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경애 시인] 마한, 영산강 뱃길 따라 해양 실크로드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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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경애 시인] 마한, 영산강 뱃길 따라 해양 실크로드로 떠나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09.07 09: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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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애 시인

[목포시민신문] 올여름은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백중날, 유달산에 올랐다. 하늘은 구름을 머금고 있었다. 831일 여름 끝자락,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인 슈퍼 블루문을 보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영산강 뱃길 따라 실크로드 유적 답사를 떠나는 첫 여행도 기대가 되었다. 다행히 날씨는 답사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최근 마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전남문화재단과 the 베스트여행사와 함께 2023마한 역사 탐험대에서 영산강 뱃길 따라~ 마한, 해양 실크로드 답사1~6코스를 운영한다. 그동안 문학에 관련된 장소나 단순히 힐링하는 마음으로 영산강 주변을 여행한 적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엔 내가 사는 영산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역사, 문화, 예술에 더욱 깊은 관심과 공부를 하는 맘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1코스로 마한 문화권 전남 서부 영산강이 시작하는 담양 가마골 용소에서 영산강이 끝나는 목포 앞바다까지. 담양, 장성, 나주, 영암을 거쳐 목포로 돌아오는 코스다. 2코스는 전남 동부 순천, 여수, 고흥. 3코스는 전남 서부 나주, 영암, 해남, 목포. 4코스는 신라, 가야 문화권 경주, 고령, 함안, 김해. 5코스는 백제문화권 서울, 부여, 공주. 6코스는 외국인 참가자를 포함한 마한 문화권 전남 서부 담양, 나주, 영암, 해남, 목포로 마무리가 된다. 1~6코스 모두 흥미가 생기고 궁금증이 많아졌다. 그러나 신청자들이 많아 한 사람이 여섯 코스를 모두 참여할 수는 없다.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고심하며 배정하였다고 들었다.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주차장에서 8시에 모였다. 광주, 목포, 해남, 광양, 순천 등 새벽부터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담양으로 가는 길에 해설사 선생님은 마한의 역사와 실전에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해 주셨다. 잠깐 참여자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다들 마한 문화에 관심이 많아 거의 전문가 수준들이었다. 그동안 나는 문학과 창작에만 관심이 있는 터라 마한 역사에 대해서는 가장 문외한인 것 같았다. 어쨌거나 오늘은 가벼운 맘으로 실크로드를 여행하듯이 몸과 마음을 열어놓고 천천히 가보기로 하였다.

첫 번째 목적지인 담양 용소로 향했다. 담양은 10여 년 전 문순태 교수님이 운영한 생오지창작촌에 소설을 배우러 1년 정도 다닌 적이 있다. ,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쳤으니, 담양의 수려한 풍광과 아름다움을 몸소 익힌 셈이 된다. 이외에도 죽녹원, 소쇄원, 명옥헌, 메타프로방스, 가사문학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여러 번 갔었다. 그런데 왜 영산강 물줄기가 시작되는 용소에는 처음이었을까? 문순태 소설 타오르는 강에서 접하기도 했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강은 저절로 길을 찾아 흐른다. 높은 곳에서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인간의 삶과 역사와 함께 흐른다. 강은 본디 모습 그대로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고 또 다른 생명과 교섭하면서 힘의 원천이 된다.’

영산강의 시원지 용소에 온 감회와 함께 타오르는 강소설의 기억을 다시 소환해 내는 것도 나에게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올해 비가 많이 와서 폭포는 용솟음치듯 장관이었다. 이곳에 자주 왔던 분들의 말을 빌리자면, 제일 폭포가 힘찬 날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여름내 무엇에 쫓겨 살았는지 깊은 숲에 들어온 것도 오랜만이었다. 벌써 들판에는 나락() 들이 노란빛을 조금씩 띠고, 간간이 스치는 바람이 가을 냄새가 났다. 영산강 시원지인 용소에서 1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을 주었다. 출렁다리까지 올라가서 바라보는 용소 폭포 또한 장관이었다. 잠자고 있던 나의 시혼(詩魂)’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것은 또한 마한 역사를 깨우는 장소이기도 했다.

동아시아 고대 해상왕국 마한역사를 찾아 담양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장성 영천리 고분으로 향했다. 1985년 보해양조()공장이 들어서면서 조사된 곳으로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28호에 지정되었다. 여행을 가면 주조장을 찾아가는 재미를 알고 있다. 보해양조는 목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 그러니까 무조건 반갑다는 말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잎새주를 선호하리~’ 아무튼 보해 공장 안에 고분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돌방무덤고분 안에 직접 들어가 보기도 하고, 옆에 자라고 있는 커다란 은목서와 배롱나무와 파란 하늘이 그림 같았다. 함께 간 미국인 알렌은 안내판의 영어와 한국어 내용이 조금 다른 부분을 지적해 주기도 했다. 참여자들의 역사, 문화 수준이 만만치 않아서 덩달아 풍성해졌다. 시간이 짧아 보호 양조 견학이나 시음은 할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정을 쾌 빠듯하게 잡았다. ‘나주 복암리 고분 전시관도 볼거리가 많았다. ‘금동신발’, ‘옹관’, 발굴장면 재현 등 따로 와서 더 자세히 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영산포로 와서 나주황포돛배를 탔다. 영산강은 남도의 젖줄로, 350리를 굽이쳐 흐르는 물길은 비로소 나주에 이르러서야 강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목포와 영산포 뱃길을 이어주는 강을 황포돛배를 타고 있으니까? 옛 선사로 시간여행을 온 것도 같고, 또 홍어나 곡식을 싣고 나르던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나는 듯 기분이 묘했다. 나주 영모정에서 바라보던 강과 강에서 바라보는 영모정의 모습들 또한 풍류와 시심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갔다.

담양, 장성, 나, 영암, 해남, 무안, 목포……. 영산강 물줄기 따라 역사와 문화가 꽃피는 시간을 다시 꿈꾸어 본다. 마지막으로 목포대학교 박물관 일정까지 마무리 시간을 훨씬 넘겼는데도 참여자들은 질문과 관심을 두는 더없이 풍성한 시간이었다. 하루 일정으로 꼼꼼하게 둘러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앞으로 더욱 관심을 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전남의 마한 역사 흔적을 찾아 과거와 미래를 밝혀나가고, 현재를 사는 우리가 더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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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계연 2023-09-10 22:34:38
영산강의 심원에서 시작하여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시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풍경이 참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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