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안보 그리고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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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안보 그리고 통일
  • 정영태
  • 승인 2014.07.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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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안보, 통일의 길잡이

북한은 우리의 통일 대상이자 안보적 위협세력이다. 1990년대 세계 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하면서 북한도 체제전환 또는 체제붕괴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어 한반도 통일의 기대가 한껏 고조되었던 적이 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북한체제의 조기붕괴론이 더욱 부각되기도 했지만, 북한은 미?북 간의 제네바 핵 합의를 통해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중유뿐만 아니라 경수로 건설과 같은 경제적 지원 보상을 받아냄으로써 에너지를 비롯한 경제난을 어느 정도 완화하며 체제안정을 회복해 나갔다. 2000년대 들어 남북 간에 2차례의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남북한 교류?협력이 활성화됨에 따라 김정일 정권이 더욱 공고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한편, 한국에서는 교류와 협력의 확대가 북한체제의 변화를 가져와 평화적 통일을 쉽게 달성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은 사회주의체제를 넘어 일인독재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군대를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표방하면서 한국의 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3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남북한 군사력의 불균형이 심화되었고, 북한의 크고 작은 군사 도발은 더욱 과감해짐으로써 한국 내부의 안보적 불안감은 증대되었다. 이에 따라 대북 안보태세 강화요구가 남북한 교류와 협력의 그것을 능가하는 현상이 초래되었다.

이 책의 저자들이 튼튼한 안보태세 강화를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들은 북한이 대남적화전략을 유지하면서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로 끊임없이 전쟁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안정된 평화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굳건한 국방력은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이며, 강력한 대북 억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남북대화는 매우 위험하므로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튼튼한 안보태세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전쟁지도체제를 재조정하고 조기경보 및 정보획득능력을 포함하는 독자적인 전쟁수행능력과 자주적 억제전력 조기 확보로 자주적 국방역량을 갖추도록 하며 둘째, 우리의 국가이익을 지키면서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고, 주변국과의 전시에 우리의 능력으로 격퇴할 수 있는 수준의 군사력을 말하는 방위충분성의 전력까지도 확보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동시에 저자들이 평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북 간 제도적 차원의 화해 및 교류?협력을 추진해야한다고 함으로써 튼튼한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을 상정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현실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주장은 남북한 교류?협력이 확대?지속되면 자연히 북한체제도 변하고 남북한의 신뢰가 구축되어 평화통일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기능주의자들의 판단을 완전히 부정하기보다는 이를 개선하여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저자들이 튼튼한 안보를 위해서 남북한 교류와 협력까지도 거부해야 한다는 경직된 안보 및 통일관을 주장하기보다 오히려 민족공동체 형성으로 남북한의 평화와 번영을 달성해야 한다는 ‘열린’ 안보통일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향후 평화통일 실현을 위한 적절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진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대북정책도 저자들이 제시한 튼튼한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실제로 저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도발 재개 가능성을 전제로 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억제력을 확장해야 하며, 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안보통일연구원의 연구총서로서 7명의 공동 연구자가 함께 참여하여 각 부문의 연구를 한층 더 전문화한 것이 특징이다. 각 부문 연구자들의 면면을 보면 오랜 실무경험과 이론적 역량을 함께 갖춘 학자들로 구성된 것이 돋보인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의 전략적인 혜안과 정책적 제안은 일반적으로 전략이 지닌 추상성과 모호성을 잘 극복한 것으로 보이며, 안보, 통일, 외교, 국방, 정보, 경제 분야 내용을 포괄하고 있어 관련 정책부서 실무자에게는 국가전략의 큰 틀에서 분야별 전략을 종합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다줄 것이다. 또한, 이 분야를 공부하는 학자나 관련 학도들의 신뢰, 안보, 평화통일 대강에 대한 이해를 돕게 될 것이며, 이론을 정립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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