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후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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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후미래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4.12.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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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의 프리즘을 통해 본 국제 경제질서의 위기와 한국의 미래

 
『3년후미래』는 우리 경제가 처한 대내외의 불확실성의 단면을 잘 포착한 책이다. 이 책의 기본 주장은 다음과 같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경제질서는 그 활력을 다해가고 있으며, 그 뒤를 떠받쳐 주고 있었던 중국 경제 역시 그 경제력이 예전만 같지 못하다.

그렇다고 일본이나 유로 지역이 중국이나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국제 경제질서는 앞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을 것이다.(이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2016년 7월 1일을 가상적 파국의 시점으로 설정하여 국제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가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파국 등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는 우리나라 역시 커다란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필자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한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이유는 다르지만 그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형태로 공감하기도 한다.

물론 (여느 경제학자와 마찬가지로)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우선 공감하는 부분부터 보자. 중국 경제의 활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 이유는 저자의 주장과는 약간 다르다.

저자는 중국 경제의 활력이 감소한 이유를 2008년의 국제 금융위기의 극복 과정에서 중국이 과잉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즉 경기순환주기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필자는 중국 경제가 한국 및 일본과 마찬가지로 조금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했다고 판단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우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노령화다. 예를 들어 OECD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우리나라처럼 급속하고 심각한 노령화를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상당한 수준의 노령화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의 추계에서는 그 감소시점이 우리나라의 2017년보다 1년 빠른 2016년경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중국의 침체를 단순히 경기순환주기상의 과잉투자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을 듯하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가 어렵고 특히 재정 부문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 구조나 경제 구조로 볼 때 대략 일본의 1990년대 초반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이때부터 재정이 급속하게 부실화하여 최근에는 국가부채가 GDP의 200%가 넘는 수준에 도달했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은 경제규모 대비 국가부채가 과도하지는 않지만 매우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세수가 10조원 대의 결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또한 저자가 한국은행에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필자는 저자와 유사하게 이미 올해 2월 달의 정책토론회에서 김중수 당시 한은 총재에 뒤이은 차기 한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아니라 디플레이션 큐어러(deflation curer)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단발성 금리인하에 만족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다시 한 번 통화정책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반면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우선 미국이 앞으로 중국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할 것이라는 부분에 동의하기 어렵다.

저자는 미국이 통화팽창을 통해 달러화를 저평가 시키고 위안화를 고평가 시켜 중국의 물가를 하락시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경제모형에서 미국이 통화를 팽창하면 미국 물건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중국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게 되고(물론 그 결과 위안화는 절상되겠지만) 그에 따라 중국 경제도 활황을 보이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고 통상 이야기 한다. 앞으로 중국 경제가 만일 물가 하락을 경험한다면 그 이유는 미국이 디플레이션을 수출했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의 노령화 진행과 같이 별도의 이유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 논리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히 한 번쯤 손에 잡고 읽어 볼 가치가 있다. 복잡한 경제학 논리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 하더라도 이 책의 제6장에는 불확실성이 만연한 현재의 시대를 살아가는 가계와 기업의 생존전략이 잘 나타나 있다.

현실 경제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부분이다. 아마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독자에게 충분한 봉사를 하게 될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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