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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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4.12.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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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는 즐거움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해관계가 상충된 집단의 소통부재뿐 아니라 이웃 주민, 지나가던 행인들 간의 작은 갈등과 시비가 폭행이나 살인 등으로 마무리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 사유로는 층간 소음이나 주차문제 같은 일상사가 대부분인데, 사회적 인프라 확충 여부와 관계없이 상호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들을 ‘대화’를 활용하여 유연하게 대응해가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실제 경찰관들이 무력이 아닌 대화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경찰이 한밤중에 벌어진 부부싸움에 개입해 큰 소리 한 번 없이 원만한 해결을 하도록 돕는 방법 등을 통해 일상 속에서 유연한 대화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대화를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내 의견을 상대에게 설득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 결과는 상대방의 태도 및 행동의 변화로 나타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친구를 만나러 나가기 전에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부드럽게 말하거나, 경찰이 인질범에게 “무기를 버리고 인질범을 내보내라”는 강한 명령을 할 때 모두 송신자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의사소통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심리학적 이론을 설명하고 그 이론에 꿰어 맞추는 말하기 연습을 시키지 않는다. 대신 독자 스스로 자신이 그 상황 속 인물이라는 느낌을 갖고 실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화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앞의 두 대화에서는 송신자인 아버지와 경찰 모두 상대방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한다. 아버지는 가정 내 위치에서 나오는 통제력의 행사관계와 부자지간의 친밀도를 활용한 관계의 심리적 측면을 적절히 활용한 대화를 보여준다.

또한 경찰은 인질범을 검거하기 위해 대치하는 특공대와 자신을 구분하면서 인질범이 자신을 같은 편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어림법과 물러설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와 있는 인질범에게 인지적 측면의 설득이 아닌 아내와 내일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긍정적 정서를 공략한 설득을 해 보이고 있다.

저자는 복잡한 이론과 인지심리의 다양한 실험을 소개하는 대신, 상대방의 말에 곧이곧대로 대응하지 말라는 심플한 해석을 내려서 독자로 하여금 쉽게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저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과가 나는 대화술을 무술의 기본 원리에서 터득했다. 저자는 유도와 태권도, 공수도의 유단자이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며 틈틈이 지역 경찰관으로서 순찰업무까지 병행한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그는 특히 유도의 원리를 대화법에 깊이 적용하고 있는데,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을 첫째로 세우고 있다. 다루기 힘든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경우, 상대방이 ‘왜?’라고 물을 때 그 질문 속으로 뛰어들어 그 힘을 역이용하라고 전하고 있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우리 시스템 안에 갖춘다면 속이 상하는 일도, 나를 물고 늘어지는 이들로부터 도망칠 일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검술의 달인이 전한 “상대가 머리를 향해 모욕의 창을 던지면, 머리를 살짝 움직여라! 상대는 빈손이고 창은 벽에 꽂혀 있다”는 말을 활용하여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의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저자는 유연한 대화술의 핵심을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누구나 귀하게 대접받고 존중받기를 원하며 명령받기보다는 요청을, 강제보다는 선택을 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탁이나 명령을 받을 때 그 이유도 함께 듣기 원하며, 실수를 저질렀을 때에는 만회할 기회도 주어지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 중 결코 새로운 것은 없으며 누구나 잘 아는 내용이다.
 
상황과 상대방에 대하여 얼마나 공감하고 용기를 가지고 사용하는가에 따라 대화가 달라지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수많은 대화법 중 하나인 이 유연한 대화를 통해 효용성은 결국 우리에게 달려있음을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목차를 보며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대화법을 찾아보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해도 무방하다. 다만, 다양한 사례와 해석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아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원리를 파악하는데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혀는 강철은 아니나 사람을 벤다’는 속담도 있듯이 세치 혀를 잘 다루기 위해 나에게 맞는 핵심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도 독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으로 본다.

<마정수 HR이니셔티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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