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엄홍길 산악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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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엄홍길 산악 대장
  • 배종호
  • 승인 2014.08.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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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끝까지 도전하라, 신념과 자신감으로 결코 포기 말라.

▲ (좌) 본사 배종호 회장, (우) 엄홍길 산악인
엄홍길대장은 세계적인 산악인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그리고 인류 역사상 8번째로 히말라야 8천미터급 14 개 봉우리에 완등했다. 그리고 2007년 8400미터의 로체샤르도 완등하면서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6개 봉우리 정복에 모두 성공했다. 대한민국의 국위가 세계무대에서 크게 선양된 날이다. ‘8000m급 이상의 산은 인간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인간을 선택하여 받아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히말라야 8천 미터급 산을 정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엄홍길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8천 미터급 산을 모두 정복한 것이다.

-요즘 활동 근황은 ?
 산악동호회에서 국내 명산을 오르는 정기산행과 지방 산행 행사 등의 활동과, 엄홍길 휴먼재단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은 14박 15일의 일정으로 ‘DMZ 평화통일대장정’ 행사를 하고 있다.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전국 대학생들이 함께 휴전선 길 155마일을 함께 걸으며 정전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인제, 양구, 화천, 철원, 연천, 파주를 거쳐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완주식을 갖게 된다.

-엄홍길 대장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히말라야 8천 미터급 14개 봉우리를 모두 정복했는데, 태어나서 가장 처음 오른 산은?
세 살 때다. 바로 내가 살았던 원도봉산이다. 우리 어머님은 이 원도봉산에서 산에 온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하셨는데, 원도봉산은 내 삶의 놀이터이자 터전이었다.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한 시간 정도 산길을 내려와야 했었다. 1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학교를 가기 위해 산길을 내려와야 했기 때문에 신체구조 발달이 산에 맞춰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때부터 제 몸은 산 사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다.

-산악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동기는?
어릴 때 집 근처에 암벽이 있었다. 주말에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재밌겠다, 스릴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움의 충동을 느꼈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호기심이었고, 배우다 보니까 재미가 있었다. 암벽등반을 배우기 전에는 산이란 저에게 불평불만의 대상이었다. 산에 사는 게 너무 싫었는데 암벽등반의 세계에 빠져 드는 순간부터 산이 좋아지더라. 그러면서 등반을 배우다보니 급속도로 빨려 들었고, 산악인이 될 결심까지 하게 되었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 1988년에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했지만 실패도 많았다는데.
사실 에베레스트는 나에게 고통의 산이었다. 8885미터! 1985년에 처음 도전을 했는데, 첫 도전에 실패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1986년도에 또 도전했는데 또 실패했다.  그때는 같이 등반하던 동료 그러니까, 현지 셰르파까지 잃는 엄청난 사고를 겪고 슬픔을 안고 산에서 내려왔다. 그 셰르파의 시신도 못 찾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실패한 과정을 생각해봤다. 그랬더니 제게 부족한 부분이 많았었다. 마음만 앞선 것이 아닌가, 준비가 덜 됐던 것은 아닌가. 그래서,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동료가 잠들어 있는 그곳을 다시 한 번 도전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1988년도 도전했고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 에베레스트를 정복했을 때 정말 감개무량했을 것 같다.
그렇다.세계 최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을 때 그 기쁨, 환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한편으로 자연과 신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고요. 동료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8천미터급 16좌 봉우리 정복에 모두 성공했는데, 가장 힘든 산은?
어느 산하나 힘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베이스캠프를 출발하면 매 순간이 삶과 죽음의 사선을 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닥쳐왔다. 16개 산 전체가 어려웠다. 그중에서도 고전한 산이 있다. 큰 사고도 있었고, 동료도 잃고 눈물도 많이 흘린 산인데, 안나푸르나라는 8091미터, 네팔에 있는 산이다. 풍요의 여신이라는 의미를 가진 산인데, 제가 4번을 실패하고 5번째에 성공한 산이다. 3번째 도전에서 셰르파와 동료를 잃었다. 4번째에는 7600미터 지점에서 앞서 올라가던 셰르파가 미끄러져서 순간적으로 그 친구의 몸의 줄을 낚아챘는데 같이 굴러 떨졌다. 정신 차리고 보니 그 친구는 안 다치고 나는 오른쪽 발목이 180도가 돌아가 있었다. 그걸 끼워 맞춰서 돌아 왔다. 사고 당시 의사가 ‘앞으로 산에 절대 못 갈 것이다!’라며,. 수술하고 낫더라도 평지만 걸을 수 있지 뛰지 못할 거라고 했다. 다시 산에 오르다간 평생을 휠체어 타고 살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주저앉으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의사의 말을 안 듣고 다시 도전했고, 결국 성공했다.

