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봉사의 달인 "내 마음을 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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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봉사의 달인 "내 마음을 만지다"
  • 정경희 기자
  • 승인 2013.10.17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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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용 봉사자 고미순 주부

 
생의 마지막 어르신들 마음으로 단장
병마 뒤에 찾은 진정한 삶의 의미
소외된 이웃들의 든든한 버팀목 될터

[목포 시민신문 = 정경희 기자] 생의 마지막을 접하며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도 여자는 아름답고 싶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모든 삶을 뒤로하고 눈을 감기 전 떠나는 환자들과 노인들의 짓물러진 머리를 맨손으로 매만지며 인생을 배우게 된다는 봉사자가 있다. 동사무소, 노인복지회관은 물론 구도심의 거동 불편한 노인들과 병원 환자들까지 다른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마음을 전하는 고미순 주부가 그 주인공이다.

많은 봉사단체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지만 자신은 무엇보다도 혼자 다니는 미용봉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구도심 노인들의 딸이고 며느리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한 독거노인들을 찾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는 고미순씨. 그녀는 봉사를 시작하면서 만난 어르신들 때문에 더 많은 삶을, 더 일찍 삶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랜 병환으로 누워계시던 90이 넘은 할머님을 찾아간 적이 있다는 그녀는 “그분의 환경은 차마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온 몸이 욕창으로 썩어간다고 표현할 정도로 아픈 분이었는데 처음 찾아갔을 때 누워계시면서도 머리가 짧아지는 것을 걱정하며 조금만 잘라주라 많이 자르면 보기 흉하다며 부탁하시던 여자 분이었다. 자신의 아픈 몸보다 짧아지는 머리카락이 더 걱정이신듯 한 그분은 머릿속에 진물과 오염으로 누구도 손을 못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부끄러워하는 그 분 앞에서 미용장갑을 낄 수가 없어 맨손으로 머리카락을 잘라 드린 적이 있다. 갈 때마다 증상이 나빠져 세번째 찾아 갔을 때는 중환자실에서 마지막모습을 뵈었다. 병원을 나오던 길 담당의사로부터 마지막 가는 길에 머리라도 단정히 가고 싶다는 그분의 소원을 이뤄드렸다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회상에 젖었다. 자신이 어르신들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드리게 되는 감동을 어디서 경험하게 되겠느냐 반문 하며 “봉사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봉사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그녀는 말한다.

자신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은 단체와 함께 움직이며 봉사하면 험한 모습 보지 않고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어렵고 더러운, 사람도 찾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그녀는 안타까워한다. 중환자실에서 버려지다시피 하는 노인들에게 미용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교회에서 나왔다는 봉사자들이나 사회복지사들도 고개를 흔들 때가 있다는 고미순씨. 하지만 자신의 손길을 그분들이 기다린다는 생각에 “그것도 감동스럽다”고 말하며 흐뭇해한다.

그녀가 봉사를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이다. 지금은 봉사를 통해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환자복을 입은 병자였다. 서른 무렵 미용실을 운영하며 10여년을 미용사로 활동하던 시절 그녀는 직업병으로 얻은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던 중 수술이 아니면 회복되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았다. 어린아이들을 두고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로 향했고 5시간의 수술 끝에 그녀는 세상을 다시 얻었다. 그날을 자신이 다시 세상에 태어난 날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오랜 기간 병석에 누워 그녀는 다짐했다. “다시 일어나면 내가 꼭 필요한 곳에 찾아가 봉사해야 겠다” 그때의 다짐이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이 필요한곳에 손길을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그때의 다짐처럼 그녀는 아픈 노인들과 독거노인들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하는 친구가 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생각한다. 사실 방문봉사는 너무도 힘든 환경들이 많다. 하지만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그분들을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분들의 모습을 대하다보며 자신도 내려놓고 욕심도 내려놓게 된다는 고미순 주부. 그녀는 미용봉사만이 아니라 청소년선도를 위한 1:1멘토, 도시락 배달, 매년 자비를 들여 독거 노인들께 건강식을 챙기며 사랑을 전한다.

그리고 고령의 나이에도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장애인들과 시골 노인 분들을 위해 지인들에게 드레스를 빌리고 신부화장을 도맡아 결혼식 준비를 해오고 있다. 처음은 영암의 한 마을에서 요청을 받아 찾아가게 되었다. 노인분들의 결혼식을 준비하며 그분들의 설레이는 모습,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에서 다시 한 번 꼭 필요한 곳에 자신이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함을 느꼈다고 그녀는 말한다.

봉사단체에 많은 관계를 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단체의 모습을 볼 때 적잖은 실망을 느낀다는 그녀는 혼자 하는 봉사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할 수 있을 때 누군가 나를 불러준다면 행복한 일이 아니겠냐”며 “나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돈이 무슨 소용이며 높은 지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 란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이들보다 여유롭고 풍족하다. 마음으로 다가가는 봉사를 통해 배운 한 가지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건강하다면 언제든지 내 손길이 필요한 곳에 가서 함께 하고 싶다.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함이고 삶의 기쁨이다”고 말한다.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며 봉사를 하고 있는 많은 봉사자들을 통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그녀는 자신도 가게 될 마지막 그 길을 봉사하며 나눴던 흐뭇함만으로도 웃으며 갈수 있을 것 같아 건강이 허락되는 한 아픈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희망을 전한다.

봉사를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생각하며 겉으로는 봉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안으로는 사업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는 고미순씨. 구도심의 소외된 곳에 필요한 손, 발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세상을 살며 희생을 하며 살아야 한다. 험한 세상을 바꿀수 있는 것은 봉사뿐이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봉사를 통해 세상공부, 인생 공부를 한다. 쉼없이 움직이며 자신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 헤매는 그녀는 구도심 노인들의 마지막을 지키는 숨은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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