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송정미 대표] 부끄러운 판결! 여전히 바람 앞에 선 등불 같은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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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송정미 대표] 부끄러운 판결! 여전히 바람 앞에 선 등불 같은 존재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12.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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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송정미 대표

[목포시민신문] 20181211월 새벽 320분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김용균 노동자는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 벨트에 몸이 끼여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23127일 대법원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당시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서부발전은 한국전력에서 분리되어 나온 자회사로 공기업이다.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의 주 사업체 중 하나가 바로 태안화력발전소이다. 나이 스물네 살의 김용균 노동자는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하여 2018917일 첫 출근 했다. 그리고 입사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야간근무 도중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입사 3개월도 되지 않는 시점이면 수습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기간에 전날 저녁 630분부터 다음날 아침에 퇴근하는 12시간 야간근무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태안화력발전소는 김용균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기 이전 9년 동안 1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매우 위험한 발전소였다. 10명의 노동자 생명을 앗아간 발전소를 공기업이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별다른 안전 강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작업 매뉴얼에는 21조로 근무하게 되었음에도 근무자는 김용균 노동자 한 명이었고 컨베이어 벨트 부근에는 조명등도 켜져 있지 않았다. 뉴스 화면으로 보는 작업 현장은 석탄가루가 뿌옇게 끼인 것 같기도 하고 불빛마저 희미해 어둡게 보인다. 입사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았던 청년 노동자는 그 어둠 속에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대한민국 법정은 그 죽음에 대해 가해자의 죄를 묻지 않았다.

왜 원청은 하청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이 없어야 되는 걸까? 직접적 고용 관계가 없고 산재 위험이 있는 줄 몰랐다는 것이 무죄 판결 이유라고 하는데 이 무죄 판결의 이유가 도저히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은 태안화력발전소는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산재가 일어나기 전 9년 동안 1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업체였다. 그런데 원청 대표이사가 어떻게 위험을 감지할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21조 매뉴얼도 이행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조명도 제공되지 못했고 비상정지 장치도 불량이었는데 이러한 것들이 산업재해 원인이 된다는 것을 대표가 몰랐다고 한다면 공기업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는 노동자 안전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산업재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는 확답을 준 판결을 내렸다. 사실 어이가 없다.

김용균 노동자가 일 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후 어머니 김미숙씨는 울부짖으며 스물 네 살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다. 또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은 부모가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을 위해 앞장섰고 끊임없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투쟁을 벌인 노동계의 요구에 의해 20211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이라는 단어가 삭제되고 노동계 요구보다 훨씬 후퇴한 법안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란 법안으로 제정되었다. 이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이 아니고 5인 이상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41월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했는데,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또 다시 2년 더 유예하자며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하고 있다. 2022년도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수는 22백 여 명이었는데 이중 사고 사망이 874명으로 월73명 정도가 사고로 사망했다.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707명이 사망해서 실질적으로 80% 이상의 재해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비정규직, 기간제, 하청 도급업체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산업재해에 대해 여전히 규모가 큰 대기업, 공기업과 같은 원청은 책임을 기피하고 회피할 수 있는 길을 국회와 법원이 마련해 주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참으로 노동자의 생명이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로운 지경이다. 2018년 최저시급은 7,530원이었다. 20176,470원보다 16.4%가 올랐다고 해서 금방 기업들이 곧 파탄 날 것 같이 호들갑을 떨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해 여론 몰이를 하면서도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은 외면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여 입사한 곳이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이었다. 그리고 월 임금은 165만원 정도로 최저시급으로 환산한 월 임금 157만원보다 8만원 더 많은 금액이었다. 주간근무만 했던 것은 아니다. 사망할 당시 12시간 야간근무 중이었으니 얼마나 노동환경이 열악한 조건이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수 만 명의 청소년, 청년들이 최저시급으로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수하며 일을 하고 있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노동자의 생명을 우선하는 것 보다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책임을 묻지 않는 면죄부 정치를 지속하고 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그저 용돈 벌이로 취급하고, 청년 일자리 부족은 눈높이를 낮추지 않은 탓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 어찌 우리 젊은 세대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 대기업의 하도급 노동, 용역 노동을 좀 더 규제하고, 반드시 노동자의 산업재해는 원청이 책임지게 하는 체계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처벌법 유예로 또 다시 값진 생명을 잃게 해서도 안 된다. 어디에서든 안전하게 일 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안심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사회일 텐데 갈수록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수록 불안전하기만 하니 참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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