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삶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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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삶의 발명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2.0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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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발명

·정혜윤 지음 / 위고

·2023. 10. 25 발행

[목포시민신문] 삶의 발명. ‘당신은 어떤 이야기의 일부가 되겠습니까라는 추상적이면서도 찌르는 것처럼 강렬하고 직설적인 질문을 부제로 가진 책을 보며 왜 발명일까?’란 궁금증이 생겼다. 보통은 발견이라고 쓸 것 같은데, 굳이 발명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금은 엉뚱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삶의 발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냥 스쳐가거나 , 그래?’하고 잊어버리는 게 아닌, 꼭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 나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호기심 많은 눈동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잘 기억해 두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책 속에는 앎, 사랑, 목소리, 관계, 경이로움, 이야기의 발명을 주제로 한 이야기삶의 발명이라는 제목 아래에 함께 엮어있다.

책의 각 장은 개인적 경험-타인/세계와의 관계 속 사건-메시지라는 이야기 구조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삶의 발명에는 무지로 인해 전범이란 낙인이 찍혀 삶을 잃어버리게 된 사람, 원전 사고 속에서도 말의 출산을 위해 삶의 터전을 지키는 사람, 사랑하는 이를 잃고 자연에서 위안을 얻은 사람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 삶을 헌신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짝을 잃은 늑대와 인간에 의해 상처를 받았지만 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 칠면조, 하늘과 무리를 잃고 12년이나 학교의 뜰에 갇혀 있던 흑두루미 등 동물의 이야기도 인간의 그것과 함께 진행된다.

개인에서 출발해 타인과 세계를 경험하고(그것이 직접 만나는 것이든, 남에게 들은 것이든,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보게 된 것이든), 그 경험 속에서 작가는 인간과 자연을 각각 존재하면서도 하나의 운명으로 묶인, 그 운명을 공유하는 공동체라고 이야기한다. 삶의 발명은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면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고, 인간과 자연이라는 공동체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개별적인 삶에서 인간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삶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새로운 삶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제목 속 발명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다. 삶을 바꾸는 변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감춰지거나 잊혀진 것을 찾는 발견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과 형질을 갖는 발명이 되어야만 했다. 메시지와 더불어 작가가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점 또한 삶의 발명이 갖는 큰 매력이다. 단어에 대한 감수성도 풍부하면서 독자를 자기의 이야기에 흠뻑 적시는 작가의 입담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훌륭했다.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글의 매력. 삶의 발명을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구보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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