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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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국제정치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7.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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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국익경쟁과 머나먼 국제협력의 딜레마

 
[목포 시민신문] 우주를 대상으로 한 경쟁과 협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한 학계의 대응은 아직 초보상태이다. 저자인 스즈키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우주개발국들의 정책 의도와 목표를 역사적으로 밝힌 다음, 그처럼 발전한 기술이 지역협력과 국제적 공유지의 거버넌스로 전개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우주 시스템이 지닌 ‘월경성’이 국제정치의 존재 방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국제적 협조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책은 국제적 공유지로서 우주 공간의 거버넌스 문제는 여러 나라의 경제와 안보 차원의 이해가 반영되어 있다고 말하며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논의의 초점으로 삼고 있다. 명백한 점은 이러한 조정 메커니즘이 ‘경성법’에 기초한 것이 되기 어렵고 지역협력이란 이름으로 각국의 주장을 펴는 무대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강조한다.

그만큼 경제와 안보에 필요한 국가이익을 둘러싼 경쟁은 가깝지만 이를 조정할 국제협력의 결실은 멀다는 국제정치의 본질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우주개발의 역사와 현실에서 국가이익과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이 책은 시의성이 탁월한 개설서로 평가받을 만하다.
 
  스즈키 박사는 미국과 소련이 군사경쟁을 계기로 우주정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에 비해 유럽과 인도는 사회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우주개발에 참여한 점을 주장한다. 이와는 다르게 중국은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자원외교의 활용이란 측면에서,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리더십 발휘란 차원에서 우주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차별적으로 부각시킨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방대한 실증자료와 정책보고서를 동원하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이 지닌 전문성과 학술성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점은 여러 국가들의 우주개발이 단지 안보경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지구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공공재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여지를 포착한 점이다. 우주개발이 갖는 공공재 제공의 기능은 상업 서비스를 통해 단계적으로 발전되고 확대되어 왔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우선 우주 시스템을 선진국이 정비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개방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주 시스템의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위성을 운용함으로써 비로소 공공재 제공 기능이 확립되었다고 본다. 특히 1990년 후반부터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IT 발전은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민간 기업들이 독자적인 자금으로 위성 개발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IT 발전으로 인해 우주개발이 궁극적으로 인류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제공하고 있어서 향후 우주개발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좋은 지침으로써 곱씹어 볼 만하다.
 
  이 책은 우주개발을 둘러싼 국익경쟁과 국제협력의 딜레마를 강조하기 위해 인기도 높은 조지프 나이(Joseph Nye)의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 이것만으로 부족했다고 느꼈는지 ‘사회 인프라’ 개념을 덧붙이고 있다. 두 가지 ‘파워’ 개념은 ‘사회 인프라’ 개념과는 분석 잣대의 종류가 동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대로 적절한 분석틀로 사용되기에는 무리이다.

그 결과 이 책의 본문에서 언급된 여러 국가들의 우주개발 사례에는 필자가 제시한 세 가지 개념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여러 국가들 사례가 개별적으로 비교 관점에서 기술되고 있는 점에 그치고 막상 국가이익과 국제협력 사이에는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 것인지에 대한 기술은 생략되어 있다.

이 책이 우주개발에 대한 탁월한 문제의식으로 국제정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만 막상 국제정치학 이론의 명제를 보다 충만하게 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어설픈 개념 차용이 이 책의 학술성을 오히려 훼손시키는 아쉬움이 있다.

서평자/ 남궁곤(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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