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김기중 대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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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김기중 대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11.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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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무상화평준화전남운동본부 상임대표 김기중

2028 대입 개편안 유감

[목포시민신문] 교육부가 지난 1010일 발표한 ‘2028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개편안은 현재 중2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해인 2028년부터 적용되지만, 이 학생들이 고1이 되는 2025년부터 일반고까지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는 점에서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잘 알다시피 고교학점제란 기존 교과의 단위개념을 학점으로 바꾸어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다양한 교과목을 이수토록 한 다음, 누적 학점에 따라 고교 졸업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행 상대평가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교육부의 2028 대입 개편안을 보면 내신과 수능 그 어디에도 절대평가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고교학점제 취지 무색

교육부 개편안을 살펴보면, 내신은 기존 9등급 상대평가 방식에서 5등급으로 급간을 줄이는 대신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겠다는 것인데, 교육부는 그 이유로 2025년 고1 상대평가, 2,3 절대평가 방식이 적용될 경우, 1은 내신 경쟁이 심해지고, 2,3은 성적 부풀리기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격으로서 절대평가라는 고교학점제의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변별력 약화나 성적 부풀리기 우려 등은 등급별 상한선 책정이나 일부 과목만의 상대평가 병기, 대입 면접 강화 등의 과도기적 대안을 모색해볼 일이지 둘 다 병기하게 하여 상대평가에게 확실한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학습 부담 가중과 조기 사교육 심화 우려

수능의 경우도 기존의 9등급 상대평가(영어, 한국사 제외)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선택과목들을 공통과목으로 한데 묶음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선택권을 축소시키고 있다. 국어, 수학은 국어공통, 수학공통으로, 사회, 과학은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직업은 직업공통으로 묶어서 치르게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선택과목이 다양해지면 수험생 간 유·불리 문제가 존재하므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이 또한 고교학점제나 수능 자격고사화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오히려 수학 교과의 전문성과 변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미적분과 기하 과목만을 심화수학으로 따로 묶어 치르게 하는 안을 저울질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조기 입시전문 사교육이 더욱 횡행할 것이며 아이들은 마치 경주마처럼 상대평가의 노예가 되어 엄청난 학습 부담으로 신음할 것이다.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이번 교육부 대입 개편안은 아이들의 창의성 신장과 미래사회 역량을 키워주는 데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과거 베이비 붐 시대 경쟁교육 체제로 퇴행하는 안이다. 이제는 상대평가 줄 세우기가 아니라 절대평가 생각 키우기로 교육의 방향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상대평가 줄 세우기가 엄존하는 한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시선에 의한 자기규정을 강요당하면서 이를 평생토록 내면화하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교육 종사자들이나 민주시민들은 이와 같은 상대평가제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오래 전부터 애써오고 있다. 대안교육이나 혁신학교 운동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입시경쟁교육 철폐해야

그럼에도 이와 같은 교육적 실험이나 실천 등은 결국 상대평가라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대입제도의 철옹성 앞에서 그만 멈추어 서고 만다. 이를 반증하듯이 최근 전국의 시도교육감들까지 나서서 내신과 수능 모두 절대평가 도입을 촉구했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목소리들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대학무상화·평준화라는 대의에 흔쾌히 동의하고 그 깃발 아래 함께 모여 교육혁명의 도도한 행진을 지속시켜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 시기 우리 운동의 당면 과제가 이번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편안의 절대평가로의 전환과 입시경쟁교육 철폐에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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