-  해외 원정 등반을 하려면 비용도 엄청 많이 들고, 산만 탄다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텐데, 그리고 결혼도 했는데, 20대 초반부터 전문 산악인으로 사시면서 생계문제는 어떻게 극복했나? 
나라고 왜 그런 고민이 없었겠는가? 그런데 두 가지, 그러니까 돈과 산을 모두 쫓았다면 결과적으로 이것도 저것도 안 됐을 거다.  오직 한 길, 산, 내 목표는 8000미터 14좌. 이걸 꼭 이뤄야 한다고, 거기에 모든 것을 맞추고, 모든 역점을 두고 몰입하다 보니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안 풀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 꼬였던 실타래가 풀려나가고 그 막혔던 벽이 뚫려나가곤 했다.

-혼자서 멀리 떠나 있으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클텐데?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가족들에 대한 생각은 집을 나서는 순간 일절 안 한다. 그만큼 모든 정신력을 쏟아 부어야 하기에 가족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없다. 입산하는 순간은 더더욱 그렇다, 산 아래 일을 생각하고 연연해 하면 마음이 약해지고 팀웍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의 짐을 벗어 버린다. 죽을 각오로 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오로지 정상을 향한 마을만 갖고 간다.
 
-본인의 성공비결 3가지를 꼽으라면?
 
첫째, 도전정신.  둘째, 신념. 그리고 셋째, 자신감이다.

-요즘 또 다른 산 정복에 나선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을 모두 정복하지 않았나?
그 동안의 도전은 산이었다면, 지금부터의 도전은 문명 세계에서의 제2의 도전을 하고자 한다. 오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고 있다. 이것이 내 제 2의 인생도전이다. 24년 세월 동안 산만 보고 정상만 봤왔지 산 아래를 보지 못했다. 내 목표에 다다르고 나니 다른 것도 보이고 생각하게 되었다. 16좌를 등정할 때, 제가 성공할 수 있으면 제가 받은 것을 돌려주면서 살겠다고 신에게 약속했다. 그러면서 산 아래 마을이 보이고, 그 마을의 어린이들이 보이더라. 그곳은 가난한 나라라서 아이들이 못 배우고 그래서 또 가난 되풀이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기 위해 교육을 생각하게 된 거다. 그러면서 학교를 지어주고자 나선 것이다.

- 첫 번째 지어준 학교는?
제 1호 학교는 팡보체라는 지역에 세워졌다. 이 지역은 86년에 2번째 등정할 때 처음으로 사고가 나 죽은 셰르파의 고향이다. 그곳의 유가족과 교류를 했는데 언젠가 내가 기회가 되면 그를 위해 뭔가 조그만 거라도 하겠다는 마음속 무언의 약속을 했었다. 그래서 이곳에 제 1호 학교를 세운 것이다.

- 성공보다는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던데
그렇다. 결과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제가 멀쩡히 살아남고 16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공 이면의 실패, 좌절, 역경, 고난의 나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것들로 인해 내 자신이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처음부터 순조롭게 쉽게 성공했다면 이런 결과를 내지도 못했고,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고, 산을 떠났을 거다. 산은 역경을 통해 강해지라고, 어려움을 이겨내라고, 겸손해지라고 가르친다. 거대 히말라야에서 겪은 엄청난 좌절과 시련을 통해 웬만한 고통은 덤덤하게 넘길 수 있게 됐다. 산이 저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강인하고 성숙하게 만들어 줬고,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단련시켜줬다. 내 삶에서 위대한 스승은 바로 산이다.

- ‘우리의 인생이 산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인생이라는 거대한 산을 오르는 목포시민신문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어떤 분야이든 간에 별 어려움 없이 성공한다면 오래가지 않고 쉽게 무너질 거라 생각한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성취하고 꿈을 이뤘을 때 오래간다. 자기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정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고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라 생각한다. 쉽고 편한 길만 가려고 하지 말라. 도전하라, 끝까지 도전하라, 신념과 자신감을 가지고, 결코 포기하지 말라.

<정리 = 배종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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