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제 3의 김부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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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제 3의 김부겸을 기대한다.
  • 배종호
  • 승인 2014.06.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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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신문사 회장/ 전 kbs뉴욕 특파원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단연 김부겸을 꼽고 싶다.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스스로를 사지에 몰아넣고 승부했기 때문이다. 김부겸은 비록 대구시장 선거에서 떨어졌지만 ‘지고도 이긴 선거’라는 현지 언론의 평가를 받고 있다.

김부겸이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은 40.3%. 역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야당 후보 가운데 최고의 득표율이다. 이에 대해 영남일보는 ‘마의 40%를 뚫었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부겸은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면 당선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부겸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우회하지 않았다. ‘TK의 본산’ 대구에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정면으로 승부했다. 국회의원 4선 고지가 떼어놓은 당상인 경기군포를 버리고 ‘지역주의의 괴물이 버티고 있는 곳’, ‘새누리당에 해가 지지 않는 땅’ 대구로 가서, 피를 철철 흘리며 얻은 결과이기에 참으로 장하고 장하다.

“지역주의는 한국 사회에서 꼭 풀어야 할 문제다. 그나마 정치권에 있는 내가, 대구 사람인 내가 마지막으로 몸을 바쳐보겠다는 거다. 나마저 이런 도전 안 하면 지역주의 문제는 아무도 깨지 못하는 현실이 돼버린다.” ‘바보 김부겸’의 말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종로를 버리고 스스로 부산에 내려가 떨어진 ‘바보 노무현’의 막내 김부겸의 말이기에 참으로 마음이 찡하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전 인생을 걸고 투쟁하고 있는 그의 앞날에 큰 역사의 보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다행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주의의 벽’이 균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에서는 오거돈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49.3%를 득표했다. 부산 역시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역이다. 호남에서는 이렇게까지 의미있는 결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전북지사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박철곤 후보가 20.5%의 득표율로 20%의 벽을 넘어 가능성을 보여줬다.

목포를 비롯한 호남에서 무소속 바람이 강해진 것도 향후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목포에서는 개항 이래 처음으로 무소속 시장이 탄생했다. 전북에서는 전체 14곳의 기초단체장 선거 가운데 절반인 7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그리고 전남에서는 전체 22곳 가운데 8곳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탄생했다. 민주당 = 당선이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호남에서 민주당 1당 독재체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우리 호남에서도 대구의 ‘김부겸’처럼 새누리당의 간판을 정면에 걸고 승부해 ‘마의 40%’를 넘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

지역주의는 지역주의를 부른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래야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소모적 정쟁과 상호불신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우리가 누구인가? ‘네가 하나 주면 나도 하나 줄께’식의 천박한 상호주의를 뛰어넘어 북한에 먼저 손을 내민, ‘햇볕정책’을 실천에 옮긴, 김대중 대통령을 배출한 고장의 사람들이 아닌가?

제 2, 제 3의 김부겸이 자꾸자꾸 나왔으면 좋겠다. 부산에도, 광주에도, 목포에도 제2, 제3의 김부겸이 나와야 한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바보’ 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로매진하는 제 2, 제 3의 김부겸 말이다. 나도 그 길을 가련다. 신념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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