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송정미 대표] 사회적 약자의 활동을 보호하는 국가 예산은 지금 삭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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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송정미 대표] 사회적 약자의 활동을 보호하는 국가 예산은 지금 삭제 중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10.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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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송정미
청소년 활동, 외국인노동자지원활동, 남녀고용평등지원활동 일자리도 사라질 위기

[목포시민신문] 2024년도 청소년 활동과 관련된 예산이 전액 삭감 될 위기에 처해있다. 청소년 활동과 관련하여 청소년 동아리, 어울림 마당, 청소년 프로그램 등 활동예산 38억원, 청소년 국제교류 128억원 청소년 정책 활동 26억원 성인권 교육 5억원 등 197억원을 전액 삭감한다고 여가부가 2024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청소년기본법에 의하면 청소년은 9세부터 24세까지를 말하며 20239월 통계로 보면 청소년 인구는 7,938,549명이다. 197억원은 약 8백만명의 청소년이 자율적 의사에 따라 각 지역에서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찾아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자신의 희망과 미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아주 작은 기회의 운동장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 운동장을 없애겠다고 한다. 내년도 국가예산 657조 중에서 197억은 0.003%에 해당한다.

0.003%에는 지역 청소년 지도사를 비롯한 지역 청소년 활동가들의 생계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청소년의 도전, 청소년의 역량, 청소년의 미래에 대한 싹이 197억원 예산 삭감으로 짓밟히고, 고사하고 있는 지역의 활력을 그나마 우리 청소년들이 이러한 활동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없애겠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청소년과 함께 숨 쉬며 활동하는 청·장년 청소년 지도사, 청소년 활동가들의 생계는 어찌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직, 기간제, 파트타임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직 청소년들만 바라보고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계는 아예 고민조차 하지 않은 모양이다.

청소년 예산 197억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맞물려 있다. 정부는 다시 생각해서 청소년 활동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 아니라 더욱 증액해야 한다. 청소년을 오직 학교 울타리에만 가두어 둬서는 안 될 일이다. 청소년은 대체적으로 학교생활 위주로 시간이 편성되어 있으나 그 시기에 청소년은 끊임없이 자신의 진로, 자신의 취미, 자신의 역량, 자신의 장기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시도하고 도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이든 청소년 활동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도무지 청소년이 학교 외 다른 곳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의 다양한 활동이 지역의 생명력이고 국가의 생명력이다. 멀리 미래를 내다 볼 필요도 없다. 바로 오늘 전국 모든 지역의 쇠퇴가 바로 그 증거이다. 청소년이 학교와 집, 그 밖에 어디 갈 곳이 있는가? 그나마 학교프로그램 안에 들어있는 청소년 활동, 지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단체 기관뿐이다. 이러하니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 활동예산을 증액하기는커녕 0.003%의 예산을 아예 삭제하겠다고 하니 정말이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디 이 뿐인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71억원도 전액삭감 한다고 한다. 현재 9개 거점센터와 35개 소지역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약 20여 년 간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어 교육,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을 비롯해 산업안전교육 및 각 종 노동인권침해 상담 및 권리 구제, 사업체와의 갈등 문제 등을 상담하면서 한국 사회 적응과 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 예방에 앞장서 왔던 이들 지원센터 예산을 도대체 왜 삭감하려 드는 것일까? 단기간 체류자도 있고, 장기 체류자도 있으며,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도 있다. 또한 아예 한국으로 이민을 해서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 가족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 들었다. 한국 땅에서 그나마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하며, 그들의 권리를 위해 토, 일요일도 근무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한국사회에 뿌리 내리게 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없애 한국사회에 무슨 이득이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센터 직원들의 일자리를 잃게 만드는 것이 이 예산 삭감의 목적일까?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서 일을 하면 외국인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일을 하면서 말도 통하지 않고, 그 문화도 모르며, 오롯이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데 온갖 업신여김과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노동인권을 침해당하는데도 어디 가서 상담할 곳도 없다면 어찌 되겠는가? 어디 한군데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말을 들어주며 그 사회의 문화를 이해하게 만드는 공간이 있다면 한국인들의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그런데 한국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없애고 노동부나 산업인력관리공단으로 그 업무를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을 대폭 증원해서 토요일 일요일 근무하며 외국인노동자에게 제대로 지원이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러한 것을 기대하는 하는 난망이다. 현재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으면서도 공무원 증원은 안 된다고 하여 이들 시험에 합격한 예비 공무원들이 2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여성고용평등 상담실에 대한 예산 감소는 어떠한가? 121500만원에서 51000만원으로 7억원을 삭감했다.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차별 등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여성이다. 이러한 여성이 그나마 상담을 하며 권리 회복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 여성고용평등상담소이다.

이밖에도 가정폭력상담소 인원을 감축하고 상담소 운영 시설을 축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 모양이다. 이러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보이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이들 모두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된 자기 요구를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이다.

한국 사회 청소년이 무엇을 주장하고 우리 사회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목소리를 담는 마이크가 없다. 외국인 노동자가 어떻게 한국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는지, 어떤 구조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는 그들이 재해를 당했을 때만 잠깐 뉴스에 나올 뿐 그들의 권리를 위해 사회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노동인력으로만 볼 뿐이다. 공동체 사회 일원으로 보고 있지 않다. 같이 살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당하고 있다.

2023년도 6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평등 지수는 세계146개국 중에서 한국은 105위로 지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이스라엘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가나, 부탄, 세네갈 보다도 그 순위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성평등이란 단어 자체를 금기시하는 국가로 돌아섰다.

아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포고까지 했다. 참 희한한 모습이다. 이렇다 보니 12억에 불과한 예산 중 7억이 싹둑 잘려나간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배제, 폭력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우려되고 있는 지점이 이런 것들이다. 국가가 나서서 오히려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고 그들의 역량을 학교 외로 넓혀갈 수 있도록 크게 확장해야 함에도 오히려 축소하고,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려면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해야 됨에도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려 하고, 인구의 절반은 여성임이 분명한데 끊임없이 그 여성이 하는 활동을 저해하는 정책을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산을 아예 프로그램 상에서 삭제하는 정책적 목적은 분명히 있을 터이지만 한번 무너진 둑은 일으켜 세우기 힘든 법이다. 또한 막혀있던 봇물이 터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사회가 안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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