고 고령층 은둔형 외톨이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최근의 언론보도와 관련하여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많은 언론들이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들이 하나같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왔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고립에 대한 불만이 사회를 향한 분노가 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묻지마 범죄로 이어진다고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은둔·고립 청년들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직접 수백 명의 은둔형 외톨이들은 상담해왔던 이들은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직접 만난 은둔형 외톨이들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 대한 분노·실망과 능력 부족에 대한 자책을 신음처럼 토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아무리 경쟁적이고 유능함을 강조하는 세상이라 해도 다들 평범하게 살아내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못난 거죠.” 실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연구에서는 극심한 경쟁 사회에 대한 두려움’, ‘학교나 회사에서 느끼는 고립감’, ‘집단따돌림이나 괴롭힘의 경험’, ‘가족간의 관계에서 받는 상처’, ‘지나친 부모 의존으로 자립성을 키우지 못한 경우’, ‘심각한 자신감의 결여로 인한 자해적 심리상태등이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최근 발생한 강력 사건의 가해자들이 보여준 사이코패스적이고 치밀한 공격성과 너무나 다르다. 특정 사회구성원에게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면 그들은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그렇지 않음을 애써 증명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이런 과정은 어렵고 고단하다. 특히 자신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데 취약한 은둔형 외톨이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당한 형벌이 된다.

광주시는 지난 2022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은둔형외톨이 지원센터를 설치해서 운영해오고 있다. 전라남도도 지난달 21일 은둔형 외톨이 지원 5개년 기본계획을 세워 2024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라남도가 지난해인 202261일부터 한 달 동안 만 18세 이상 64세 미만 전 도민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남지역 은둔형 외톨이는 243(187·56)으로 나타났다. 은둔형 외톨이는 6개월 이상 외출 하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는 도민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외출 정도, 은둔 기간, 은둔 계기 등 11개 항목에 대해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은둔형 외톨이 연령대는 50대가 37%로 가장 많았고 4022.6%, 18~30대 이하 21.5%, 60~64세 이하 18.9% 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연계하고 포용하는 은둔 없는 전라남도라는 비전을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HOLO(홀로)STOP(스톱)’이란 전략목표를 세워, 개인상담, 예방교육, 직업훈련 프로그램, 네트워크 및 플랫폼 구축, 가족 대상 및 지역사회 프로그램 운영,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8월부터 전라남도사회서비스원 주도아래 은둔형외톨이를 주제로 한 통합사례관리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정량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의 시작은 만남이 될 수밖에 없는데, 당사자들을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더 긴 시간을 두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라는 용어도 은둔형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을 줄일 수 있게 고독한 외톨이’, ‘홀로 낭만 아웃사이더등으로 바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회에서 도태되고,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미래도 없어. 내일 죽어도 여한 없다고 생각하고 시간에 몸을 맡기고 지내는 중이야. 나는 뭘까.." (디시인사이드 은둔형 외톨이 갤러리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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