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슬픔을 함께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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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은 슬픔을 함께 나누다
  • 최지우 기자
  • 승인 2015.01.2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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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서 대전 베스티안병원으로

구조단 일을 하다보면 가슴 아픈 사연들로 인해 환자 가족들과 함께 울며 먹먹해진 가슴이 한동안 진정되지 않을때가 많이 있다.  가까운 진도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도 살아가는 내내 잊지 못할 것 같은 사연으로 젊은 우리 형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환자이다. 급하게 울린 전화벨에선 다급한 목소리로 전신의 3도 화상을 입은 환자가 발생했으니 신고를 받고 출동을 하였다.

68세의 노쇠한 할아버지는 1년 내내 피 땀 흘려 지은 한해 농사가 망하자 순간 욱 하는 분을 참지 못해 온 몸에 신나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모든 화상 환자가 그렇듯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상태는 너무 위중하여 상급병원으로 이송을 하여도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담당의사의 말이었다.

환자 옆에서 환자를 돌보며 의사의 말을 듣는 환자의 보호자역시 60대 후반의 노쇠한 할머니였다. 그냥 포기할 수 없는 할머니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전 화상전문 병원으로 이송을 결정했다. 할머니의 불행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였다. 얼마 전 교통사고로 하나뿐인 아들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 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세상 단 하나뿐인 가족을 또 떠나보내야 했던 것이다. 할머니는 이젠 자신도 살 힘이 없다며 울부짖으며 대전 화상 전문병원 이송하는 동안 끊임없이 눈물로 환자를 지켜봤다

그런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환자의 의지를 굳게 잡았는지 전문병원 도착까지 잘 참아주었고 전문병원에 도착하여 고통스럽고 힘든 기약 없는 치료를 받게 되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목포로 향하는 우리 형제에게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꾸깃한 천 원짜리 세장을 주시며 “오늘 너무 고맙고 고생했네 가진 돈이 이것밖에 없어 더는 못줘서 미안하이 내려가면서 음료수라도 사서 먹게나”라며 양손을 꾹 잡아주었다.

작은 몸집이 한없이 작아지며 두 번씩이나 힘든 상황을 겪어야 하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한없이 애처롭고 처량했다.  몇 주후 할머니한테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생해서 대전까지 모셔주었지만 환자분은 사고 후 2주 만에 할머니 곁을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세상에 혼자 남겨진 할머니가 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조금이라도 편하고 웃음 지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할머니 건강하고 오래 오래 사세요 진도 갈 일 있으면 한번 찾아 뵐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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