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구를 위한 마음: 생태적 문맹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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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지구를 위한 마음: 생태적 문맹에서 벗어나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4.11.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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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부터 자연에서 배우는 바이오필리아 교육

교육을 살리려면 학교를 불태우고 선생님들을 교수형에 처하라! (H.L. Mencken)

지난밤에 읽은 데이비드 오어의 『작은 지구를 위한 마음』의 가르침이 선명한 오늘 아침에 우리 자연을 망가뜨리는 외래식물에 대한 TV 뉴스가 시끄럽다.

서울 남산의 온 산을 뒤덮은 서양등골나물과 생태경관보전지역인 한강 밤섬의 버드나무를 뒤덮은 가시박의 등살에 우리 자연이 병들어 간다며,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고 수천억의 연구비를 지원하여 이들 외래식물을 몰아낼 기술을 개발하여 당장 현장에 적용하여야 한다고 촉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도 우리는 자동차를 몰며 남산의 우리 식물을 죽이는 배기가스를 배출하고, 화장실 수세식 변기에서 한강의 야생생물을 병들게 하는 하수를 버리고 있다. 또한 슈퍼에서 가족의 건강을 위하여 비싼 유기농산물을 선택하면서, 농약을 뿌리지 않는 건강한 땅에서 사는 벌레와 지렁이는 징그러워한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어리석게 만들었는가? 저자는 그 답을 명성이 높은 학교 입학과 월급이 많은 직장 취업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출세를 위한 지식 주입식 학교 교육에서 찾고 있다.

미국 Oberlin 대학의 환경학 및 정치학 교수인 저자는 환경교육, 환경설계를 포함한 환경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운동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오늘날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환경문제는 잘못된 교육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현재 학교 교육은 은행에 저금을 하듯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차곡차곡 넣기만 하여,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사고와 용감한 실천을 할 수 없는 ‘무서운 단순론자(terrible simplifier)’를 졸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부엌 개수대에 수돗물이 넘쳐 바닥에 흐르고 있는데, 먼저 수도꼭지를 잠그는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고 걸레를 찾아 바닥에 흐른 물을 닦아내느라 허둥대는 우스꽝스러운 인재가 교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학교 교육을 비유하였다.

오늘날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와 행동 양식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환경문제로부터 유발되는 불편함을 덜기 위한 노력만을 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마치 음식물쓰레기가 쌓이는 것이 불결하다며 종량봉투를 구매하여 잘 배출하기는 하지만, 정작 음식을 마구 남기고 함부로 버리는 행동은 고치지 못하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학교 교육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우리 미래를 위한 최선의 희망은 인류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간직해온 생명, 땅, 숲, 대지를 애호하는 마음인 바이오필리아(biophilia)를 터득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이 책은 주장하고 있다.

바이오필리아는 생명, 자연에 대한 아가페 사랑으로서 에드워드 윌슨은 ‘다른 생물체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는 충동’으로, 에리히 프롬은 ‘삶과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으로 정의했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와 실천은 바이오필리아로부터 나온다. 과연 바이오필리아는 어떻게 터득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 인간은 어릴 때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즉 고향과 같이 우리가 그리워하고 친숙한 것은 어릴 때에 경험한 장소에 대한 유대감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유년기때부터 생물과 자연을 만지고 냄새 맡고 경험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에서 터득된다.

그러나 도시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생물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장소가 드물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시에서 이런 장소를 재발견하고 재건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도시농업, 주말농장, 자연 놀이터를 통하여 자연을 자주 벗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아이들이 일종의 ‘고향 갖기’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저자는 우리 후손이 세계적인 일꾼으로서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말고, 이 지구에서 지속가능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삶의 방법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역의 기후, 토양, 생물, 역사, 경제, 사회를 이해하고 체험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

결국 바이오필리아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은 지식주입식, 실용주의적 교육에서 잠자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깨우는 각성제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글의 앞머리에 쓴 극단적인 행동주의자 표어로부터 벗어나 이 책의 교훈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숲과 땅에서 생명사랑(바이오필리아)을 터득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라!

<조강현 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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