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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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구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3.11.0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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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양식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거대한 담론의 세계사

 
[목포 시민신문] 교환양식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거대한 담론의 세계사    『세계사의 구조』는 사회구성체를, 교환양식을 중심으로 재구성해 세계사에 적용하고, 대안사회를 상상해 보려는 야심 찬 시도다. 한편으로 이 책은 칸트(I. Kant), 헤겔(G. Hegel), 마르크스(K. Marx)뿐만 아니라 롤스(J. Rawls), 네그리(A. Negri)와 하트(M. Hardt) 등으로 다양한 사상가들을 비평적으로 종합해 자신의 논리를 구축한다. 다른 한편 이 책은 씨족사회, 국가의 형성, ‘자본=네이션=스테이트’로 요약되는 근대세계시스템, 그리고 대안사회가 될 ‘세계공화국’까지 인류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서술한다.    

한편의 거대한 담론으로 구성된 이 책의 문제의식은 아주 명확하다. 저자는 기존 마르크스주의의 생산양식론을 비판하면서, ‘생산양식=경제적 하부구조’라는 관점을 방기하고, 생산양식 대신에 교환양식을 출발점으로 해서 사회구성체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교환양식의 관점에 서야만 자본제 이전 사회뿐만 아니라 자본제 경제를 설명할 수 있으며, 현재의 ‘자본=네이션=스테이트’의 삼위일체 시스템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안사회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저자는 교환의 타입에 따라 교환양식을 교환양식A, 교환양식B, 교환양식C, 그리고 교환양식D로 나누고 각각의 기원과 작동원리, 각 교환양식 간의 관계 및 이행의 문제를 다룬다. 우선 교환양식A가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음식, 재산, 토지, 노동 등 다양한 것들이 증여되고 답례되는 호수성(상호성) 시스템을 통해 씨족사회가 성립되었다. 다음으로 교환양식B가 지배적인 사회구성체에서는 침략을 통해 피지배자를 복종시키고 피지배자의 안전과 안녕을 부여하는 교환에 의해 국가가 형성된다.

따라서 이 교환양식에서는 사회구성이 약탈과 재분배의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교환양식C가 지배적인 사회구성체는 산업자본주의와 함께 등장했으며 상품교환이 그 구성원리로 작동한다. 이 교환양식에서는 자본축적에 따른 계급관계, 감성에 기반을 둔 네이션, 그리고 근대국가가 세계적 차원에서 긴밀하게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대안사회인 교환양식D는 ‘교환양식A의 고차원적 회복’을 특징으로 하며 자유로운 동시에 상호적인 이 양식은 현재 실재하지는 않지만, 장래 세계동시혁명을 통한 세계공화국의 완성으로 귀결될 것으로 본다.    

이상의 간략한 논의에서 드러나는, 저자 주장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에서 강조해온 생산의 문제를 교환의 문제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고 교환의 영역에서 세계사를 재구성하면서 마르크스주의의 강조점을 반대방향으로 옮겨 놓았다. 둘째, 저자는 마르크스주의가 주창해 온 사회구성체의 역사를 세계시스템의 차원에서 재구성한다. 이에 따라 그는, 일국적 관점의 세계사는 세계시스템의 관점에서 다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적 단계론을 보완한다. 저자에 따르면 교환양식들은 서로 관계하는 형태로 존재하며 세계사에서 전환은 이들 교환양식 중에서 한 교환양식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서 일어난다. 넷째, 저자는 칸트의 영구평화론을 적극 수용하면서, 미래에는 지금의 교환양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교환양식이 나타날 것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계동시혁명의 관점에서, 교환영역에서의 투쟁(소비자 협동조합 운동)을 구축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사의 구조』는 방대한 내용에 비해 매우 빠른 논리전개 방식과 주장의 명료함을 장점으로 한다. 또한, 수많은 개념과 논리들을 저자 자신의 고유한 관점에서 비평적으로 종합해 거대한 담론의 세계사를 독자들에게 제시해 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세계사의 구조론적 논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실한 경우(특히 ‘네이션’의 개념)가 종종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의 목적이 세계사의 구조를 해명함과 동시에 대안사회의 출현을 설명하는 것임에도, 대안사회로의 이행이나 그 사회의 구성원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생각보다는 빈약해 보인다. 그럼에도 비평적인 관점에서 세계사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이나, 오늘날 세계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대안사회에 대한 통찰을 얻으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거대한 담론의 힘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장시복 / 목포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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