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경애 시인] 이안미술관, 이관수 작가 ‘오래된 미래’ 전시회에 가다
상태바
[수요단상-김경애 시인] 이안미술관, 이관수 작가 ‘오래된 미래’ 전시회에 가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3.26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애 시인

[목포시민신문] 영암 대불대(세한대학교)를 지나 문수포 가는 길을 좋아한다. 해남 갈 때 여러 길이 있는데 그 길을 가장 선호한다. 푸른 들판이 펼쳐진 여름에도 좋고, 벼가 익어가는 황금빛 가을과 갈대들을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아득하게 멀리 보이는 강줄기와 빈 들판에 눈 내리는 겨울을 좋아한다. 최근 이안미술관으로 재개관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 마한답사를 통해 알게 된 신호재 작가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해남 가는 길에 잠깐 가 본 곳이다.

그전에도 미술관에 와 보았는데 마치 처음 온 것처럼 건물도 경관도 달라 보였다. 잘 정돈된 하얀 건물에 미적 감각을 살려 구석구석 여유 있는 공간이 많았다. 정원도 몇 번을 다시 정돈했다고 한다. 그날은 정월 보름날이었다. 아직은 새해라서 신호재 작가의 해, , , , 구름 같은 밝은 기운들이 한해를 환하게 밝혀주는 듯했다. 남도의 월출산과 유달산, 영산강 주변 경관이 절제된 미로 펼쳐진 듯하였다. 박경곤 대표님이 다음 전시회 작품을 살짝 보여주셨다.

어느 전시장에서 본 듯 낯익은 그림이었다. 이관수 작가의 작품이었다. 하얀 눈이 내리는 골목길을 걸어가는 것 같았다. 이안미술관에서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사업을 대표님에게 들었다. 해남 가는 길에 잠깐 들른 곳인데, 이야기가 재미있어 자꾸 빠져들었다. 우리는 서로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경청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안미술관은 복합문화공간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또 여행자나 작가들을 위한 머무름의 공간으로도 공유한다. 특히 미술관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권하는 경청에 대한 글을 보았는데 무척 공감이 간다. 경청은 상대에게 이야기할 영감을 주고, 이야기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을 소중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심지어 사랑받는다고까지 느끼는 공명의 공감을 준다. , 말하기의 반대는 듣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의 반대는 기다리는 것과 연결되었다. 처음 대표님을 만났을 때 1시간가량 그의 열정과 부지런함, 문화예술에 관한 세련된 관심과 호기심에 빠져들었다.

해남에 가던 길이라 다음 전시회 방문을 약속하고 미술관을 나왔다. 해남도서관 관장님과 다음 전시회에 함께 가자고 했다. “이관수? 내가 아는 이관수 작가? 대학 때부터 특별하게 지내는 친구야!” “그래요?” 우리는 머쓱하기보다는 반가움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면 지인 찬스를 좀 씁시다. 그 작가님 꼭 한번 보고 싶은데요이렇게 속전속결로 작가님과 작품을 함께 만나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직접 작품 이야기를 듣는 기쁨을 누렸다.

이관수 작가의 작품은 제목이 없는 것도 있다. 그것은 독자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열어주기도 한다. 유화 물감을 덧발라 그린 듯한 그림인데 무겁지만은 않고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색감은 화려하지 않지만, 회색빛 골목과 거리에 하얀 눈이 내리는 듯한 느낌은 정말 눈이 오는 아득한 거리를 걷는 것 같다. 조그맣게 새어 나오는 주황빛 전등이나 가로등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황금빛이 환한 나무 그림도 좋고, 푸른 별빛이 내리는 운주사 와불 그림 앞에서 오래 서 있게 된다. 작품마다 시로 옮기고 싶은 그림들이다. 잊고 있던 옛 기억들이 살아나게 하는 그림들,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작품을 나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곳에서 이미 오래된 미래라는 주제로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오래된 미래는 인류가 먼 옛날부터 품어왔던 꿈이것은 환경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책 제목과 같다. 현대를 빠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통과 오래된 것들에게서 오는 지고지순함과 보이는 것 너머의 세계를 탐색하고 상상하게 하는 것은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또 작가들은 작품을 팔아 삶을 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도 한다. 현실은 그림은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어렵게 전시회를 하고도 한 점도 팔지 못하는 허탈함이 현실이다. 그것은 시인들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공부하고 시를 쓰는데 시집을 팔아 돈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발 빠르게 현대적으로 움직이는 작가들과는 다르게 현실과는 동떨어져 불편하기는 하지만, 오래된 것들을 기억하고 자기 색깔을 찾아 작업하는 작가들을 한없이 응원해주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