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마한, 영산강 뱃길 따라 해양 실크로드’ 6코스는 외국인 참가자를 포함한 마한 문화권 전남 서부 해남, 목포, 나주로 진행되었다. 남도의 문화유산을 찾아 나서는 1박 2일의 시간은 특별했다. 첫날 해남 방산리 장고봉고분과 군곡리 패총 유적 발굴현장에 다녀왔다.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목포로 향했다. 목포에 살면서 목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날씨가 화창하거나 노을이 아름다운 날도 좋았겠지만, 흐린 날도 운치가 있었다. 삼호 현대호텔에서 1박을 하였다. 마지막 날이라 참가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 살아온 삶과 단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면 누구에게 쓸 것인가? 라는 주제로 즐거우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의 감사함과 마한 문화와 역사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하였다.
6코스 두 번째 날은 외국인 참여자가 합류했다. 2023년 “마한 역사문화권 주요성과 및 발전 방향”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반마련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연구자들이었다. 해남에 다녀온 후 목포대박물관에서 다시 보는 영산강 유역에서 발굴된 ‘옹관’과 ‘군곡리 패총’은 더욱 깊이 와닿았다. 목포대박물관 김영훈 실장의 탁월한 해설도 현장 답사의 중요성을 더 실감하게 했다. 청동기시대부터 마한·백제 시대에 걸쳐 형성된 패총은 ‘쓰레기 더미가 아니라 타임캡슐 같은 보물창고’라는 것이다.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던 중국, 이탈리아, 영국, 호주 등에서 오신 분들은 ‘옹관’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옹관’은 ‘독널’이라고도 한다. 1500백 년 전 영산강 유역에 살던 마한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죽은 사람의 몸을 안전하게 묻기 위해 만들어진 관이다. 사람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평온한 안식처’라고 생각한 것 같다. 영산강 유역의 장래 문화였던 ‘독널’은 나주 반남면 신촌리 9호 무덤에서 가장 많이 발굴되었다.
‘독널’의 모양은 항아리, 땅콩, 버섯, 로켓, 새알을 닮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독널’을 연구하는 연구자들도 새알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새가 알을 깨고 태어난 것처럼 죽은 사람이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독널’ 안에는 죽은 사람의 몸과 살아있을 때 소중하게 생각했던 물건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 함께 묻혔다. 그 안에서 ‘금동관’, ‘봉황무늬 칼’, ‘옥 목걸이’, ‘금동 신발’ ‘항아리’ 등이 함께 발견되었다. ‘독널’에 묻힌 사람은 왕에 버금가는 지역 최고지도자라고 추측한다.
고대역사의 비밀을 품고 있는 나주와 ‘국립나주박물관’에서는 마한 시대의 살아있는 역사를 알 수 있다. 나주 다시면 복암리 고분전시관은 고대 마한 문화를 발전시켜 영산강 문화를 창출했던 마한 후예들의 고분이다. 400여 년 동안 유지된 고분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모양의 ‘아파트형’ 무덤이라고도 한다. 특히 ‘독널’과 ‘금동 신발’이 기억에 남는다. 흙으로 만든 안식처 ‘독널’은 기획전시를 하였다. 비밀의 공간, 빛나는 추억의 공간, 역사를 품은 공간, 영원의 공간으로 주제를 나누어, 당시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독널’에 안장하면서, 영원한 안식과 새로운 삶을 기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동 신발’ 크기는 실재 사람의 발보다 훨씬 크다. ‘금동 신발’은 또 다른 상상을 불러온다. 육각형의 거북등무늬와 새, 용, 기린, 인면조 등 상상 속 동물들로 장식되었다. 바닥 판에는 도깨비 연꽃으로 장식되었고, 발등에는 용머리 장식이 있다.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장식이다. 날개와 신발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새와 또 날기 위해서는 어딘가에 발을 디뎌야 한다는 진리. 발이 없는 새는 있을 수 없으니까.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도 바퀴라는 신발이 있지 않은가. 고대와 현대를 잇는 박물관과 역사유적지를 통해 경건하게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가야 문화권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결코 작은 것도 아니다. 우리 전라도 ‘마한’의 역사도 더 많이 발굴되고 연구가 되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이 글은 ‘전남문화재연구소’와 ‘the 베스트여행사’에서 실시한 ‘마한, 영산강 뱃길 따라 해양 실크로드’ 답사 후 쓴 글이다. 2024년에도 ‘마한’과 관련된 것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