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교수]항구도시, 계절과 바다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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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교수]항구도시, 계절과 바다음식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4.1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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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홍선기 교수

[목포시민신문] 항구도시와 섬의 음식은 바다에서 생산하는 식재료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경우, 특히 바다 환경의 변화는 어류 종류에 영향을 미친다. 한때 동해에서는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정도로 명태가 많이 잡혔고, 또한 오징어도 대풍을 거두었다.

서해 근해에서는 꽃게, 조기가 많이 잡혀서 한반도의 크고 작은 포구들은 늘 바쁘면서도 활기찼다. 그러나, 이러한 풍요로운 어장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서남해의 경우, 계절별로 어장을 형성하는 생선 종류에 따라서 관광지 식당의 반찬이 달라졌다. 대체로 한반도에서 잡히는 생선류는 계절별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서해와 서남해를 중심으로, 3~5월에는 도미와 보리숭어를 시작으로 참조기, 황석어, 홍어, 우럭 등이 좋은 횟감으로 등장한다.

물론 도미류나 숭어, 우럭 같은 생선은 한겨울에도 잡히고 횟감으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어류들은 서식처에 따라서 산란 시기가 다르고 위도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수온에 맞춰서 적합한 곳에 어장을 형성한다. 6~8월의 여름철 생선으로는 도다리류, 농어, 민어, 병어, 전어, 갯장어, 부시리 등의 큰 생선이 잡힌다. 오징어나 보리새우 등도 잡히지만, 최근 수확량의 변동이 크다.

남해지역에서는 도다리가 봄철 생선으로 방금 돋아난 쑥을 넣어 도다리 쑥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항구와 섬에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에는 민어, 병어, 농어 등 다양한 횟감, 전어구이 등이 관광 음식으로 대표적이다.

특히 민어는 홍어와 함께 목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생선으로 자리잡았다. 옛날 서민들에게 부족했던 단백질과 미네랄을 제공했던 중요한 생선이라 민어에 관한 이야기도 풍부하다. 민어를 잡는 전통 어법에서 시작하여 민어 해체와 부위에 관한 이야기, 민어 요리 종류와 조리법 등 섬사람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온 전통지식이 쌓여서 고유한 민어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가을 생선으로는 고등어, 전어, 갈치, 삼치, 꽁치, 정어리 등이 있다. 최근 고등어나 갈치의 소비가 증가했는지, 아니면 수확이 없어서인지 수입산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점에서 판매하는 고등어는 노르웨이산, 갈치는 세네갈산이 많다. 늦가을 추자도나 완도에서는 삼치가 많이 잡히고 냉동하여 횟감으로 쓰인다.

이때쯤 목포 내항에는 먹갈치가 올라온다. 이것을 잡기 위한 수십 척의 작은 배들이 불을 밝히며 수로를 막고 낚시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10~11월의 날씨는 목포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즌이기도 하고, 다양한 바다축제, 섬 축제도 있어서 멋, , 흥이 어우러지는 항구도시로 변모한다. 금어기가 끝난 낙지도 가격이 저렴해져서 목포를 비롯한 강진, 무안, 신안군 등 서남해 식당은 갯벌과 바다에서 수확한 다양한 생물을 이용한 음식으로 풍성해진다. 겨울이 되면 한반도 바다 수온도 내려간다. 이 시즌에는 생선들도 산란을 준비하거나 월동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몸에 지방을 채우고 살을 찌워 맛이 있으나 막상 산란 직후엔 영양분이 빠져나가서 맛이 없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은 대부분 봄에 산란하기 때문에 겨울에 가장 맛있는 상태가 된다. 12월에서 3월 사이 동절기에는 광어를 비롯하여 각종 돔류(참돔, 줄돔, 강성돔 등), 방어, 복어, 가자미류, 숭어 등 다른 계절에서 볼 수 없는 많은 생선이 잡힌다. 특히 겨울철에는 굴의 계절이기도 하다. 굴은 태평양굴, 대서양굴, 올림피아굴, 유럽굴, 포르투갈굴, 시드니바위굴, 구마모토굴 등 100여종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남해, 서해 일대에는 풍랑을 막아주는 넓은 리아스식 해안이 존재하기 때문에 굴이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된다. 따라서 수확량도 많고, 품질도 좋다.

서해에서는 오래전부터 굴을 이용한 젓갈, 김치 등 보존식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굴 양식에 대한 가장 앞선 기록은 태종실록에 나와 있다는데, 이미 조선시대부터 한반도에서는 굴을 비롯하여 해조류와 어패류 양식을 하고 있었을 정도로 해산물 양식에서 선진적인 고유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본다. 한국은 굴에 대한 요리도 매우 다양하다. 우선 날로 먹은 굴회에서 시작하여, 굴국밥, 굴튀김, 굴전, 굴물회, 굴찜, 어리굴젓이 있고, 김치에도 굴을 넣어서 먹기도 한다. ’이라는 단어는 순수한 한글이다. 한국의 서해바다는 민물과 썰물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갯벌에 사는 어패류와 바다 어류 모두에 대한 생태적 인식의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생물의 서식 장소, 채취하는 방법부터 저장하거나 요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바다음식에 대한 이해는 오랜 역사적, 경험적, 인식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바다음식에 관한 자부심은 이태리나 지중해 섬에 견줄 만큼 서남해 지역도 매우 강하게 나타나며, 가공하지 않은 순수한 생선에 대한 맛의 감성이 풍부하다. 지중해 지역은 조석의 차이도 비슷하지만, 자생 소금을 이용하여 생선을 절이고, 발효시키는 방법이 한반도와 유사하다.

서남해에서 생선 말리는 과정을 설명하는 건정의 방식도 유럽의 국가와도 매우 유사하고, 나아가 인도네시아 섬 지역의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마도 바다 자원으로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공통적인 어류저장 방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갯벌이 풍부한 한반도 서남해의 어류 다양성은 최고이다. 이제 목포엔 봄 생선이 맛있을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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