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교수] 세렌디피티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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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교수] 세렌디피티의 법칙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10.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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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동신대학교 교수

[목포시민신문]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도적으로 연구하지 않았는데도 훌륭한 결과를 발견해내는 능력또는 기대하지 않았던 우연한 발견이나 행운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특히 과학 연구의 분야에서 완전한 우연으로부터의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을 가리킬 때 많이 쓰인다. 그런데 왜 세렌디피티가 그런 뜻일까? 18세기 영국의 문필가인 호러스 월폴(Horace Walpole)은 어렸을 때 세렌딥 세 왕자의 여행과 모험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세렌딥은 현대에는 스리랑카로 불리는 곳으로 예전에 실론으로 불렸는데 아랍에서는 이를 세렌딥으로 불렀다고 한다. 이 책은 세렌딥의 왕자들이 여행하면서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어느 날 세렌딥의 왕 지아페르(Giaffer)는 세 왕자에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중요한 보물을 찾아오라고 명했다. 그리하여 여행길에 오른 세 왕자는 자신들이 원하던 것은 얻을 수 없었지만, 뜻밖의 사건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자신들의 마음속에서 찾아낸다는 이야기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호러스 월폴은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세렌딥의 왕자들의 활약상에 착안하여 우연한 뜻밖의 발견을 뜻하는 세렌디피티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세린디피티라는 말은 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연구 중의 실수가 역사적인 대발견으로 이어지는 일이 간혹 있는데, 그것을 세렌디피티라고 표현한 것이다. 초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독일의 뢴트겐이 발견한 엑스레이(X-ray)와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푸른곰팡이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1895118일 저녁, 뢴트겐은 암실에서 우연히 이 선(, ray)을 발견했는데, 수학에서 모르는 양을 흔히 X로 표시하듯 빌헬름 뢴트겐은 이 빛을 X선이라고 이름 붙였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8년 배양실험을 하는 도중에 실수로 잡균인 푸른곰팡이를 혼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은 후에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포스트잇'도 비슷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스펜서 실버란 연구원은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실수로 접착력이 약하고 끈적거리지 않는 접착제를 만들고 말았다. 누가 봐도 실패한 연구였지만 이를 보고 동료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꽂아 둔 책갈피가 자꾸 떨어져 불편했는데 이 접착제로 책갈피를 만들자!" 결국, 이 접착제로 '포스트잇'이 만들어졌고 3M은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행운은 그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행운은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만 찾아온다고 해서 세렌디피티의 법칙을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우연'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역사학자 돈 리트너(Don Rittner)역사는 환경(개인의 노력)과 타이밍, 그리고 세렌디피티가 어우러져 만들어진다.”라고 했다. 즉 푸른곰팡이를 발견한 것도, 엑스레이를 발견한 것도, 포스트잇을 발명한 것도 단순히 우연만은 아니라 발견자의 노력과 타이밍이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세렌디피티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과 경직되고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전혀 상관이 없고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까지도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눈여겨볼 마음가짐을 지닌다면 우연한 발견의 행운, 다름 아닌 세렌디피티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시절에 합격한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꾸준히 노력해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운이 없어서 떨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실력이 없는 사람이 운이 좋아서 합격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나는 운의 존재를 믿고 있다. 그리고 그 운은 내가 노력하면 할수록 내게 달라붙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 토머스 제퍼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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