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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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작가 이성관의 두근두근 옛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2.07.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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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한여름 밤의 꿈
▲ 이성관 작가

반딧불
여름밤 산골 마을 동화 대회 열렸다
별똥별이 흐르듯 밤하늘 수놓으며
까아만 도화지 위로 시를 쓰는 반딧불.

호박꽃 반디 넣으면 길 밝히는 초롱불
앞마을 초롱 들고 찾아갈까, 희야네 집
심심한 희야 반가워 불우물이 환하게.
(mbc창작동요제 대상곡, 개편 5학년 음악교과서 수록)

 
한여름 밤이 되면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동네 애들이란 애들은 모두 동구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런저런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하나같이 책보자기를 허리춤에 질끈 동여매고 때로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이내 달리기라도 할라치면, 양철필통에 한두 자루 달랑 들어있는 몽당연필이며 빈 도시락 반찬그릇은 흡사 장단이라도 맞추는 듯 달리는 속도에 따라 달가닥거리는 소리는 더욱 높아만 가고…….

그러다 숨이 차올라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노라면, 숲이며 가로수에서는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는 매미 소리, 매미 소리, 매미 소리……를 뒤로 하며, 집에 들기가 바쁘게 순이는 들로 밭으로 엄마 일손돕기에, 철수는 꼴망태나 소를 몰고 산으로 냇가로 나서고들 있었으니 그 때의 아이들은 자연이 바로 책이요, 공책이며 친구요 또한 스승이 아니었을까.

쌀알이라고는 거의 구경하기조차 힘든 꽁보리밥을 진수성찬이라도 되는 양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해치우고 나면, 뉘네 집이랄 것도 없이 마당가엔 소올솔 모깃불이 향처럼 피어나고, 멍석이며 평상 위에선 동네 아낙네며 누나들이 저마다 일감(길쌈)을 손에 들고 얘기꽃을 피우며, 적당히 몸 씻을 장소도 마땅치 않아 기껏해야 뒤란 우물가에서 차락차락 샘물을 끼얹는 소리가 아스라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한여름 밤의 꿈.

그런가 하면 아녀자들은 대체로 밤마을을 금기시했던 시절이라 자연스레 집 밖 대부분의 공간들은 으레 남정네들의 차지가 되어 마을 어른들이며 머슴들은 동구밖 정자나무 아래 모여 피곤도 잊은 듯 밤이 이슥하도록 얘기소리가 전설처럼 피어나고, 마을 앞 큰길이며 골목길들은 온통 조무래기들의 차지였으니 우리는 그 곳에서 밤이 이슥하도록 병정놀이며 술래잡기 등으로 정신을 잃다보면, 더위는 아예 저만치로 물러서고야 말았던 신명나는 한여름밤의 꿈.

그랬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들 유년 시절의 여름밤은 틀림없는 한 폭의 수채화요, 노래요, 시요, 옛 이야기요, 사랑이요, 우정이며 꿈이요, 소망이요, 휴식이요, 낭만이며,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한 폭의 동화이고도 남았다.

뿐이랴. 수많은 추억 가운데 또 하나 가장 윗자리에 세워도 좋을 반딧불의 추억은 어찌 말이 필요하리. 하늘의 별들이 온통 지상으로 내려온 듯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별빛들이 들녘을 금빛으로 수놓았던 기억은 생각만으로도 동화 속의 궁전을 거닐고 있는 듯한 환상에 젖어들곤 하였으니, 그 꿈결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도 이내 반디가 되고, 반디 또한 우리와 하나가 되어 저마다의 가슴 속에 무지갯빛 아련한 꿈이며 소망 같은 것들을 끝없이 피워올렸던 한여름밤의 꿈.

지금도 만일 그 모습 그대로의 시골 모습이 살아 있다면 천혜의 관광자원이 되어, ‘도시 사람들 아니, 온 세계 사람들이 떼 몰려 밀려드는 인파를 주체 못할 관광 대국이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상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은 세상 물정을 몰라도 한참이나 모르는 나만의 철없는 발상일까.

빌딩 숲에서 하루 종일 흙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가엾은(?) 현대의 청소년들. 학원이다 과외다 하여 하루도 맘 편할 날 없는 오늘날의 어린이들에게 이름하여 추억만들기 공간으로‘반딧불 되살리기’ 운동을 강력히 추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기대하면서, 우리 모두 자연은 바로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아름답고 쾌적한  환경되살리기 운동에 앞장섰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본다

☆. 현재 지구상에는 1,600여종의 반딧불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반딧불은 6종이라고 한다. 전북 무주에는 반딧불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해마다 ‘반딧불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기타 일부 지방 환경보호단체에서도 반딧불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 중. 반딧불의 정확한 학명은 ‘반딧불이(반딧불의 애벌레 명칭이기도 함)’라고 한다.

 
*약력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새벗문학상,대한민국 동요대상 등 수상
·동요시집 ‘파랑새’외 동시집,시집,시조집 각 2권
·전국창작동요제 대상수상곡 4회(mbc,ebs등)외 20여곡의 수상곡 작사
·동요 ‘반딧불’ 5학년 음악교과서 수록
·현 전남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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