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행복의 공존을 위한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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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행복의 공존을 위한 길잡이
  • 송백훈(성신여대 경제학과)
  • 승인 2014.07.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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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직후 최빈개도국이었던 한국은 유례없던 고속 경제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루면서 아시아의 4마리 용 중에서 하나로 떠올랐던 시절이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한 국가분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라고 할 수 없다. 최근 매스컴에서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3천 달러에 이르고, 머지않은 미래에 4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불어넣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경제성장과 함께 높아졌다고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1% 대 99%로 대변되는 사회양극화문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편중화 및 세습 문제 등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났던 여러 가지 부정적 이슈가 세간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심취해 있을 우리에게 이 책은 경제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행복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성장의 잘못된 분배구조를 지적하고 있으며 민주적 제도보다 경제체제를 우선시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저자는 스스로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라고 칭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저자가 ‘확고한 진보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성장의 과실만을 추구하고 그를 향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 반면, 저자는 성장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방안이 없는지를 고민한다. 성장을 통해 빈곤층의 궁핍은 더욱 심화되고, 자산가, 재력가, 전문가의 권한은 나날이 커져가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제성장이라는 명목하에 전 세계에서 행해지는 대기업의 몸집 부풀리기, 규제 완화, 금융투기 등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으며, 심지어 대기업의 정치자금 기부행태로 인하여 모든 인류가 오랫동안 투쟁을 통해 성취했던 민주주의조차 돈에 팔렸음을 지적한다. 강력한 정부를 통해 시장경제의 효율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며, 정부는 공정한 경쟁, 도덕적 자본, 공공재, 가격설정, 공정한 분배,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제공해야 함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경제성장,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아쉬움이 담겨있다. 일례로 북미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지역 간 무역협정을 통해 선진국(미국)이 개도국(멕시코)을 착취하는 현상을 마킬라도라의 예를 인용하며 개도국이 경쟁의 제물로 바쳐지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통한 배분 및 복지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는 북유럽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성장을 통한 삶의 풍요에 대한 증거 또한 역사적으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외계층에 대한 기부활동이 부자들이 지녀야할 의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빌 게이츠, 마크 주크버그 등 미국의 대자본가들 사이에서 기부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우리가 더 행복해질 여지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임을 믿고 싶다. 또한,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국가의 가난과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는 국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저자는 건전한 자본주의의 발전 방향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으며,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 그 해답을 찾는 고민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세계화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FTA, TPP, RCEP 등 다양한 무역협정의 참여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개방화 또는 경제성장으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소외되는 계층들이 분명히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그룹은 농·축·어민, 중소기업 종사자들일 것이다. 과거 4-50년간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라는 일차적 목표를 위해 달려왔다. 매년 세계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 경제지표를 바라보며 우리나라의 위치를 자랑스러워해 왔고, 높은 국민소득과 행복을 동일시해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계층 간의 갈등, 재벌의 권력화, 상실된 자본가정신, 부의 편중화 등 부정적 결과를 많이 지켜봐 왔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모든 창조력을 발휘하여 그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가길 바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으며, 현재 우리가 처한 사회적 상황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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