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경서 시인] 바쁘게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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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박경서 시인] 바쁘게 산다는 것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1.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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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목포시민신문] '근면은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엄연히 검증된 명언이다. 필자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늙으신 노모님과 큰형님 형수님 네 식구가 생계를 위해 농한기만 빼고 일 년 내내 농사짓는 일에 매달려 바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온 가족이 힘을 합쳐 농사짓는 일에 전심전력해야 가을에 기대한 만큼 수확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에,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농부에게는 노동과 근면이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고 밑천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불란서 파리 시장이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뽑힌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파리 시장이 불란서 안에서 가장 바쁘게 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오로지 일하는 데만 정신을 쏟고 사는 사람들의 행렬 속에 끼어 분주 다망한 나날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그 감푸고 힘든 농사일을 헤쳐 나가는 일에 한몫 하고 있다는 생각에, 때로는 대견스럽기도 하고 뿌듯한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집과 논밭을 오가면서 운동회 날처럼 바쁘게 움직이거나 활동하면, 그것이 곧 즐거움이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내가 사랑하는 생활이라는 책의 저자인 이시가와 다케미는 아동 시절에도 바쁘게 사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더 커서 서점 점원 시절에, 아침부터 밤중까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바쁜 곳에서 일할 때에도 오히려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바쁜 가운데 부지런히 몸을 놀리다 보면 근심 걱정과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좋았다고 한다. 본인을 타락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준 것이 이렇게 어려서부터 분주다사한 생활을 계속해 온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필자도 이와 비슷한 처지에서 살아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 분의 고백에 충분히 공감이 가기도 하였다.

월남에 가서 파월 용사로 군복무 할 때 일이었다. 십자성부대에 배속되어 월광사라는 절 짓는 공사에 투입되어, 무거운 질통을 짊어지고 딸각다리를 오르내리느라 아슬아슬하게 위험한 고비가 여러 번 있었는데, 천우신조로 별 사고 없이 주어진 임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몸은 무척 피곤하였지만 일에 몰두해 있는 사이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늘 평안하고 평정상태를 유지해 주니 그것만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저자 유시민은 이 책에서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노는 것이 일하고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는 사람, 임동창을 읽어보면, 이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통해서 얼마나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음악으로 놀고 흥으로 공부하는예술가의 진면목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한번쯤 , 나도 저런 식으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라든지 저렇게 신나게 노는 예술한마당에 나도 한번 끼어 보았으면!’ 하는 충동이나 욕구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도 좋고 바쁘게 사는 것도 좋지만, 더 충실하고 알뜰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기 위해, 예술에도 관심을 갖고 각종 공연이나 전람회 관람도 하고 예술의 향기와 정취 속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월남 십자성 부대 막사에서 우연히 발견한 샘터라는 잡지에 실린 나는 가리라라는 시를 접하고 무척 마음이 따뜻해지고 고무되면서 위문공연단이나 고국에서 날아온 위문편지 못지않게 크나큰 기쁨과 감동과 위안을 받았다. 바쁘고 부지런히 살다 보니 금덩어리 주운 듯, 이런 뜻밖의 보배로운 시

를 만나게 되는 행운도 찾아오는 모양이다. 고국 생각이 날 때마다 이 시를 꺼내어 읽어보면서,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살아서 고국에 돌아간다는 꿈과 기대에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간호사로 환자분들 돌보느라 바쁘고 피곤한 나날을 보냈을 텐데, 그 와중에서도 틈을 내어 이런 값지고 감명 깊게 읽혀지는 주옥같은 빼어난 시를 써준 그 훌륭한 간호사 분이 더없이 고맙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는 가리라

진명희

 

바람이 분다. 머리칼을 흔들고/ 가슴을 치고 속삭이는 바람 속의 흙내음 /

에뜨랑제의 수첩 속에 먼 고향의/ 주소가 떠오른다. 떠났기에 더욱 그리운/

그 거리 그 사람 그 얼굴 한 잎 두 잎/ 낯선 공원의 꽃잎처럼 피어날 때/

고향집 뜰에도 웃음이 필가/ , 나는 가리라, 결코 잊을 수 없는 땅/

내 뼈의 어머니 그 품으로 나는 가리라./ 내 비록 긴 여로(旅路)의 한 순간/

이국(異國)의 창()가에 서성이지만/ 빛나는 내일의 조국을 위해 오늘을 참으며/ 언젠가 자랑스럽게 그 거리 그 사람 그/ 얼굴 곁으로 나는 기꺼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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