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역사를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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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역사를 바꾸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6.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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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문명에 대한 역사적 성찰과 미래모색

[목포시민신문] 도시는 인류문명과 출생의 비밀을 함께하는 친숙하고 오랜 공간이자, 언제나 혁신적인 사상과 과학기술, 문화예술로 시대 변화를 선도하는 낯설고도 새로운 공간이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인 도시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인문학의 시각에서, 특히 역사적 시각에서 접근할 때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도시사는 도시의 탄생과 성장과정, 정체나 쇠퇴, 도시환경의 변모, 도시행정과 정치, 도시의 경제활동, 도시사회의 갈등, 도시문화의 다양성 등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파악하여 오늘의 도시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게 해주고 이를 기초로 미래의 도시, 미래의 삶의 방식을 상상하게 해준다. 
 

 

 미국의 도시 역사 문화 연구자이자 언론인인 조엘 코트킨의 저서 『도시, 역사를 바꾸다(The City : A Global History)』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을 망라하는 도시문명사 안내서이다. 총 6부로 구성된 책에서 제1부는 종교적 신성의 중심지, 제국의 중심지, 상업적 중심지들인 최초의 도시들을 다룬다. 제2부는 그리스 도시국가들과 헬레니즘의 신도시, 비잔틴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소개한다.

제3부는 유럽 고대도시의 몰락 이후 세계도시문명을 주도한 이슬람 도시의 “코스모폴리탄적인 특징이 교역의 증대를 비롯해 예술, 과학의 발달을 이끌었다”는 것과 비교된다. 인도의 도시 역시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가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억눌러 쇠락하였다. 제4부에서는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도시들의 발달 이유를 상인 정신, 고대 도시 전통의 포용과 그 전통을 발전시키려는 창의성에서 찾고 있다. 제5부 산업도시는 19세기 영국과 미국 도시의 성장, 산업도시의 대안의 모색 등을 다룬다. 제6부는 20세기 중반 교외의 팽창, 제2차 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아시아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 도시들에 남겨진 식민주의의 유산, 홍콩, 싱가포르, 서울, 개혁개방 시기 중국의 도시 실험 등 극동의 도시들이 지닌 활력을 고찰한다.

결론에서는 오늘날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개발도상국의 메가시티, 세계도시의 위계질서화, 스펙터클한 오락도시, 고급주택화 등에 우려를 나타낸다. 저자는 바람직한 미래 도시문명을 위해 “도시는 거주자들을 한데 아우르는 그래서 그들이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정체성 안에서 생활해 나가게끔 하는 의식을 발달시켜야” 하며, “세계화 시대에 도시는 의견이 다른 인구들을 조정할 능력을 갖춘 윤리적 규율을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저명 도시의 역사 문화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반영하면서 수천 년의 도시문명사를 몇 시간에 정독이 가능한 분량으로 압축한 것 자체가 첫 번째 장점이다. 두 번째 장점은 연대기적 서술에 그치지 않고 도시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 도시의 쇠락을 낳은 요소를 장소의 신성, 안전과 치안, 시장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요소, 즉 문화정체성, 정치, 경제의 교집합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장점은 이슬람권, 동아시아권 등 비서구 지역의 전통적 역사문화 도시들, 현대 동아시아의 도시들을 상당한 비중으로 다루며 도시문명이 지닌 보편성을 확인시켜 준다는 점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아메리카, 아프리카 전통도시들, 오세아니아 도시들에 대한 소개가 부족하다. 아울러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맞서 갈등하고 타협하며 보다 나은 도시를 만들고자 했던 도시민의 주체적 노력에 대한 분석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현대의 메트로폴리스가 지닌 각종 문제들을 언급하지만 그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문명사를 이해하는 소중한 안내서로 여러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는 가치가 있는 책이다. 오늘과 내일의 도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

서평자/ 민유기 (경희대학교 사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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