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칼럼-김정희]22대 국회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속히 입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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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칼럼-김정희]22대 국회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속히 입법하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4.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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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목포시민신문 독자위원/시민기자

[목포시민신문] 남도 곳곳마다 꽃 천지다. 서설처럼 휘날리는 꽃보라가 닥쳐온 22대 총선거의 긴장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교복 입고 생애 처음으로 신성하고 엄중한 한 표를 사전투표로 행사하고 온 고3 갓 성년 학생들이 투표 소회를 나누고 있다. 솔깃하게 들려오는 한마디가 가슴을 때린다.

선생님들은 사전투표 때 어느 후보 찍었을까?”

4년 전 21대 국회 개원 때부터 이 나라 교육 현장의 교사들에게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웠었다. 2년 전 대선 때도 후보들의 공약으로 선정되도록 교사 조직이 노력하였으나 국회와 정부는 여태까지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국회와 정부의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은 OECD 국가 38개국 중 교사 및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많은 선진국에서 교사의 직무 밖 정치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이 교사라는 직업으로 인해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이제 인류사회의 보편적 상황이 되었다. 적어도 교사가 직무 밖, 즉 근무 시간 외에는 모든 국민과 동등한 기준으로 정치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국가이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교실에서 교사가 말하는 정치적 발언의 자유 수준이 아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수업을 파당적으로 운영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되지 않는다. 교사가 근무 시간이 아닌 학교 밖에서 정치에 참여할 자유를 준다고 해서 근무 시간 안에 직무를 수행하면서 수업을 파당적으로 하리라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것은 아주 잘못되고 경직된 견해이다.

한편, 헌법 제31조 제4항에 따르면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으로 의미가 잘못 인식되어 오랜 세월 동안 교사들에게 과도한 정치적 족쇄가 되어 왔다고 판단한다. 이에 22대 국회는 속히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이번 22대 총선거에서 각 정당은 총선거에 임하면서 내세운 시대정신과 국민을 향한 약속은 민주주의 회복을 통한 진정한 민주국가 확립과 국민의 권리 보장과 권한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외쳐 온 만큼,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즉시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에 착수하는 것이 국민과 약속한 최소한의 신뢰가 될 것이다. 특히 야당이 나서 주면 좋을 것이다.

학생들은 초·중등 교육과정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시민의 역할을 배운다. 이를 위해 각 시도교육청은 해마다 학생의 민주시민교육 시행 계획을 세우고 각 교과의 수업 단위에서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만 18세부터, 정당 가입은 만 16세부터 가능해져 학생들의 참정권도 확대되었다. 그러나 정작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현재 이 나라의 교사는 정당 가입권, 정당 활동권, 선거 운동권, 경선 투표권, 공직선거 출마권, 정치 후원금 제공권 등 모든 정치기본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교육감 선거에도 직을 유지한 채 출마가 불가능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없다. 정치에서 교사에게 가능한 것은 투표할 수 있는 권한뿐이다. 교사가 국민으로서 심각하게 기본권을 억압 당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교사는 자유롭게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후원도 행한다. 더 나아가 여러 나라들이 공직 출마까지 보장하는 방향으로 참정권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교사들이 국회나 지방의회 상당수 진출하여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고등학교 교원이 50만 명 정도가 되는데, 대한민국 국민 50만 명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정치기본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과 억압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일찍이 독일에서는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 깊은 논의가 있었다. 이념 갈등이 심각했던 1976, 진보 보수 교육학자, 정치가, 연구자들이 보이텔스바흐에서 모여 논쟁적인 정치 주제를 다룰 때의 세 가지 원칙에 대해 합의했는데 이것이 현재 독일과 여러 나라의 민주시민 정치교육의 토대가 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강압, 교화 금지의 원칙이다. 교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학생들에게 특정한 견해를 주입하거나 감화시켜 그들이 독립적인 의견을 갖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 둘째, 논쟁성 유지의 원칙이다.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을 교실에 가져오되 다양한 논쟁점이 수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생의 정치적 행위능력의 강화이다. 학생이 정치 사안을 분석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22대 국회에서는 한국판 보이텔스바흐를 제정해서라도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을 완전하게 보장하는 입법을 하여 역사적 의미를 세워나가는 책임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 어느 총선거보다도 거센 시대정신으로 민주주의 회복과 정립을 외친 22대 국회이니만큼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입법을 기어이 해내길 기대한다. 오늘도 우리 선생님들은 묵묵히 미래의 유권자 국민에게 바른 역사와 민주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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