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내 가진 것 나누며 함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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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내 가진 것 나누며 함께하는 것
  • 정경희 기자
  • 승인 2013.10.10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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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봉사자 김숙희 씨

 
판소리로 치유의 손길 펼치는 젊은 국악인
눈에 밟히는 어르신들 위한 봉사 눈길
마음 상처 다스리는 소통의 대화 갖고파

[목포 시민신문 = 정경희 기자] 목청껏 뿜어내는 구성진 우리가락에 눈시울을 붉히는 어르신들 때문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국악인 김숙희씨. 그녀는 조금만 더 있어주면 안되냐는 그분들의 거친 손마디가 애잔해 쉽게 걸음을 재촉할 수가 없어 주저앉게 된다는 젊은 국악인이다. 30대 초반 고운얼굴에 밝은 미소가 사람들을 잡아끄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외모뿐만 아니다. 심성 또한 착하다. 그녀는 자신이 전하는 소리를 통해 울기도 웃기도 하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에게 잔잔한 정을 전하며 대학시절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양로원, 요양원, 복지관을 찾아다니며 판소리와 창으로 치유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국악 봉사자다.

어린 시절 일에 바쁜 부모님의 손길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더 많았었다는 그녀는 초등학교 6학년 무렵 전주대사습대회에 출연한 소리꾼들을 보고 받은 충격을 지금도 기억한다. 심장을 끊어내듯 울리는 소리 한 자락 한 자락에서 느껴지는 힘은 좀 채 잊혀 지지 않고 그녀의 뇌리에 담겼고 결국 부모님을 조르기에 이르렀다. 소리를 배우게 해달라고, 배우게 해달라고.. 몇 년을 조른 끝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부모님들은 딸아이의 소리에 대한 애착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멍하니 창을 보며 우리가락을 흥얼거리고 무슨 일을 하든 알지 못하던 중에도 읊조리던 가락소리에 어른들의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라고 웃는다.

김숙희씨는 중학 시절부터 우리가락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늦은 나이에 시작된 일이라 힘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가락이라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어려움 끝에 그녀는 대학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민요를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요양원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은 친구 할머니께서 계시는 요양원을 찾으면서부터였다. 한번 두 번 찾아가 뵙게 된 어르신들의 모습이 잊혀 지질 않았다”며 봉사를 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목포에 내려와 하게 된 일이 도서관에서 판소리와 민요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다시 그녀는 봉사를 생각했고 도서관에 수업을 온 어머니들과 소리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봉사는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 마음이 간다면 몸은 자연스럽게 따라 간다”고 그녀는 말한다. 요양원이나 양로원을 찾을 때 그녀는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와 부모님을 떠올린다. 풍족하게 크지 못했던 어린 시절 교육비 마련에 힘들어 하셨던 부모님, 자신을 키워주시던 할머니를 생각하면 더 좋은 소리로 더 재미있는 소리로 기쁨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된다.

젊은 친구들보다 어른들과의 소통이 더 좋다는 그녀는 국악으로 어르신들과 소통의 노하우를 더 키우고 싶다 말한다. 봉사를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는 그녀는 현재 학교문화교육에 참여해 판소리와 민요 등 국악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학생들을 대하는 자세나 마음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어르신들 위주로 소리를 전했다면 지금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국악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우리가락을 통해 아이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는 그녀는 “우리 주위에 너무도 많은 상처받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아이들에게 판소리와 우리가락을 통해 아픔을 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그녀는 전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이웃분들을 유난히 많이 챙기셨다. 설령 돈을 빌려주더라도 받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가르치실 정도로 준 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배웠다”는 그녀는 “봉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 가진 것을 나누고 전하며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문을 듣고 그녀를 찾는 곳이 많아져 시간 분배에 고민이라는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처럼 어르신들을 찾아뵐 생각이다. 내 것이 있어야 나올 수 있고, 내가 행복해야 행복을 전할 수 있다는 그녀는 조금 더 투자해서 이 즐거움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마음먹는다. 자신이 즐거워야 즐거움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즐겁다는 그녀는 마음 가는대로 발길 닫는 대로 찾아다니며 남은시간 소리를 전하고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 국악인 봉사로 치유의 손길을 펼치는 진정한 소리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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