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조기호 시인] 이제 곧 별이 뜰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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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조기호 시인] 이제 곧 별이 뜰 시간입니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10.2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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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호 시인

[목포시민신문]후광後光이란 어떤 사물을 더욱 빛나게 하거나 더 두드러지게 하는 배경적인 힘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눈앞에 환하게 드러난 대상에 환호하고 열광하기가 십상이다. 당장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스포트라이트를 바라는 우리들의 심리가 어쩌면 그런 류의 모습이기도 하리라.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지금 당장의 부요와 평안과 행복을 바라며 살아간다. 사실 그것은 당연한 바람이며 또한 누구나가 누려야 할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살이는 생각과는 달리 끊임없는 수고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늘 가난하고 곤궁하고 팍팍하기만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타깝고 쓸쓸한 마음의 한구석에서 터져 나오는 실망스러운 자탄의 목소리를 내뱉는 것이다. , 나는 어찌 이리도 복(?)이 없을까. 그렇다, 복이란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만한 행운이거나 거기서 누리는 행복이라니 불만스러운 오늘의 일상이 지지리도 복 없는 삶일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복이란, 가난한 사람에게 물으면 돈 많은 것이 복이라 하고, 돈 많은 사람에게 물으면 건강한 것이 복이라 하고, 건강한 사람에게 물으면 화목한 것이 복이라 하고, 화목한 사람에게 물으면 자식 있는 것이 복이라 하고, 자식 있는 사람에게 물으면 무자식이 복이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복이란 결국 남에게는 있는데 나에게는 없는 것을 얻게 되는 것을 복이라 여기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도리어 우리는 남에게는 없는데 나에게 있는 것, 그것을 복이라 여기며 감사할 수는 없을까.

밤하늘을 보라, 그 하늘의 찬란하고 현혹적인 별빛이란 우리가 자세히 살펴보면 깜깜하게 하늘을 덮은 어둠이라는 후광이 만들어낸 황홀경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낮의 별을 상상할 수 없음은 바로 그런 까닭인 것이다. 문득 나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삶의 후광은 어떤 것들일까, 아니 어떤 모습들로 반짝이고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세상의 모습들이란 저마다 제각각의 후광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그 아름다운 모습의 뒤에 보이지 않게 뒷받침된 누군가의 수고이거나, 또는 아직 발현되지 못한 누군가의 뜨겁고도 미욱한 땀방울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자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부모님의 기도와 정성 같은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기 스스로가 그동안 자신의 삶을 위해 애써 몸부림했던 지난至難하고 고통스런 시간들이 바로 지금의 나를 말없이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고 후광이란 어느 하나가 그저 또 다른 하나를 다만 떠받치고 빛나게 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슬픔이 있어서 위로가 있고, 고통이 있어서 평안이 있으며 네가 있으므로 내가 존재하는 것처럼 후광이란 그렇게 서로를 돕는 상호보완재와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눈앞의 시간들이 어둡다. 그러나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어둠의 시간을 건너야 하는 것이다. 나는 행복이든 불행이든 마침내 나를 떠받쳐줄 내 삶의 후광은 정작 어떤 것들일까 궁금해진다. 그것은 어쩌면 그동안 용케도 힘을 잃지 않도록 나를 여기까지 붙들어온 내 많은 허물과 어리석음과 실망과 좌절과 눈물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보는 것이다. ‘빛의 후광은 어둠이다/ 그러나 어둠의 후광이 빛이 되기도 한다// 별을 위하여 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밤을 위하여 별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밤이 없으면 별 또한 없다/ 별이 없으면 밤 또한 없다// 끊임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끊임없이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빛과 어둠// 그러나/ 이 밤/ 갈 곳 없이 배회하는 누군가의/ 허물과 어리석음과 실망과 좌절과 눈물의 후광은/ 지금 어느 곳에 쓰러져 있는 것이냐’(조기호의 시 빛이거나 어둠이거나부분)라는 노래처럼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깜깜한 밤하늘은 아직 열리지 않은 새벽의 전조前兆이며 곧이어 돋아날 빛의 후광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세상의 어떤 일이든 거저 바라는 것은 죄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저 편안하고 안락하고 풍요롭기만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그것은 분수에 넘치게 탐하거나 누리고자 하는 어리석음에 다름 아닌 까닭이다. 내게 주어진 것들이 지금은 당장 마음에 차지 않고 미흡할지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그렇게 주어진 일들을 정성스럽게 지켜나가는 저마다의 수고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그것이다. 복이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수고로 지어내는 기쁨(혹은 평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당신의 밤하늘이 어둡고 깜깜하다면 다음의 노래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라. ‘ 별처럼/ 반짝거리고 싶다고?/ 그래,/ 밤하늘이 없다면/ 별이 뜰 수 없겠지.// 지금/ 니 마음이/ 밤하늘처럼/ 어둡고 깜깜하다면/ 이제/ 곧 별이 뜰 시간이 되었다는 거니까.’(조기호의 시 니 마음이 어둡고 깜깜할 때전문)

그대가 지금 빛이라면 당신을 품고 있는 어둠에 감사하라. 그리고 그대가 지금 어둠이라면 당신이 품고 있는 그 빛에 감사하라. 무릇 우리의 삶이란 어둠이 깊어지는 그때, 당신을 탄식케 했던 허물과 어리석음과 실망과 좌절과 눈물의 후광을 거느리며 이제 곧 당신의 별이 뜰 시간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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