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사회서비스원 사랑 쑥쑥⑧] 우연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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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사회서비스원 사랑 쑥쑥⑧] 우연이 만든 기적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4.04.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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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나무아동청소년상담센터 김명지

본보는 전남사회서비스원과 공동으로 도내 사회서비스 우수사례를 발굴해 보도한다. 전남사회서비스원은 매년 가사 간병 방문지원사업을 비롯해 청년마음건강지원사원, 일상돌보서비스 등에 참여한 봉사자 또는 수혜자들의 우수사례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본보는 우수사례로 선정된 작품을 보도함으로써 지역 사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방향성을 제시할 목적으로 전남사회서비스원 사랑 쑥쑥이란 제목으로 연중 연재를 실시한다.<편집자 주>

[목포시민신문]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요즘 ○○이가 눈을 바라보고, 스스로 요구하는 모습들을 보여요. 학교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비전나무 아동청소년 상담센터에서 수업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함께한 ○○이의 어머니께서 하신 말이다. 수업을 한 후 활동에 대해 상담을 드리면서 발전된 모습이나 향상되었으면 하는 부분 등을 피드백 받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닌데, 왜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이와 첫 만남은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의젓한 모습에 선명한 이목구미, 뚱한 표정으로 치료실 이곳저곳을 살펴보기만 하는 모습. ○○이 같은 아이들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눈을 뗄 수 없는 아이였다. 상호작용이 되지 않아 일방적인 소통을 보이고, 본인의 표현을 오로지 소리 지르기 등으로만 하며, 발화는 치료사의 청각적 모델링을 듣고 나오는 단어 모방발화 뿐이었다. 눈 맞춤도 되지 않으며, 원하는 물건이 있을 때는 주세요라는 말과 행동만 반복적으로 보여 어떻게 수업을 들어가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막막한 나의 상황과는 다르게 ○○이와의 수업은 시작이 되었고, 컨디션이 좋은 날보다 좋지 않은 날이 더 많아 수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지장이 있었다. 센터 내에서의 수업으로만은 아이가 최종 목표인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이나 사회성 기술·기능들의 향상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사회적 질문뿐 아니라 의문사 이해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며 가정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아이와 소통하길 요구 드렸다.

다른 아동들과도 수업을 진행하면서 보호자들에게 부탁을 드리긴 하지만, 의욕적이지 않으신 보호자분들도 상당수다. 하긴, 내가 보호자였어도 센터에서 수업을 하는데, 집에서까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아이가 해달라는 것들을 적당히 타협을 보면서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센터에 오는 건 일주일에 1, 많으면 2~3번이라 아무리 자극을 많이 받은 친구들이라고 해도 지속적인 자극이 아니라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아가는 시간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주 양육자와 함께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자극을 받는다면 발전되고 향상되는 모습이 빠르게 보이지 않을까.

○○이의 경우, 어머님께서 수용적이고, 열정적으로 아이를 빠르게 인정하고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은 향상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이셨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다루어야 좋은지 등 다양한 피드백을 요청하셨다.

지속적인 공부가 없다면 도태되고, 뒤처지는 직업 중에 하나가 언어재활사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적당량의 지식이 갖추어졌다고 판단이 들게 되면 지금까지의 지식만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수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증상이 일관된 것이 아니라, 천지 차이를 보이는데 다음에 만나는 아이가 내가 가진 지식·정보만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한 아이만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하루에도 여러 명의, 여러 종류의, 다양한 케이스를 만나 퇴근하면 지쳐 잠들 뿐인데, 어떻게 힘을 내서 공부를 하고 아이에게 도움 될 수 있는 에너지가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

하루는 지쳐있는 상태에서 ○○이를 만났다. 발전이 보일 듯 말 듯, 목표에 도달할 듯 말 듯 줄다리기를 하는 도중 선생님이라고 ○○이가 말했다. 단순히 모방으로 나왔던 발화였을지도 모르지만,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했다. ‘나 선생님이지언어재활사의 길을 걷기로 다짐했던 기억들이 생각이 나고, 내가 ○○이한테 잘하고 있었는지, 실수한 건 없는지 곰곰이 되새기게 되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뭐라도 된 듯 아이의 한계를 단정하고 이만하면 됐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게 아닐까. 이날 이후로 ○○이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이 ○○이에게 올바른 방법인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다행히 틀리지 않은 방법으로 ○○이와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아이가 더 많이 습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업 방식을 변화를 한 후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업 시 착석유지가 힘들었던 모습이 40분 내내 착석을 하는 모습도 보이고, 단어나 1-2 어문으로 발화하던 모습이 2-3 어문까지 증가했다. 어머님과의 상담을 통해서도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엄마, ◯◯ 해주세요.” 등으로 종종 표현한다고 하셨다.

수업 계획을 수정하고 ○○이가 할 수 있는 것들부터, 나아가 또래관계·사회적 상황에서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용론적인 측면까지 앞으로 갈 길이 멀었지만, ○○이와 함께라면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서 나와 수업을 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겠지만, 이러한 우연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기적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앞으로도 보여주며, 더 많이 공부해서 어머님의 걱정을 덜어주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치료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료제공=전남사회서비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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