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지식사회는 무엇을 변화시키는가?
상태바
[서평] 지식사회는 무엇을 변화시키는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07.25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동일(숙명여대 교수)

 
[목포 시민신문] 피터 드러커는 흔히 현대 경영학의 ‘대부’라고 일컬어진다. 2005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경영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수많은 경영 저작들보다 10~20년 전에 그가 저술한 몇 권의 저작들이 작금의 경영계에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이다. 더군다나 그의 저작 『대변화 시대의 경영』이 말해 주듯이 기업과 경영을 둘러싼 환경이 짧은 미래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대변화 시대에 말이다. 피터 드러커의 지속적인 영향력은 역사, 문화, 사회, 정치 등 다방면에 걸쳐서 진행되는 변화의 근원적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력에 기인한다.

  이 책은 1991년부터 피터 드러커가 유명 잡지들에 기고했던 글들을 경영, 조직, 경제, 사회 등의 네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묶어 놓은 것이다. 주제와 내용이 다양한 만큼 언뜻 보기에 일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그가 말한 대변화의 핵심적 얼개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지식사회로의 변화이다.

지식근로자, 즉 지속적인 공식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지식 및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습득하고 이를 서비스로 전환하여 조직과 개인에게 판매하는 근로자 집단이 새로운 사회의 선도계층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피터 드러커는 이 변화가 왜 대변화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상가 칼 마르크스의 주장을 끌어 들인다. “마르크스의 위대한 통찰력은, 공장노동자들은 생산도구를 소유하지 않으며 소유할 수도 없기 때문에 소외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공장노동자들은 일을 하기 위해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들을 찾아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지식근로자들은 다시금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에 따르면 지식사회로의 대변화는 경제와 정치에서부터 기업 경영, 나아가 개인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피터 드러커가 언급한 몇 가지 사례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지식사회에서 가치의 생산은 고정된 기계나 시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소유하고 활용하는 지식근로자들의 네트워크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과거와 같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기업 관행은 설 곳이 없다. 대신 종업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야구팀과 같이 고정된 역할을 수행하는 종업원들로 구성된 팀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대신에 재즈악단과 같이 즉흥적이고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팀이 기업 활동의 핵심적 구성단위가 되어야 한다. 지식사회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집단은 기업도 정부도 아닌 지식근로자 집단, 더 넓게 정의하면 곧 사회부문이다.
 
  피터 드러커가 이 책에서 제시했던 지식사회로의 대변화는 18년 정도가 지난 지금 상당부분 현실로 다가와 있지만 여전히 검증을 기다려야 하는 부분도 남아 있다. 일례로 사회부문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 주체가 될 수 있는가?

피터 드러커 자신이 예견했던 지식사회의 새로운 사회문제, 즉 삼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지식근로자 집단과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비지식근로자 간의 점증하는 사회경제적 격차를 지식근로자 스스로 풀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나 복지 지출은 과연 최소화되어야 하는가? 아마도 피터 드러커의 대변화 명제가 앞으로 어떻게 현실화되는지, 혹은 되지 않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