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당 노인복지관 미소드림 봉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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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당 노인복지관 미소드림 봉사대
  • 정경희 기자
  • 승인 2013.11.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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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록선생님

 
퇴직증후군, 봉사로 이겨낸 젊은 오빠

아이들 가르치며 다시 찾은 인생
재능기부, 남이 아닌 나를 위한 것
악화일로 건강, 봉사와 나눔으로 치료

9988세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아보자는 80·90대 노인들의 염원이 담긴 신조어다. 100세 시대를 맞은 21세기. 이제 60세 정년을 맞은 어르신들은 젊은 오빠로 불린다. 재능봉사를 통해 다시 태어난 것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68세 젊은 오빠 박중록선생을 만났다. 그는 공무원이었다. 그리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글로벌 대기업의 인사교육담당자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 노인복지관과 남도친구들, 1· 3세대강사파견사업 등 재능봉사자들의 선두주자다.

정년퇴임을 계기로 바뀌어버린 자신의 삶을 박중록 선생은 퇴임 5년 전부터 준비했었다. 아내와의 취미활동을 통해 유익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노년을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3년 동안 즐거움은 힘겨움으로 바뀌었고, 박 선생은 병마에 시달려야 했다. 마음만은 날아다니고 싶지만 퇴임 후 무절제한 생활들로 건강은 악화일로에 놓였고 결국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바깥활동까지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지만 꾸준히 유지되는 것은 없었고 아내와 함께 하는 취미 활동까지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접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아내의 도움을 받아 찾게 된 것이 하당노인복지관이었다. 봉사를 시작한 계기가 자신이 살기 위함 이었다는 그는 60세부터 이용할 수 있는 노인복지관에서 자신보다 더 나이어린 복지관 이용자들에게 배식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자존심도 상하고 내가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며 시작 당시 힘겨움을 이야기했다.

자신보다 어리고 까다로운 성격의 회원들을 대할 때는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는 박 중록선생.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배식봉사를 하며 까다로운 회원들을 더 마음 쓰며 돌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복지관에서 그는 인기맨이다. “사실 까다로운 사람들 대하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하지만 까다로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하는 회원들일 경우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전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리고 반찬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노력했다”며 웃는다.

그는 일주일이 짧다.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을 매일 매일 봉사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관 배식봉사, 복지관에서 안내를 책임지는 미소드림 안내봉사, 퇴임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남도친구들 교육봉사에 이어 1ㆍ3세대 강사활동까지 직장인 보다 더 바쁘다. 그래서 그는 매일 매일이 즐겁다.

대기업 근무당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강의경험이 있던 그는 아이들을 위한 재능봉사까지 겸하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그는 64세 나이에 한자1급 자격취득을 시도했다. 욕심이 생겼다. 내가 준비되지 못하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는 생각에 시도한 한자 1급. 접수를 하러 들른 상공회의소 접수처에서는 “1급이 쉬운줄 아는냐?”며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1회 시험으로 그 어렵다는 1급 시험에 합격했다. 그의 노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컴퓨터를 모르면 아이들과의 소통이 끊긴다는 생각에 워드 2급까지 취득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매주 아이들을 위해 그는 인성교육에 대해 공부한다. 처음 아이들을 대할 때 서먹했던 거리도 많이 없어졌지만 조손부모, 편부모가정,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이기에 지식을 전 하기보다 관심을 먼저 전하고 싶다. 말뿐인 인성교육이 아닌 자신을 통해 아이들이 느끼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박중록 선생. 베품과 나눔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소망을 담는다.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는 박 선생. 작은 봉사하나에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무리 쉬운 봉사라도 사전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여 전하는 봉사이기 때문이다. 배식봉사하나에도 오늘 준비한 반찬이 어디에 좋은지 어떤 영양분이 담겨있는지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봉사의 깊은 뜻을 전한다.

“나이 때문에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과거 자신의 위치가 무엇이었든 간에 과거에서 벗어나 나누며 사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를 타면 승차, 걸으면 보행자가 되는 것이 인생이다. 몸이 아파 못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예전에 내가 뭐였었는데..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위치만을 고집한다면 영원히 접하기 어려운 것이 함께 나누는 삶인듯하다”고 그는 말한다.

고단한 삶속에 자신을 돌아보는 노년의 일상까지라도 자신보다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자라나는 꿈나무들을 위해 준비하고 헌신하는 박중록 선생. 누구라도 시작이 반이라고 주위를 둘러보면 나눌 수 있는 봉사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작은 나눔으로 큰 꿈을 키우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박 선생은 오늘도 복지관으로,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지역아동센터로 발걸음을 옮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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