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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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10.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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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종(명지대 교수)

 
탐욕으로부터 누가 자유스러운가?   

[목포 시민신문] 이 글의 기본적인 목적은 서평이다. 해당 서적을 추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원제인 ‘The Wrecking Crew’는 직역하자면 ‘난파선의 선원’이다. 여기서 난파선은 미국의 정치, 크게 보면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를 의미하며, 배를 난파시킨 책임을 져야하는 선원들은 부패를 일삼고 욕심에 가득 찬 미국의 우파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번역서인 본서에서는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이라고 의역도 아니고 매우 엉뚱한 우리 말 제목을 붙였는데, 아마 이 책이 대선 전인 지난해 가을쯤 출간되었으면 일부 언론의 각광을 받고 꽤 팔렸을 것이다. 게다가 “왜 보수가 남는 장사인가?”와 “미국 우파를 알면 대한민국 우파가 보인다”라는 부제와 선전 문구를 붙였으니 제대로 낚일 독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미국의 좌파 프리랜서 언론인인 저자는 지난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이후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까지 미국의 우파들이 어떻게 워싱턴을 말아먹었는가를 구체적인 사례와 인물들의 활동을 자세히 기술하며 맹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국민이나 국가의 이익은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의 사익을 위해 터무니없는 선전과 선동에 능한 탐욕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카트리나 태풍의 피해가 커진 것도 우파 때문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도 우파 때문이다. 레이건 집권 이후 최근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모든 잘못된 일들은 우파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 기간 중 클린턴과 현 오바마 대통령 집권 시기 중 발생한 문제는 누구 책임이냐고 물으면 아마 저자는 우파의 공세 때문이지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답변할 것이다. 저자는 그만큼 보수에 대해, 우파에 대해, 미국의 공화당에 대해, 그리고 가진 자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과 증오심을 가지고 미국의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진보에 대해서는 “진보정치의 전성기를 떠올려 보면, 시민 대부분이 풍족하고 평화로웠으며 사회정의를 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 정도의 편견과 왜곡을 드러내는 저자의 저술이기 때문에 서평자는 서평을 하지만 추천이 목적은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미국에서 그나마 진보정치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는 지난 1930년대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과 1960년대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 재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넘치고 제2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죽고 다친 시기가 풍족하고 평화로웠다니……. 월남전 개입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폭력적 시위와 심지어 도시게릴라의 등장으로 대부분의 미국 시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던 시절이 사회정의를 누린 시기라고 평가한다면 저자의 판단기준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우파를 비판하는 내용 중에 “회전문 현상”이 있다. 정치인이 재임기간 중 업체를 봐주고 퇴임 후에는 그 업체에 고액연봉을 받고 취업하여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고위관리로 퇴임하고 대기업 고문이나 자문역으로, 또는 ‘김&장’과 같은 대형로펌에 취업하는 경우는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늘 발생하고 있다.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정실인사 즉, 엽관제는 미국이 가장 심하다.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시절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개혁을 위해 그 위원장에 부인인 힐러리를 임명했다. 그 임명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나? 위대한 대통령으로 알려진 링컨은 노예제폐지법 통과를 위해 반대파에게 매관매직을 서슴지 않는다. 정치는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내재되어 있다.    

이 책이 밝혀내서 지적하는 우파의 잘못에 대한 비판은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같은 잣대를 좌파에 적용해도 비슷한 사례가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다. 서평자의 주장은 그러니 좌나 우나 똑같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한 비판에서 보이는 비극은 고도화된 자본주의에 바탕을 둔 대중민주주의에서 인간의 탐욕은 더 빨리 더 크게 확산되고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른 부패와 비리가 공적 영역으로 침범하는 것만은 막아야 할 텐데, 대부분의 국가가 불행하게도 분배의 권한을 거의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정치영역이 인간탐욕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위험성을 방지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인간과 사회조직들이 탐욕의 정치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외부인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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