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이주의 책] 100년이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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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이주의 책] 100년이 지나면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11.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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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초월한 관계미학의 관점으로 읽기

100년이 지나면

이시이 무쓰미 글. 아베히로시 그림. 엄혜숙 옮김

살림. 2021.5.

[목포시민신문] 100년이 지나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까! 이 책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어서, 함께 마주하는 진정한 관계의 아름다움에 관한 통찰은 말한다.

옛날 옛날에, 넓은 초원에 사자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넓은 초원에 사자 한 마리가 있다는 것은 생태적으로 이미 척박한 초원이 되었다는 외로움과 단절을 전제한다. 육식동물인 사자가 굶주림에 허덕이며 풀과 벌레로 연명하면서 초원의 왕으로 동물들을 군림하던 옛 시절을 회상한다. 관계 속에서 인정을 받을 때만 왕으로 가치가 있는 것,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는 죽음의 땅인 이곳에서 사자는 어느 날, 상처를 안고 다가온 작은 새, 나이팅게일을 발견한다. 나이팅게일은 사자에게 자신을 먹어도 좋다며 힘든 날개를 접고 사자와 마주한다. 작고 지친 나이팅게일의 얼굴을 보며 잡아먹을 수 있는 본능을 사자는 포기한다. “난 고기는 먹지 않는단다. 내가 먹는 건, 풀과 벌레야”. 서로 공통점이 있음을 말하며, 그때부터 사자와 나이팅게일은 서로를 의지하고 보듬으며 살아간다. 새는 사자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었고, 사자는 새에게 갈기 속에서 잠들게 해주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법, 이제 둘은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사자는 울었다. 새는 100년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사자는 꼼짝하지 않고 오직 하나만을 생각한다. 100년은 얼마쯤일까? 사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가을을 지나는 우리는 붉게 물든 나뭇잎을 마주하며, 시간의 흐름을 안다. ‘이제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겠네’. 그리고 이 또한 영원하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기약 없는 시간 속에서 공간의 연속성을 가끔은 잊고 살아간다. 공간은 내가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변화하는 것이고, 시간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담고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은 연관성이 있어서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공간과 시간을 함께하는 만남은 수없이 많다. 지금도 우리는 하루에 많은 사람과 마주하고, 계절을 지나며 바람과 별과 꽃과 달을 만난다. 시공이 함께해야 관계는 온전해진다. 사자와 새가 함께 있던 초원은 관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관계 미학은 이처럼 시공이 일치해야 함을 전제한다.

100년의 틈은 어떤 의미일까! 정적, 비움, (: 여기서 는 없음이 아닌 )의 시간에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100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 무엇이다. 100년이 지나, 사자는 바다의 암벽에 붙은 조개가 되고, 작은 새는 바다의 파도가 되었다. 다시 둘은 정답고 아름답게 관계한다. 관계한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조합이다. 100년이 지나, 사자와 새는 다른 모습으로 만난다.

지금 시공을 함께하는 너와 나는 이미 100년 전에 만나 아름답게 마주한 경험이 있었다. 100년의 시간은 관계를 시작하게 하는 원천이며 힘이다. 작은 입자로 떠돌다가 같은 시공간 속에 함께 마주하게 하는 우주의 공력이다. 얼마나 경이롭고 소중한 관계인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가 머무는 공간 속에서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는 것이다. 새로운 만남은 100년의 시간을 준비하는 우주의 공력에 잠시 맡겨두고, 지금까지 함께 해 온 만남들에게 미련 없이 사랑을 주고 에너지를 쏟아보자. 100년 지난 어느 시공의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책의 향기로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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