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고은총]재난과 참사로부터 ‘안전한 나라’ 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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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고은총]재난과 참사로부터 ‘안전한 나라’ 가 되기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4.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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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총 성악가

[목포시민신문] 트라우마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 각인된 큰 상처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런 트라우마는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며 극단적인 감정의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제가 살아온 시간속에서도 수 많은 참사가 있었고 지금도 재난과 참사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대구지하철 방화,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 실종,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외에도 크고 작은 재난과 참사로 인해 소중한 생명들이 빛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이름 모를 그들을 추모하면서 유가족과 슬픔을 나누어 왔음을 기억합니다.

304명의 아이들과 국민의 생명을 구조해 내지 못하고 바람과 별이 되어버린 그 날. 국민을 충격과 실의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가 어느덧 열 번째 봄을 맞았습니다. 2014416일 잊을 수 없는 저마다의 잊을 수 없는 하루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거제도에 있는 한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수련회를 온 학생들과 아침식사를 마치고 수상활동을 하면서 뉴스를 통해 잠수함, 헬기, 구조대 등의 대대적인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원구조라는 타이틀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첫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후 오보라는 소식과 함께 기울어진 배는 결국 시야에서 사라졌고 수련활동 잠정중단과 함께 목포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후 시신 인양이 진행중인 진도에 밥차 봉사를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뉴스에서 연일 쏟아내는 보도와는 달리 수색활동이 없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가끔 시신이 올라오면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했으며, 명복을 비는 염불 소리와 아이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울부짖음이 가득한 팽목항의 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날의 외침은 예쁘게 핀 봄꽃과 함께 다시금 선명해집니다. 그렇게 10번째 봄. 목포 평화광장에서 진행된 10주기 기억식에서 희생자와 단원고 교감선생님까지 305명의 이름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서로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진실·책임·생명·안전한 대한민국을 간절히 외쳤습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국가의 약속과는 달리, 8년이 지난 20221029. 158명이 압사한 이태원 참사에서도 조금이나마 더 나아진 국가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구조 실패의 책임은 서로 떠 넘기고 회피하면서 유야무야 흘러가 버렸고, 국민도 여전히 참사앞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혐오와 희롱, 막말로 슬픔을 마주해야 할 유가족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유가족과 협의 없이 정부가 주도하여 명단을 공개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기한을 주어 애도와 추모, 그리고 연민의 시간마저도 강요당하며 빨리 잊혀지길 바라는 그들의 태도는 대한민국의 안전이 여전히 가라앉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생명에는 경중이 없으며, 모두가 하나의 생명을 가진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죽음앞에서 애도하고 위로하는 전통문화를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잔칫집은 가지 못하더라도 초상집은 가서 슬픔을 나누어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참사를 저울질하듯 비교하고, 정치적 정잼화로 국민을 분열하여 추모하는 이들과 추모를 반대하는 이들로 대립하는 이해할 수 없는 증오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왜 죽었는지 왜 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단식하는 곳에서 커뮤니티 집단에서 모여 음식을 먹으며 단식을 조롱하고 막말을 뱉어내는 이들을 보며 윤리 상실에 대한 분노와 대한민국이 지켜온 인류애에 대한 상실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몰상식한 행동을 했던 그들이 국가적 재난과 참사로 생명을 잃는다면 국민들은 한결같이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흘러간 10년동안 허무하게 국민들의 목숨을 떠나보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변한게 없는 안전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국가는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외면하기에 국민 스스로를 구해야 하며, 참사 앞에서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어처구니 없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참사는 내 가족에게도, 지인에게도, 나 자신 또한 예외가 아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국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근거하여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합니다. 더불어 국가와 함께 국민 또한 안전의식을 가지고 안전한 나라가 되어서, 더 이상의 재난과 참사, 희생이 반복되질 않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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