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과 배종호 그리고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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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 배종호 그리고 인연
  • 배종호
  • 승인 2014.11.1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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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회장/전KBS뉴욕특파원
반기문과 필자와의 첫 인연은 13년 전 시작됐다. 첫 만남의 장소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부근 외교부 건물. 2001년 필자는 KBS 뉴욕 특파원 부임을 앞두고, 반기문 총장은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 부임을 앞두고였다. 반기문 총장은 당시 어려운 인생의 시기를 걷고 있었다. 외교부 차관에서 경질돼 날마다 술로 나날을 보내는 시절이었다. 부하들의 실수에 따른 ‘문책인사’의 결과였다.

31년 동안 외교관 일밖에 모르던 ‘모범 외교관’의 표상 반기문은 실업자가 된 사실을 견딜 수 없어 매일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잠들어야 했다. 불과 수개월 만에 10㎏의 몸무게가 빠졌다. 한 고향 선배는 반 총장에게 이젠 “이젠 차를 운전해 줄 사람이 없으니 지하철 타고 다니라”며 지하철 정기권을 사줬다는 일화도 있었다다고 한다.

이런 반기문에게 인생반전의 기회가 다가왔다. 2001년 9월, 우리나라가 유엔총회 의장국이 되면서였다. UN 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한승수 당시 외교부 장관이 반기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UN 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외교부 차관까지 지낸 사람이 외교부 국장급이 할 일을 하느냐”는 수군거림과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반기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외교관 신분으로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된 데 대해 감사했다. 그리고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일했다. UN 근무는 그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었다. 유엔무대에서의 경험과 국제적인 인맥은 나중에 반기문이 UN 사무총장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랴? ‘새옹지마’ 였다.

필자는 KBS 뉴욕 특파원으로, 반기문은 UN 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뉴욕에서 함께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그를 지근거리에서 살펴볼 기회도 많아졌다. 필자가 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최고의 장점은 ‘겸손’이다. 그는 물처럼 부드럽다. 온화하다. 결코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를 만나면 늘 진실함이 느껴진다. 타고난 그의 성품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특히 반기문 총장은 남이 어려울 때 더욱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필자가 뉴욕 특파원 시절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힘들어할 때, 반기문 총장이 부인과 함께 뉴저지주에 있는 필자의 집까지 찾아왔다. 그리고 ‘조문의 예’ 를 갖췄다. 반총장 내외분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은혜로 간직하고 있다.

이런 반기문이 요즘 ‘대망론’을 타고 ‘태풍의 눈’으로 정치권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높은 여론조사 지지율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반기문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다는 응답률이 39.7%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위 박원순 시장(13.5%)의 약 3배, 3위 김무성 대표(4.9%)의 거의 8배에 이른다.

충청도라는 출신지역에다 연령별,  계층별로도 고른 지지율, 세계화 시대 국제적 활동 경험, 유화적이며 중도적 이미지는 반기문의 ‘대권주자로서의 상품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특히 여,야 가 모두 반기문은 ‘우리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반기문’ 상품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당의 친박(親朴)과 청와대는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반기문 카드’가 필요하다. 야당의 비노(非盧)계열은 친노(親盧), 문재인을 견제하기 위해 ‘반기문 카드’가 필요하다. 여, 야 모두 이러한 이유로 ‘반기문’이 필요하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기문 총장은 과연 2017년 대선에 도전할 것인가?
모를 일이다. 특히 정치는 생물과 같아서 지금 당장 단언할 수는 없다. 반기문도 출마하지 않겠다라고 딱 잘라 말하지 않아 여운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뉴욕에서 함께 하며 경험한 바로는 반기문의 대선출마 가능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 야심이나 욕심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통일 대통령’이라는 역사의 소명이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박수를 받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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