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독거노인 돌보는 전석희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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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독거노인 돌보는 전석희 주부
  • 정경희 기자
  • 승인 2013.11.0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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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 한 끼 같은 봉사자

 
간장 한 종지 식사하는 어른보고 시작
10여년 한결같이 20가정에 반찬 전달
필요한 곳에 혜택 돌아가는 복지정책 시급

복지관 근무시절 현장 실사를 나가 만난 간장하나, 된장하나에 식사를 하시던 어르신들이 못내 안타까워 10년 동안 20여 가정에 반찬봉사를 하는 마음 따뜻한 우리네 며느리가 있다. 연산동 사랑 나누미 전석희 주부. 풍족하고 여유로운 형편도 아닌 작은 건강식품 판매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녀는 넉넉한 마음만큼 동네에서도 어른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시작은 도시락 2개였다. “처음으로 직장에서 현장을 나가는 업무를 맞게 됐었는데, 한집은 할머니 한분이 간장하나에 밥을 드시고, 또 한 집은 할아버지 한분이 된장 하나에 밥을 드셨다”며 10여년 전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식이 없는 분들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식들 형편이 어려운 분들도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노년의 삶이 너무 안쓰러웠다”고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2개에서 시작된 도시락은 10여 년 동안 이곳, 저곳 둘러보며 찾다보니 20여 가정이 되었다. 하지만 좁은 부엌에서 준비를 하려니 장소도 그렇지만 반찬 만드는 비용 역시 만만치가 않아 그 또한 죄송스럽다는 석희씨. 그녀의 소식을 들은 지인분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어르신들께 혜택을 나누어 드리고 싶은 그녀다.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는 뒷전이다. 조금이라도 수입이 생기면 어르신들의 식사비용으로 나가기가 일쑤다. 부창부수라고 했던가? 그녀의 남편 또한 봉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열혈 봉사자다. 석희씨의 남편은 퇴근길 행상을 하는 할머니들의 시들은 채소, 과일을 먹지도 못 할 만큼 들고 들어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녀의 가정은 늘 적자에 허덕인다. 하지만 행복하다. “나누는 기쁨만큼 중독성이 큰 일이 없는거 같다”며 웃는 그녀는 말 그대로 천사표다.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유달산 끝자락까지 험한 길을 마다않고 반찬들을 담은 도시락을 찾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다. 처음에는 들어가기도 힘든 가정이 많았었다고 한다. “워낙 돕는 손길이 없는 곳들이 많아 몇 집은 정말 못 들어 갈 정도였다. 헌데 10여년 되다보니 이제 그런 집들도 코를 막지 않고 들어가 청소도 하고 말벗도 되어 드리는 지경이 되었다. 도가 텄나보다”며 그녀는 웃는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다. 봉사자들이 많아졌다고는 하나 필요한 곳곳에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더 마음 아픈 것은 국가지원을 받는 분들이 오히려 잘 산다는 것이다. 배우지 못하고 없는 분들은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자식이 돈을 번다는 이유로 남남처럼 사는 자식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혜택 받지 않아야 할 분들이 오히려 지원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그녀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심지어 나라에서 지급해 주는 나라미를 받아 지원 받지 못하는 분들께 되파는 사람들도 봤다. 그러면서 자신은 더 좋은 쌀을 사먹는다”며 서류상의 행정이 현실적인 행정이 되지 못하면 소외 이웃들은 더 많아질 것 아니냐는 걱정에 눈시울을 붉힌다.

봉사를 하다 보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틋함이 더 많아져 자신이 가진 것이라도 다 내어주고 싶다는 전석희씨.  “자기를 나타내는 것은 봉사가 아니다. 힘들어도 우리가 하겠다는 희생정신이야 말로 꼭 필요한 봉사 정신이 아닌가 싶다”는 그녀는 도시락 봉사뿐 아니라 경로당, 요양원을 매달 찾아 컷트와 염색을 해주는 이·미용 봉사자이기도 하다. 그녀의 선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겨울이면 자신이 팔고 있는 내의며 버선을 들고 어르신들을 찾는다. 냉방에 감기로 앓아누운 어르신들이라도 볼라치면 안타까움에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녀가 전하는 작년 겨울의 일이다. 유달산 꼭대기 작은 집에 홀로 계시는 어르신의 전화 한 통화에 부리나케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 “춥다. 연탄이 없어 너무 춥다” 그 한마디에 찾아간 어르신 댁은 말 그대로 시베리아였다. 어찌 알았는지 석희씨의 전화번호를 손에 꼭 들고 전화를 하셨다.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누구라도 와서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는 어르신을 보고 그녀는 울었다. 그길로 그녀는 연탄을 들이고 쌀을 준비했다. 얼마나 힘드셨으면 생명부지 남에게 이런 말씀을 하실까 싶어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나름대로 열심을 내어 자식을 키우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셨을 그분들의 노년을 보며 석희씨는 많은 생각을 한다. “이제는 부모에 대한 사랑을 조금 더 생각하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나도 나이 들면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번쯤 했으면 한다. 아무리 살기 좋아진 시대라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은 너무나 많다. 피붙이가 아닐지라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도움을 나눌 이웃들이 있을 것이다. 주위를 한번만 돌아보자”고 호소한다.

추워지는 날씨 탓에 석희씨는 걱정이다. 혹여 이 겨울을 힘들고 어렵게 나실 어르신들께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싶어 노심초사다. 처음은 간장 한 그릇, 된장 한 그릇으로 시작된 봉사지만 하나님께서 봉사를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석희씨. 나눔의 기쁨은 큰 것에 있지 않다는 그녀는 일상의 소소한 곳에서 행복을 찾는 어르신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밥 한끼 같은 봉사자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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