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삶의 의미는 봉사와 사랑이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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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삶의 의미는 봉사와 사랑이려오”
  • 정경희 기자
  • 승인 2013.07.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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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동 주부자원봉사자 조윤희씨

▲ 조윤희씨 가족 / 왼쪽부터 큰딸 노향화(22), 조윤희(45), 남편 노경석(49), 작은딸 노소영(14)양
[목포 시민신문] 유달산 끝자락 서산동에 돌을 나르며 어르신들의 쉼터를 일군 열혈봉사자가 있다는 소문에 보리마당을 찾았다. 갓 지은 듯한 정자 한 켠에 누워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정감어린 광경을 만들어 내는 노인들의 쉼터에 오늘의 주인공 조윤희(45)씨가 있었다.

봉사를 다녀오던 길이라는 윤희씨는 모자를 쓰고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어르신들의 쉼터는 ‘보물터전’이다. 문 앞에서 내다보면 오늘은 누가 나오고 누가 안 나왔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며 웃는 윤희씨는 봉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마당발이다. 목포에서 내노라 하는 자원봉사자들도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원봉사자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른이의 아픔을 돌아보게 된 계기는 자신의 아픔이었던듯 싶다는 윤희씨는 21살 이른 나이에 결혼해 딸 둘을 둔 가정주부다. 몇해 전부터 심한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던 그에게 설상가상 전도유망한 유도선수를 꿈꾸며 여수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큰 아이가 전국체전을 앞두고 큰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완치가 되더라도 정상인처럼 걷기는 힘들다는 진단은 윤희씨를 절망하게 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를 위해 유달산 밑 서산동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리고 시작된 재활운동. 아이와 함께 6년, 유달산 곳곳을 누비던 윤희씨는 자신의 아픔만을 생각해서는 안되겠다 마음먹고 이웃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서산동 곳곳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청소, 식사준비, 노인들의 친구가 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봉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그의 소식이 알려지며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저기 봉사를 부탁하는 전화며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윤희씨는 “어렸을때 천주교를 다녔는데 수녀님을 따라 다니는 봉사가 너무 좋았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봉사가 있다면 따라나서곤 했죠”라며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학창시절이 지나 누군가에게 관심을 주기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 충실히 살았었다는 그는 지금처럼 열심히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가슴 아프게 털어놓았다.

하루의 절반은 아이와 함께 재활운동으로 남은시간은 노인돌봄으로 충당하며 지내던 몇 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윤희씨는 가슴 따뜻한 독거노인들의 친구로 소문이 나고 여기저기 봉사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쉼터보수를 혼자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윤희씨는 다소 부끄러워 하며 이야기를 꺼낸다. 작년 여름 거센 태풍에 휩쓸려 시에서 지어준 쉼터는 지붕이 날아가고 앉아서 쉬기는 커녕 동네의 골칫덩이였다. 쉴곳이 마땅치 않아 퇴약볕에 앉아 쉬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안쓰러워 다시 고쳐야 겠다 마음먹었다는 윤희씨. 평소 남몰래 하던 봉사인지라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고 돕고 있었다는 그는 혼자 시작하기에는 어렵겠다 싶어 남편에게 조언을 구하고 부부가 함께 쉼터 복구에 나섰다. 조금씩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터를 정리하고 지주를 세우고 돌을 나르며 기초 작업을 하고 있는 윤희씨 부부를 본 시청직원의 소개로 (주)지앤지 김종국 대표와 세향건설 이현진 대표를 소개받아 쉼터를 완성했다.

윤희씨는“시는 재정이 어려워 보수공사를 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하지만 당장 쉼터가 없으면 어르신들은 갈곳이 없어요. 바닥시공을 맡은 김종국 대표와 지붕공사 봉사를 도와준 이현진 대표와 그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해요.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쉼터 작업은 더 늦어졌을건데,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서 너무 기뻐요”라며 감사인사를 전한다.

처음은 흥분으로 시작 하는게 봉사라는 그는 “돕는 사람이 없으면 끝까지 가지 못 하는게 봉사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가족들과 함께, 이웃들과 함께 자신의 힘 닿는데까지 하는게 진정한 봉사가 아닌가 싶어요. 봉사는 즐거움과 행복”이라고 말한다.

아이들 다 키워놓고 발 뻗고 잘 수 있는 집이 있고 돌볼 수 있는 이웃이 있어 더 없이 행복하다는 윤희씨. 그는 “아프다가도 봉사 일정이 잡히면 아픔도 잊어요. 남편은 그렇게 봉사가 그렇게 좋으냐고 묻기도 하죠”라며 웃는다. 여러 사람도 볼 수 있고, 어르신들게 항상 배운다는 윤희씨는 하소연하는 어르신들의 눈에 보이는 외로움이 무엇보다도 가슴 아프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어요. 서산동을 개발한다고 하는데 갈 곳이 없다는 어르신들과 함께 울기도 하네요. 시에서 주는 돈으로는 어디 가서 단칸방을 얻기도 힘든데.. 살던 터를 잃고 어찌 사냐고 하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 정말 마음아파요. 죽기 전에 안 나갈 줄 알았는데..라며 울먹이는 어르신들을 어쩌면 좋을까요?”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윤희씨는 서산동 발전으로 삶의 터전을 걱정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도움을 줄수 있는 누군가를 찾고 싶다고 말한다. 50~60년 같은 장소에서 기쁨을 함께한 이웃들을 가슴따뜻하게 지켜주고 싶은 꿈을 키워가고 있다.

내 삶의 터전 가까운 곳에 이웃들의 아픔을 돌아보며 그들의 고뇌를 나누는 윤희씨. 서산동 끝자락 올망졸망 모여 있는 집 한 켠에서 윤희씨는 오늘도 어르신들의 쉼터 정자를 보며 옥수수를 준비한다. 나눌 수 있는 기쁨을 생각하며..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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