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교수] 노인 유감, 그리고 유니버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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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교수] 노인 유감, 그리고 유니버설 디자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1.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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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 동신대학교 미래라이프대학 학장

[목포시민신문] 지난 연말에 모처럼 영화관에 갔다. 80이 넘으신 어머니가 동네 친구분들하고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천만이 넘었다는 그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비록 80이 넘은 고령의 두 노인들을 모시고 간 나들이었지만 코로나 팬더믹 이후로 거의 4년만에 찾아간 영화관은 아내와 처음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만큼 설렘을 주었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 천만이 넘게 보았다는 영화에 대한 기대도 컸다. 영화는 재미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이지만 섬세한 연출로 만들어진 영화로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과 감동이 있었다. 어머니와 친척 할머니도 재미있었다고 하셨고, 모처럼의 영화관람에 즐거워 하셨다. 너무나 즐거워하는 두 분의 모습과 이것이 영화보러오는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어머님의 한탄의 말씀이 마음에 걸려 새해 첫 주 두 분을 모시고 다시 영화관을 찾았다. 이번에는 앞으로 천만을 기대한다는 영화를 관람하였는데, 이번에는 지난번에 겪지 않았던 어려움이 두 노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영화가 내용 전개상 중국말과 일본말이 간간이 섞여 있었는데. 자막을 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비교적 젊은 나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눈이 좋지 않으신 어머님은 자막을 거의 읽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상영관은 지난번 상영관보다 층이 높고 더 넓은 곳이었는데, 상영관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극장 안 계단, 그리고 나오는 길에 있는 계단이 훨씬 더 많았고, 계단을 오르고 내려오시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다행히 평일이어서 한산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지는 않았으나 힘들게 이동하시는 모습이 역력했고, 오히려 나에게 미안해 하시는 말씀을 자주 하셔서 죄송하고 민망했다.

벌써 1년 앞으로 다가온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초고령사회를 노인 입장에서 보면 노인인구가 많아져서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렵게 된다라는 시각이 아닌 인구의 20%나 되는 노인들이 소득과 건강, 여가와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소외되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하여야 할까?’가 더 중요하다. 과연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니 준비는 하고 있을까? 노인들과 동반한 이번 영화관 사태(?)를 겪으면서 문득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혹은 보편적 디자인으로 불리며, 연령,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장애를 가진 이용자를 위해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배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 free design)과 구별될 수 있다. 그러나 유니버설 디자인은 배리어 프리 디자인의 개념을 포함하며, 보다 더 많은 이용자 계층을 고려하는 것으로 더 넓은 범위를 가진 이용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로는 손아귀 힘이 약한 사람을 위해 과거의 원통형 문 손잡이를 레버식으로 바꾼 것이나, 휠체어를 탄 사람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와 만나는 도로 경계석의 턱을 비스듬하게 낮춘 것 등이 있다. 영국의 셀윈 골드스미스에 의해 처음 개념이 정립되었으며 미국의 로널드 메이스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의학의 발달과 영양섭취의 질적 증가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심한 부상이나 질병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면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유니버설 디자인이 시장에 강력하게 침투한 산업도 많지만, 아직 그러하지 않은 산업도 많이 있다. 현재 유니버설 디자인은 기술, 교육, 서비스, 제품, 환경 등의 디자인에 적용되고 있다. 2012년에 미국 버팔로 대학교의 에드워드 스타인펠드와 조다나 메이젤은 "유니버설 디자인은 인간의 활동과 보건, 건강, 사회 참여를 증진함으로써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디자인 과정이다"라고 정의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고안된 초기의 4원칙은 기능적 지원성(Supportive Design), 수용성(Adaptable Design), 접근성(Accessible Design), 안정성(Safety Design)이었다. 이후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가 7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원칙 1. 공평한 사용 (Equitable Use) -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팔릴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2. 사용상 유연성 (Flexibility in Use) - 개인 선호나 장애, 능력과 관련하여 넓은 범위에 맞출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Simple and Intuitive Use) - 사용자의 경험이나 지식, 언어, 집중도와 무관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4. 알아챌 만큼 충분한 정보 (Perceptible Information) - 사용자의 감각 능력이나 환경 조건과 무관하게 사용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디자인한다.

원칙 5. 실수를 감안 (Tolerance for Error) - 사용자가 잘못 쓰거나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더라도 위험이나 역효과가 최소가 되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6. 적은 물리적 노력 (Low Physical Effort) - 사용하기 편하고 피로가 줄이도록 디자인한다. 원칙 7. 접근하고 사용하기에 적절한 크기와 공간 (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 - 사용자의 체구, 자세, 이동성과 무관하게 접근하고 사용하기 편하도록 크기와 공간을 디자인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노인을 케어해야 하는 이들에게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원해서 노인이 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잘못해서 나이가 드는 것도 아니다. 노인들을 위해, 그리고 초고령사회를 맞는 우리나라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가는 다 알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제 실천이 필요할 때이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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