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현진 박사]문화도시 목포, 전통과 현대의 매력이 공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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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현진 박사]문화도시 목포, 전통과 현대의 매력이 공존해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3.12.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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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전 목포시청 국장·경영학 박사

[목포시민신문] 걸어서 남산을 올라가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사각사각 부서지는 낙엽을 밟으며 단풍으로 곱게 물든 나무 사이를 걷는 늦가을 남산 길은 운치 있고 아름다웠다. 친척 결혼식이 있어 서울을 가는 길에 남산에 있는 국립극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경극(京劇) ‘패왕별희를 한국의 창극(唱劇)으로 연출해 선보인다 해서다.

왜 한국의 국립창극단(國立唱劇團)이 중국 경극(京劇)을 창()으로 연출하려고 생각했는지, 우리의 창극과 중국 전통예술과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경극 관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에서 근무할 때 베이징에서 개최된 국제행사와 관련 중국정부 초청으로 패왕별희경극을 접한바 있다. 소설 초한지와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 줄거리는 충분히 알지만, 배우들의 얼굴 분장이나 무대 분위기가 너무 생소하여 그 때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패왕별희를 한국의 창극으로 재구성한다 하니 꼭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겨 일부러 갔다.

국립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경극을 판소리와 연결하려는 야심찬 시도에 해오름극장 1220석이 만석이다. 이날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행사 배경을 알기 쉽게 설명한 대만 출신 우싱궈 총감독의 의욕적인 해설이었다.

창극 현대화의 일환으로 판소리를 연극, 오페라 등 다른 장르와 융합해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시도했다고 소개하면서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유머를 곁들여 해설하는 등 전통 문화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 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설명을 듣고 보니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던 경극과 판소리를 동시에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중국 전통예술의 멋을 이해하면서 우리 판소리의 우수성과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자신만의 전통 음악이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판소리가 있고, 일본에는 가부키가 있으며 중국에는 경극이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전통 문화에 대한 민족적 자부심이 대단하지만 선택의 폭과 표현 방식이 일반 대중문화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젊은 층의 호응도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젊은이들로부터 외면 받아서는 미래로 계승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원형을 보존하여 계승하되 내용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재구성하여 대중과 친밀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패왕별희공연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전통 문화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서남권 자치단체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히 대한민국 4대 관광 거점도시이자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세계적인 관광·문화 허브를 꿈꾸고 있는 목포시의 경우는 이런 부분을 더욱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관광은 문화가 곁들여져야 제대로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최근 관광 트렌드는 단순한 패키지 형식에서 벗어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공연 관람이나 그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찾아가는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낸 ·복합콘텐츠 분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을철 들어 문화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바다 위에서 열렸던 생선 시장인 파시를 주제로 하는 목포시의 항구 축제를 비롯해 신안군 자은도 백사장에서 열린 104대의 피아노 연주와 국악과 피아노의 협연 등이 인상적인데 우리지역의 블루오션인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무대를 꾸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종전과는 달리, 섬과 바다 등 목포권의 매력을 알릴 수 있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로 차별화함으로써 해양문화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건은 이러한 좋은 내용들을 어떻게 이어가고, 더 효과적으로 발전시키느냐에 있다. 문화도시에 걸 맞는 콘텐츠의 핵심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현실화하여 관광과 접목시킬 것이며, 그에 의한 시너지 효과가 어떠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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