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으셨나요? 우리 집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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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으셨나요? 우리 집으로 오세요”
  • 정경희 기자
  • 승인 2013.11.1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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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심 죽교동 부녀회장

 
죽교동 나그네들의 친절 도우미
어려운 이웃 보면 밤 잠 설치는
정 많고 마음 따뜻한 목포 아낙

[목포 시민신문 = 정경희 기자] 문전 나그네 흔연 대접이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손님은 신분을 가리지 말고, 친절히 대접해야 한다는 뜻이다. 속담처럼 누구라도 어려움에 처했다면 선뜻 손 내밀어 대접해주는 이웃이 있다. 죽교동 부녀회장 설진심씨다. 설 회장은 죽교동 마당발이다. 죽교동 뿐 아니다. 죽교동에 발을 딛는 모든 사람들이 도움을 펼칠 대상이다.

작은 철물점과 유리집을 운영하고 있는 설 회장. 그녀가 어려움가운데 시작한 유리집을 닫을 수 없어 가게를 지키고 있던 터에 집을 잃은 노인, 가출한 청소년, 가정폭력으로 집을 뛰쳐나온 주부 등 사연 많은 사람들의 터전이 되어 주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여 년째다. 누구라도 대접하기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해 오고 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세상이 무섭다는 말을 많이 하는 요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집에 들이려면 용기 없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설 회장은 용감하다. 가게 한 켠 좁은 집에 찾아오는 어려운 사람들을 내칠 수가 없어 숙식을 제공하고 집을 찾아주고 도피처가 되어 주고 있다. “사실 말하기도 부끄럽다. 하지만 그냥 보낼 수 없는 일 아니냐?”고 설명한다. 사람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우셨던 친정 부모님은 신안시골의 작은 마을에 찾아오는 외지 손님들을 언제나 집으로 초대해 하루든 이틀이든 유숙하게 하셨었다는 설 회장. 그래서 인지 누구라도 찾아오면 반갑게 맞이한다.

자신이 거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설 회장이 가장 가슴 아프게 떠올리는 가정이 있다. 6년째 죽교동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민방위통지를 몇 번이나 보냈지만 연락이 없다는 한 가정을 찾게 되었다. 작은 집 문을 열고 나온 아이와 엄마. 설 회장은 조심스럽게 이유를 말하고 민방위 소집 통지서를 보이며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엄마의 사연을 들은 설 회장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은 교도소에 갔는데 집에 쌀이 없어 아이들과 끼니도 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을 둘러본 설 회장은 그냥 발길을 돌릴 수가 없어 쌀을 사 들이고 장을 봐서 아이들과 주부를 거들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일을 할 수도 없는데다 어린이집에 맡기지도 못할 처지의 주부가 딱해 설 회장은 고심 끝에 두 아이들을 돌봐주기 시작했다. 아이 엄마가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부터 아이들의 이모가 된 설 회장. 그렇게 인연이 닿아 5살이던 아이는 벌써 대학생이 되었고 비틀리지 않은 아이들로 잘 자라주었다. 설 회장은 “비록 작은 도움이지만 그때 그곳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아이들과 엄마는 어찌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그때를 회상한다.

설 회장은 아들집을 찾아 가다 길을 잃으셨다는 한 할머님을 떠올린다. 버스에서 내려 아들집을 찾는데 당황하셨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는 그분은 기억도, 말도 잊은 듯했다. 마치 길을 잃은 어린아이와 같이 당황하고 겁을 내고 있었다. 사연을 들은 그녀는 자신의 집으로 할머니를 모셔와 하루를 함께 보냈다. 어떻게 찾아 드려야 할까 생각하며 할머니와 함께 들고 온 가방을 열어보기로 했다.

배추와 무가 가방 안에 가지런히 들어있었다. “아들에게 먹이고 싶어 들고 나오셨을텐데..”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가방 안을 봐도 할머니가 가셔야 할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저녁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 기억을 더듬기 위해 할머니가 내린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할머니는 멍하니 지나가는 버스를 몇 대 보고 계시더니 20번 버스를 보고는 손바닥을 마주 쳤다. 그제서야 아들집을 기억해 낸 것이다. 그렇게 할머니는 아들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설 회장은 가정폭력에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주부와 함께 며칠을 보냈지만 지나가면서도 아는 체도 하지 않을 때는 속상하기도 하고 집을 나온 청소년들을 거두어 몇 년째 도와주고 있지만 간혹 집안의 물건이 없어지기도 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만 둘 수는 없는 일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누구라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밤잠을 설친다는 오지랖 넓은 죽교동 부녀회장 설진심씨. “어찌 하면 마음 아픈 사람들이 도움을 받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누구나가 서로 돕고 사는 살맛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늘 분주하다. 아픈 사람 없는 살만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작은 유리가게 문을 활짝 열어두고 아프고 어려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죽교동을 찾으면 마음 넓고 따뜻한 길 잃은 사람들의 터전이 되어주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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