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나전칠기박물관 건립, 넘을 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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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나전칠기박물관 건립, 넘을 산 많다
  • 류용철
  • 승인 2024.01.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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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주민공청회 열려… 박물관 필요성 의문 제기
2007년 목포국립해양유물전시관 박물관 승격 불발
224억 들인 자연사박물관 운영비 등 예산 눈덩이
‘손혜원 박물관(?)’… 건립 두고 지역 여론도 갈려

[목포시민신문] 목포시가 공식적으로 나전칠기 박물관건립에 나섰다.

하지만 국립이든 시립이든 공립으로 박물관을 설립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목포시에 따르면 공립박물관 설립의 첫 행정절차인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서를 오는 1월 말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목포시는 지난 10일 목포자연사박물관에서 시민과 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칭)한국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사업'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한국나전칠기박물관 건립은 지난해 5월 재단법인 크로스포인트 문화재단으로부터 기증받은 근현대 나전칠기 공예품 294점을 전시하기 위한 국내 최초 공립 나전칠기박물관을 목포에 건립하는 사업이다.

이날 공청회는 박물관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용역을 수행하는 기보미 한국디자인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의 중간용역 보고에 이어 전우용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가 좌장으로 전문가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지정토론에는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이한근 목포대 경영학과 교수,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가 참여해 나전칠기 박물관의 필요성과 발전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칠용 회장은 "해외에서 더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나전칠기를 주제로 목포에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나전칠기 박물관이 세워지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이어 진행된 질의 응답에서는 공청회의 절차적 정당성과 박물관의 목포 건립 필요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의 반대가 여전히 표출됐다.

한 시민은 "12공방이 지금도 운영되는 등 나전칠기와 밀접한 경남 통영에서도 실패한 박물관을 목포시에서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목포만의 특별함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물었다.

또 다른 시민은 이미 박물관 건립을 염두에 둔 공청회 진행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손혜원 전 의원의 나전칠기 기증 관련 협약은 지난해 5월인데, 박물관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은 이미 3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시는 1월 중 실시할 박물관 설립과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박물관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반영하고 향후 박물관 건립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립박물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 정부였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3년부터 목포시는 갓바위문화권에 위치한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의 박물관 승격을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목포 해양유물전시관의 박물관 승격 문제는 지난 20037월 지역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박물관승격추진위원회가 당시 문화부 장관인 이창동 장관에게 처음 건의했고 그 후 정동채 장관에게도 이 문제를 적극 건의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냈었다. 심지어 정동채 장관은 전시관 방문시 방명록에 박물관 승격을 축하한다는 메세지를 전해 지역에서는 박물관 승격이 확정된 분위기였다.

또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나서 20067월 행자부에서 박물관 승격에 따르는 증원 조직편제와 함께 8월에는 기획예산처의 승인까지 받아, 20073월에 가칭 해양사박물관공식적인 승격을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중앙 부처간의 이견으로 목포 해양유물전시관의 박물관 승격이 끝내 불발됐다.

자연사박물관,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앞서 목포시는 공립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했으나 사업비는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져 시 재정을 압박했다.

19988월 목포시는 시민 숙원사업이란 명분을 내세워 자연사박물관 건립 계획을 밀어붙였다. 같은달 25일 목포를 방문한 고 김대중 대통령이 사업비 5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자연사박물관 건립에 탄력을 받았다.

당시 시는 목포의 관광 명소인 갓바위 향토문화관 부근 6589평에 지하 1, 지상 2(연건평 18백평) 규모로 사업비 128억원을 투입해 2000년 완공 예정으로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국립박물관이 아닌 이 자연사박물관은 대부분의 사업비를 시비로 충당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건립 기간은 4년이 더 걸렸고 총 사업비도 100억원이 더 늘어 224억원이 투입됐다.

이후에도 박물관 운영비와 관리비 등 수십억원 세금이 해마다 들어가고 있다.

손혜원 박물관시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

올해 목포시는 정부의 500억 이상 교부세 감액 등 긴축재정으로 재정사항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지만 시민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수백억원에 이르는 지방채를 발행할 방침이다. 노선권 매입비 210억원과 CNG 충전소, 차고지, 운영비 등을 포함해 시내버스 관련 사업비는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전칠기박물관 건립사업에 따른 재원 마련은 또다른 골칫거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문제는 손혜원 박물관이라는 특혜 시비가 불거져 있어,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숙제다.

앞서 손혜원 전 국회의원의 기부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5월 목포시에 기증한 만호동 일대 부지 9필지와 건물 5개동 등 부동산과 나전칠기 공예품까지 포함해 총 50여 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기증과 관련 협약 사항에서 전시공간의 조성과 운영에 관한 예산을 목포시민의 예산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 공개돼, 예산 조달 문제와 기부채납 관련 절차 위반 문제가 불거졌다. 뿐만아니라 기증 부동산도 200여평이 채 않돼 사실상 박물관 부지로는 협소하는 지적이 시의회에서 일었다. 실제 박물관이 들어서기까지 추가 재원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손혜원 전 의원의 순수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의견도 있지만 나전칠기 기증물품 활용 방안과 박물관 건립을 두고 갖가지 의혹이 있는 게 사실이다험난한 여정이 예고되는 박물관 건립에 앞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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