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교수] 독서와 글쓰기, 말하기는 품격있는 삶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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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교수] 독서와 글쓰기, 말하기는 품격있는 삶의 시작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2.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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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홍선기 교수

[목포시민신문] 요즘 대학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3월 초가 개학이니까, 학부나 전공별로 신입생들에게 학교 소개나 전공들을 소개하겠지요. 신입생들은 고교 시절의 틀에 짜인 일과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을 배워야 할 때가 왔습니다.

저의 경우, 1학년생을 위한 교양필수 과목도 강의하기 때문에 매년 신입생들의 여러 가지 학습 수준이나 수업 능력에 대하여 많이 고민하고 강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 코로나 시절에는 학생들과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수업이 영상녹화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능력에 대한 것은 알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해제되면서 대면 수업으로 진행하게 되었고, 대형강의실에서 많은 학생이 참여하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그야말로 대학다운 강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 분반을 나눠서 모든 신입생에게 진행할 강의 자료나 강의자들은 변화가 없지만, 그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해마다 학생들의 강의 평가, 강의 수학능력에 대하여 느낌을 받기도 하고, 또한 조사 자료를 받게 됩니다. 교양강좌를 다루는 교수들의 공통적인 의견 중 하나는 점차 학생들의 책 읽는 능력이 매우 낮아지고 있는 사실입니다.

위인전이나 삼국지 같은 고전은 물론이고, 쉽게 쓴 책이라도 접해보지 않은 학생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저의 수업에서도 아무 책이나 본인이 아는 책 제목 하나를 말해보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말하기도 꺼립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고전적인 방법의 책 읽기나 글쓰기는 힘들다고 하겠지만, 책 읽은 습관은 대학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학습능력 배양의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유명 대학의 연구결과,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보다도 직접 손으로 지면에 글을 쓰는 습관이 학습능력을 높이고, 나아가 두뇌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습니다.

실제 미국 주요 연구중심대학인 미네소타대학에서는 글쓰기 과목이 5과목이나 되고, 펜실베이니아주립대는 3과목, 예일대학은 2과목의 글쓰기 교과목이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글쓰기교과는 세계적 교양교육의 대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독서, 책 읽기가 기본이 됩니다. 인터넷을 통해 홍수처럼 흘러가는 정보보다는 책 속에서 제대로 된 단어와 문장, 명언을 정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만 제대로 글쓰기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책 읽기글쓰기는 학부나 전공과는 무관하게 모두에게 필요한 과정입니다.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공학, 의학 등 자연과 인간을 다루는 모든 학문 체계에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보다 한 달 늦게 개강하는 일본 대학가에서는 최근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일본 명문대학인 게이오대학 이공학부 시험에 일본 문학가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씨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하는 문제가 출제되어 학생들에게 충격을 줬다고 합니다. 인문대 영문학과 시험도 아니고 이공대 시험문제로 출제되었으니 지원자 학생들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었겠지요. 무라카미 하루키씨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이기도 하고, 많은 독자를 가진 유명 작가입니다. 저는 이번 게이오대학에서 출제한 영문번역 문제를 단순히 번역의 실력을 보기 위한 문제는 아니었다고 평가합니다.

수십 권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작품 중 하나라도 제대로 읽고,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제대로 번역을 못 했을 것으로 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영어, 일어 원서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출간한 적이 다수 있지만, 원저자의 집필 의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있는 번역 책이 될 수 없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책 읽기나 글쓰기 능력이 저하되는 데는 우리 사회와 가정환경에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집안이 책 읽는 분위기라면 자연스럽게 아동들도 따라서 책에 관심을 끌게 되고, 독서를 시작하게 됩니다.

비록 어렵더라도 끝까지 책 한 권을 독파하려는 의지는 학문에 대한 관심도를 증가시키고, 사회생활에서도 소통하고 리더쉽을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는 학생 본인이 자존감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어려운 책이라도 독파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분위기를 만들고, 또한 용기를 넣어 도와주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올해는 학생뿐 아니라 우리 부모님들도 책 한 권 사서 정독하여 교양을 넓히고, 품위를 높이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을 통해 얻는 지혜가 삶의 등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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