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준 봄!봄! 나들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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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준 봄!봄! 나들이 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7.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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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가 끝난 뒷마당은 쓸쓸해...돌아가는 길
▲ 잔치가 끝난 뒷마당은 쓸쓸해...돌아가는 길

아침 먹고 좀 쉬었다가 리조트 특실을 나와 대천 항구로 갔다.

해수욕장에서 2킬로쯤 떨어진 곳인데 실은 거기가 수산물 시장도 크고 먹거리도 훨씬 풍성해보였다.

항구에서는 유람선도 다니는데 시간이 안 맞아 포기하고 죽도 항구를 구경했다. 언덕에서 바라본 선창은 배들이 다정하게 모여들어 봄 바다의 따스한 분위기가 완연하였다.

죽도에서 나와 무창포로 갔다. 전 박사의 말에 의하자면 무슨 주꾸미 도다리 축제를 한다 했는데 벌써 잔치가 끝난 모양이었다. 백사장 여기저기에 모닥불을 피운 듯 검게 그을린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잔치는 화려하고 가슴 설레지만 잔치가 끝난 뒷마당은 어쩐지 쓸쓸하고 애잔하고 서럽다. 우리들의 나이가 바로 잔치 끝나가는 나이다.

두보 시인은 인간 칠십 고래희라고 읊었지만 우리 나이가 벌써 고희를 바라보는 늙은이가 되었다.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이 인생으로 치자면 축제 기간이다. 예순 일흔이면 잔치가 끝나고 마당에 흩어진 허섭스레기들을 치울 때다. 자기의 인생을 매조지하고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부처께서는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라 하셨으니 우리는 존재이면서 존재가 아니었다.

존재처럼 착각했지만 실은 영구불멸하고 부동불변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공을 타고 흘러가는 변화의 한 과정, 반짝 나타났다 스러지는 한 때의 현상에 불과했다. 우리의 영원한 고향은 ‘없음’이다.

우리는 살짝 ‘없음’에서 ‘있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영원한 고향인 ‘없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죽는 것을 ‘돌아가신다’고 하지 않던가.

누군가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영생불멸이다.’라고 일갈했지만 사실 곰곰 따져보면 죽지 않고 무한정 살아간다는 것도 그것처럼 끔찍하고 두려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있음’이란 오래 버틸수록 닳아지고 추레해지고 퇴색하고 흉해지기 마련이다. 자, 이제 우리는 무창포 해수욕장처럼 잔치를 마치고 백사장을 곱게 쓸어 깨끗이 매조지하고 개울을 건너뛰듯 가볍게 ‘있음’에서 ‘없음’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그게 과연 생각대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을는지.

있어야 할 때에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있는 것이 ‘있음’이요,
없어야 할 때에 없어야 할 곳에 없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이 ‘없음’이라,
어디서 무엇이 되어 우리 다시 만날까.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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