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木蓮), 낮은 데로 임하시는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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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木蓮), 낮은 데로 임하시는가! (상)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4.04.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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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도덕운동협회 무안지부장 조애령 박사

이상기온 현상으로 춘삼월부터 제때 아닌 온갖 꽃들의 향연이 다투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추운겨울 헤치고 가장 이른 봄길잡이 꽃을 꼽으라 하면 당연 목련이라 할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백색의 꽃봉오리들은 의연한 자태로 하늘을 향해 거리낌 없는 속내를 펼쳐 보이고 있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내일을 바라보면서 하늘보고 웃음 짓고/ 함께 피고 함께 지니 인생의 귀감이로다./ 그대 맑고 향긋한 향기 온 누리 적시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라.” 김동진 작곡, 조영식 작사한 가곡 ‘목련화’ 가사이다. 이 노래를 애창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1절 가사를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2절 가사 또한 목련꽃의 짧지만 고귀한 삶을 표현한 것이라 마음 속 깊이 와 닿는다.

목련은 겨울 잔 추위가 남아있으면서 봄기운이 대지에 감도는 3월 중하순경 여느 목본류 식물들의 개화양상과는 달리 메말라 보이는 가지에 잎이 나오기 전에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잎이 핀다. 목련은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연꽃처럼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달려있다 하여 목련(木蓮)이라 하고, 연못이 없는 높은 산중 사찰등지에서는 불가(佛家)의 상징인 연꽃을 대신하여 목련을 심어 향불화(向佛花)라고도 한다.
또한 선비들은 피지 않은 꽃봉오리가 마치 붓을 닮았다 하여 목필(木筆), 꽃모양 하나하나가 옥돌 같다 하여 옥수(玉樹), 꽃은 옥이요 향은 난처럼 은은하다 하여 옥란(玉蘭), 꽃잎 모두가 향기가 난다 하여 향린(香鱗), 백목련은 옥돌이 산을 바라보는 것 같다 하여 망여옥산(望如玉山), 눈이 오는데도 봄을 부른다 하여 근설영춘(近雪迎春), 향기 나는 난초라 하여 목란(木蘭), 꽃봉오리가 모두 북쪽을 향해 핀다 하여 북향화(北向花), 나무가 쓴맛이고 올라오는 싹의 밑동이 화살촉처럼 띠를 닮았다 하여 신이(辛夷) 등으로 예로부터 매우 다양하게 불려 왔다.

식물 분류로 보면 목련과(木蓮科, Magnoliaceae) 목련속(木蓮屬, Magnolia)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속명(屬名)의 매그놀리아(Magnolia)는 프랑스 식물학자인 피에르 매그놀(Pierre Magnol)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목련을 현존하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데 약 1억 4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 때 목련 화석이 발견되어 고대식물이라고도 한다. 목련 종류는 열매 모양이 독특하여 붉은 종자가 명주실 같은 끈에 달려 늘어지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다가 떨어지게 된다. 명주실 같은 끈을 씨줄 혹은 종사(種絲)라고 하는데 목련속(木蓮屬)의 수목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이다. 충남 태안에 위치한 천리포 수목원에 가면 450여 종의 목련  나무가 있는데 세계적 수준의 수목원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최초로 민간이 설립한 수목원으로 설립자 민병갈(본명 Carl Ferris Miller, 1921∼2002)은 귀화한 미국인으로서 죽기까지 오로지 수목사랑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그는 평소에 목련을 무척 좋아했다고 하는데 1997년에는 국제목련학회를 이곳에서 개최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목련은 제주도 한라산 고산지대에 분포하고 있으며 꽃은 약간 작은 편이고 최고 8m 높이까지 자란다. 원산지가 우리나라와 일본인 자생 목련은 제주도에서 일본 지역으로 널리 퍼져 갔다. 학명(學名)을 보면 일본의 식물학자 고부시가 한국의 자생 목련을 처음 발견하여 세계 식물학계에 보고함으로써 종명(種名)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매그놀리아 고부스(Magnolia kobus)라고 쓰이게 되어 지금까지 고부시 목련이라고도 부른다. 고부시는 일본말로 주먹이라는 뜻으로 열매가 주먹 같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 자생 목련은 산림청에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요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목련, 자목련은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 자생 목련과는 종(種)이 다른 것이다. 자목련의 경우 꽃봉오리가 마치 가지 같다 하여 가지꽃 나무라고도 불렀다

용도로는 관상수, 약용, 차(茶), 술 등으로 활용가치가 높다. 목련은 두통, 치통 치료에 신이(辛夷) 즉, 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약재로 사용하는데 특히 축농증, 코막힘 등의 콧병에는 신이가 아니면 소용이 없다고 할 정도로 한방에서는 귀한 약재로 알려져 있다. 동의치료(東醫治療)에서 신이에 관하여 ‘성질은 따뜻하며, 맛이 맵고, 독은 없다. 두통을 낫게 하며,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고, 코가 막히고 콧물이 흐르는 증세를 없애준다.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하며, 치통을 멎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수염과 머리카락이 나게 한다. 얼굴에 바르는 기름을 만들면 광택이 난다. 쓸 때는 내부의 심과 겉의 털과 꽃받침을 없애고 쓴다.’라고 쓰여 있다. 막 피기 시작하는 꽃을 따서 좋은 꿀에 재어 차로 마시면 담(痰)을 없애고 폐기운을 돋으며, 생리통과 불임(不姙)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무껍질도 약제로 쓰이나 살리시폴린이라는 유독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반드시 주의를 요하여 처방을 한다. 목련의 붉은 과피는 매운맛이 있고 향기가 좋아 향신료 재료로도 쓰이고 있다. 민간에서는 목련의 수액은 감기 치료나 기생충을 없애는 데 쓰였고, 목재의 재질이 치밀하고 연하여 상(床)을 만들거나 칠기를 만드는 데도 쓰였다고 한다.

중국의 기서(奇書) ‘술이기(述異記)’에 보면 “목란주(木蘭州)는 심양강 가운데 있는데 목란나무가 많아 옛날 오왕 합려(闔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 왕)가 이곳에 목란(木蘭)을 심어 궁전을 짓는데 목란을 사용했고, 목란을 깎아 배를 만들었다”고 되어있다. 또한 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에 서기 48년 김수로왕이 훗날 왕비가 될 인도의 아유타국(阿踰?國) 공주인 허황옥(許黃玉)을 맞이하러 갈 때 신하에게 배를 타고 가도록 했는데 이때 “목란(木蘭)으로 만든 키를 바로 잡고 계수나무로 만든 노를 저어서 그들을 맞이하였다.”라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목련은 오래전부터 건축목이나 배(舟)를 만드는 목재로 쓰임새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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