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방지시스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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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방지시스템이 절실하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4.02.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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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서-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성폭력, 가해방지시스템이 절실하다

▲ 박민서 교수-목포대 사회복지학과
아동?청소년의 성폭력 문제는 이제 개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는 2007년 5,400여명에서 2010년 7,300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여기에 성학대의 속성상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발생하는 실제 피해자의 수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한국범죄연구소에 따르면 성폭력을 당하고 이를 신고한 경우는 1999년 6.1%에 불과했고,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2002년 통계에서는 12.7% 뿐 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성폭력을 경험하고 이를 신고한 경우가 비록 증가는 하고 있으나 그 증가율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 성폭력 피해는 학업중도 포기, 정신적 불안, 우울, 좌절감, 그리고 약물복용 등에 시달리거나, 순결 상실감에 대한 자기 비하, 가해자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증오 등의 감정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개인의 삶이 피폐화됨과 동시에 심각한 미혼모 문제, 가출 등과 같은 사회문제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아동?청소년 성폭력 방지를 위한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방안마련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내고 있다. 실제 정부에서도 아동,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는 있다. 지난 2010년, ‘아동·청소년 전용쉼터’를 개소하고 친족에 의한 성폭력피해 아동·청소년을 보호·지원하기 위한 상담·의료·법률·수사지원, 주거 및 학업지원 등 보호·지원 체계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아동?청소년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호체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성폭력의 문제는 ‘힘을 가진 자’가 ‘힘이 없는 자’에게 가하는 심각한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성적(性的)이라는 이유로 매우 개인적인 문제로 취급됨과 동시에 사후약방문격인 전시성 행정만으로 근본적인 대책마련에는 한계가 있었고,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불이익은 더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2008년 '조두순 사건' 이후 서울지방경찰청의 제안으로 어린이 대상 '열린 호신술 학교'를 개최했었다. 또한 전북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학생들이 피해학생에게 3,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과 학교 측의 350만원 배상 판결이 내려진 바 있었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 대부분이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실질적 피해에 관한 배상을 하지 못했고, 피해학생은 단지 학교 측 배상금 350만원만 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후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치료 중이던 피해학생에게 전라북도 교육청과 학교는 재판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 그 결과 피해를 당하고도 오히려 1,500만원을 물어내야 할 어처구니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고 한다. 금전적 보상을 거의 받지 못한 피해학생에게 학생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교육당국이 오히려 몇 배나 되는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인가 그 의도가 궁금하다.
재판과정에서도 2차적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쪽 변호사들은 피해자가 원래 성적으로 문란하여 유혹이 있었을 것이란 것을 증명하기위해 피해자의 전 남자친구까지 법정에 세우고 성관계 경험을 묻거나 심한 경우 성관계 동영상까지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화면 속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가리키며 자신 것이 맞는지 묻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이러한 행위로 피해학생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자살충동도 여러 차례 느꼈다고 하니 심히 유감이다.

어린 아이들이 호신술을 배워 성폭력 가해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까? 여성들이 행동을 조심히 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가지고 있으면 성폭력을 막을 수 있을까? 성폭력을 당하고도 법정에서 “당신이 성폭력을 유발하지 않았느냐”, “함께 즐겼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는 다면 과연 피해자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법정에 호소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성폭력 예방의 가장 좋은 방법은 피해자가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폭력 예방이 진정한 대비책이 되려면 가해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가해예방교육과 가해방지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성폭력 대처법’은 ‘예방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정부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때 잠깐 대응하는 미온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범국가적으로 ‘포괄적 성폭력 전담기구’와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늦게나마 정부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범죄에 무기징역형을 추가하는 등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등 성범죄자 알림e 스마트폰 시스템을 구축해 성범죄 재발을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고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현재 30곳에서 2017년까지 60곳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하니 이러한 정책들이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추진과정에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폭력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잠깐사이에 우리 가족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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