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쓰기 전남도지사상 수상작 "김혜윤(문태고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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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쓰기 전남도지사상 수상작 "김혜윤(문태고 1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4.10.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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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숙 선생님께

△ 김혜윤(문태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선생님께 영어를 배우는 1학년 김혜윤 이예요. 항상 수업전, 형식상으로 인사를 하고 복도에선 저희 학교의 인사말인 ‘저는 효자 입니다’를 외치다가 이렇게 편지로 마주하려고 하니 약간 어색하고 쑥스럽게 느껴지기 도하지만 그런 마음도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아 편지지의 끝까지 글씨를 채워 보려고 해요. 게시판에 ‘감사 편지 글쓰기’ 라는 안내가 올라왔었어요. 한주마다 올라오는 수학 인증제의 범위도 그냥 무시하고 갈 길을 가던 게 익숙한데 왠지 모르게 몇 분전 체육시간에 마주쳐 웃으며 말을 건네시던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르고 선생님과의 며칠 전 있었던 일들이 자꾸만 겹쳐져 발길을 멈추게 되더라고요. 그러고선 왜 진작 감사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했어요.

얼마 전에 제가 선생님께 찾아가 ‘조별 평가인데 조원이 숙제를 안 해오고, 자기 파트도 모르고, 남들은 여러 명이서 분담하는 양을 저 혼자 하는 것 같다’며 자리를 바꿔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린 적이 있었죠? 그때 인상을 한가득 쓰고서 계속해서 억울함만 토로하던 제 말을 끝까지 들으시고 선생님께서는 ‘같이 하자고 했는데도 그 얘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니?’ 한마디 물으시고 생각해 보시겠다며 저를 돌려 보내셨잖아요. 다음날 자리를 바꾸고 선생님께서 가만히 ‘용서 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칠판에 쓰시는데 그냥 머리가 멍해지더라고요. 남의 죄책감을 덜어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편하기 위해서 남을 용서해야 된다는 그런 글을 읽어 주시는데 칠판의 ‘용서’라는 글씨보다 ‘당연하다’라는 부분에 한참 눈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어요.

‘선생님께서도 여러 가지 자리배정을 생각 해 보고 해주신 것일 텐데 떼만 쓰는 저 저 때문에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선생님께는 모두 다 같은 학생을 텐데 서로 미워하는 감정 내비치는 제가 얼마나 안타깝게 여겨졌을까, 그런데도 오히려 저를 생각해 주시며 제 마음에 담고 있던 짜증들, 검무든 생각들 풀어 주시려 저 글을 찾아 부셨겠구나.’

물론 우연히 그 글이 전날의 상황과 일치 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자꾸만 여러 글을 뒤적거려 보았을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러고 나선 제 행동이 괜히 초등학생처럼 느껴져 창피함에 저를 쳐다보시는 선생님의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날 집에 가서 숙제도 하지 않고 오히려 신난 듯 노래를 부르던, 모른다고 고개만 돌리던 친구를 용서하기보다 ‘같이 하자고 했는데도 그러니?’라는 질문에 양심을 다 걸 수 없던 창피한 저 자신을 먼저 용서 하려고 했어요. 그러고 나니 혼자만 숙제를 해왔다고 눈총을 준 제가 그 애들은 얼마나 미워보였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같이 하는 게 중요 하다던 선생님의 말씀이, 한참을 꿋꿋이 마음을 짓누르다가 그제야 조금씩 풀어주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직접 그 친구들에게 가서 ‘무시해서 미안했어. 라곤 말하기 쑥스러워 건네진 못했지만, 조금씩 시간을 가지고 제 행동을 달리 하면서 모두를 대하려고 해요.

‘경쟁’이라는 단어보다 ‘함께’ 라는 단어를 자꾸만 내뱉으시던 선생님, 소수가 아닌 모두가 다함께 한 단계씩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웃으시던 선생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기적이게 되는 마음을, 수행평가 점수보다 같이 느끼고 성취하는 게 소중하다고 일깨워 주시던 선생님. 아직도 선생님의 말씀을 모두 받아드리고 변하는것이 조금은 서툴고 더디지만 그런 모습도 감싸 주실 것 같은 신화숙 선생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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