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안성관 대표]내 품에 남방큰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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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안성관 대표]내 품에 남방큰돌고래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2.2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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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관 다시바다 대표, 해양환경단체 海타임 대표

[목포시민신문] 내 고향은 강원도 속초.

해뜨면 파도소리를 듣고 깨어나 바다에서 놀 궁리만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장마당이란 공간에 모두들 모여 오늘 해야 할 놀이를 작당했고, 그 결과물은 백사장 야구, 바다헤엄, 섬투어, 섭죽끓이기, 튜브타기 등으로 좁혀지지만 결국엔 하루종일 모든 것을 즐겼던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어릴적 바다는 눈뜨면 항상 옆에 있었기 떄문에 소중함을 몰랐다. 그 소중함을 알게 된 계기는 ()함께 만드는 세상 사회연대은행 부산사무소장으로 근무하던 기간이었다. 연고없는 객지에서의 생활은 너무 힘들고 외로워 술로 인한 스트레스가 넘쳐 몸무게가 100kg에 육박하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어쩌다 내 몸이 이렇게 변했나 싶어 눈물이 흘렀다. 부산을 떠나 서울이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마음먹었을때 광안대교를 달리며 바다를 보게 되었고, 그 바다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그 바다가 바로 옆에 있었지만 난 그 바다를 모르고 생활했던 것이다. 바다와 함께 할 수 있는게 무얼까 고민하다가 북극곰 수영대회가 떠올랐고 검색을 통해 부산핀수영동호회를 알게 되며 바다수영에 입문하게 되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워본 적이 없어 무작정 바다에서 수영을 배우게 되면서 나의 선생님은 나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매일 새벽에 깨워 바다로 가자고 졸랐으니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미친 바다수영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바다수영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버려진 해녀잠수복으로 남방큰돌고래를 한땀 한땀 바느질 작업하여 완성

3년이 되던 여름. 그날도 즐겁게 바다수영을 하고 있었고, 오른팔 쭉 뻗어 스트록을 하는데 무언가 손에 걸려 화들짝 놀라게 되었다. 뭔가 싶어 보니 검정색 비닐봉지였다. 아니 이게 왜 바다에 있지? 하며 의아해했고 그때부터 내 눈에 해양쓰레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 PET, 부탄가스, 낚시줄, 비닐봉지, 선글라스, 심지어 지폐까지 등등..이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바다와 백사장에 펼쳐 있었다. 심각함을 인지하고 지인에게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지만, 심각하게 듣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야기의 촛점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끝에 공감대를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함을 사회적기업가와 기획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고래꼬리였다. 내가 처음으로 입었지만 작고 낡아서 착용하지 않은 바다수영 슈트로 여러번의 시행착오을 통해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키링과 목걸이가 제작되었고, 부산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기념품과 캠페인용으로 사용하면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제주도까지 창업지원업체를 사후관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제주도를 오가는 횟수가 늘게 되었고, 제주바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연히 성산일출봉 옆에 위치한 우뭇개 해안에서 새벽 바다수영을 하면서 깨끗한 제주바다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 부산에서 아랏길(바다수영인들이 개척한 길이지만 제주도에서 명칭을 바랏길로 변경함)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였기에 제주바다에 바랏길을 만들며 해양환경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며 제주도에 정착하게 되었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이지만 하나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사면이 바다이며 제각각 식생과 환경이 모두 달라 가는 곳마다 신기했고 역시 제주도라는 생각이 넘쳐 났다. 제주도에 해녀라는 존재와 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하고 있다는 점도 육지의 바다와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해녀와 남방큰돌고래에 관심을 가지며 고산리, 귀덕리, 비양도, 우도, 성산리, 하도리, 신도리 등의 해녀삼춘들과 같이 행사도 진행하였다. 남방큰돌고래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도 해녀마다 달랐지만, 그 소중함에 대한 공감대는 같았기에 나또한 자연스럽게 그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신도리에서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와 협업하에 해양쓰레기 청소 및 바랏길 행사를 진행하며 남방큰돌고래와 함께 바다수영을 즐기는 꿈도 꾸었지만 늘 행사가 끝나면 나타나는 남방큰돌고래였기에 아쉬움은 커져만 갔다.

친환경 평화의 바다를 위한 <남방큰돌고래 만들기 캠페인>

그러던 중에 제주도에서는 생태법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제1호로 지정된 것이 남방큰돌고래였다. 그러한 생태법인은 동물이나 식물 등 사람이 아닌 존재에 대해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로, 해외에서는 뉴질랜드의 환가누이강, 스페인의 석호(바다와 강이 만나는 연안에 형성된 호수) 등 자연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사례가 있다.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이며 무리생활을 하며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포유동물로 육안으로 확인된 개체수는 약120여마리에 이른다. 고래 한 마리는 일생동안 평균 33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통해 고래를 보호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극복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는 제주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해 보호받을 권리 등을 구체화하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중에 있어 2025년이면 결실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수족관에 잡혀 방류된 남방큰돌고래는 제돌이, 대포, 금등이, 비봉이, 춘삼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가 있으며 모두들 잘 적응하고 있지만,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친구들도 있다. 자위적인 생각이지만, 그 친구들은 마음의 야생지대인 자유를 찾아 멀리 떠났을 수 도 있다. 얼마전 턱이 기형적으로 변한 친구, 낚싯줄에 감겨 꼬리가 잘린 친구(오래도록 살라고 오래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낚싯줄에 입, 몸통, 꼬리가 감긴 종달이 등을 보며 제주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방치되어 가고 있음에 가슴이 아프다. 환경단체들과 일반인들의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캠페인도 활성화 되며 다양한 영역에서의 콜라보도 이어지고 있어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여지지만 해양보호구역의 지정 등 정부의 개입과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

오늘도 버려진 해녀복으로 한땀한땀 120마리의 남방큰돌고래를 7월까지 마무리 하려고 제작하고 있다. 입양받는 모든 분들의 마음속에 그 마음이 그 품속으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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